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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준호 Jun 26. 2018

9화. 무위(無爲)가 유위(有爲)를 이긴다

복식호흡 편, 긴장감을 낮추는 방법.

중국의 고대사상가이며  도가(道家)의 시조인 노자가 이야기 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 무위자연이란 꾸밈이 없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삶을 살아간다는 말로 이해되는데, 여기서 무위(無爲)는 유위(有爲) 또는 인위(人爲)의 반대 개념으로 해석된다. 인위는 의도적으로 만들고 강요하고 그것을 지키면 선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으로 간주되어지는 개념이다.물론 철학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언어에 있어 무위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다. 스피치에 대해 이야기 하는 많은 사람들은 좋은 스피치를 위해 이럴땐 어떻게 저럴땐 어떻게 식의 방법론을 강조하곤 한다. 그런데, 가장 좋은 스피치는 기술적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나운서 초년생 시절, 나는 나 자신을 멋스럽게 포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결과가 항상 좋았던 것도 나빴던 것도 아니지만, 세월이 지나며 인위적인 자세보다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드리려 한다.


생방송의 공포 어떻게 없앨 수 있나요?

긴장을 낮추는 방법은 없을까요?


"한준호씨~!!!!!" 주조와 앵커간에 주고 받는 Intercom System인 이어폰을 통해 주조(주조종실) PD의 외침이 들려왔다. 흔히 뉴스 앵커들은 프롬프터(Prempter)를 통해 뉴스 원고 중 석줄정도를 도움 받는다. 프롬프터를 사용하게 되면 뉴스의 순서가 뒤엉키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고, 앵커 입장에서는 자료화면이 나가기 전까지 시청자와 아이컨텍을 할 수 있어서 안정적 진행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그런데, 신입사원으로 일요일 새벽 5시에 진행하던 뉴스에는 프롬프터 없이 단신으로 처리된 7~8개 정도의 뉴스를 전달해야 해서, 시청률에 비해 부담이 큰 프로그램이었다. "한준호씨~ 다섯번째 단신 빼먹었잖아~" 다급하면서도 화가 난 주조PD 선배의 목소리에 나도모르게 뉴스 중 '네?' 하고 대답을 했고, 잠시 생방송 중 얼음이 되어 버렸다. 화면 볼 틈도 없이 원고만 읽다 실수로 두장의 원고가 한꺼번에 넘어갔고, 내가 읽는 내용과 자료 화면이 엉켜버린 것이다. 손 쓸 틈 없이 그렇게 내용과 화면이 뒤엉킨 채 방송은 끝났고, 돌이키고 싶지 않을 정도로 한동안 많은 욕을 들어야 했다. 아마도 요즘과 같이 SNS가 발달된 시기였다면, 두고두고 회자가 되었을텐데 그나마 나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대부분 방송인들은 그 직업을 천직으로 삼을만큼 타고난 사람들이 많은 반면, 간혹 나와 같이 하나 하나 만들어가야 하는 방송인도 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론 초년시절 무대 공포증을 이겨내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더욱이 남들에 비해 큰 키 덕분에 무대위에 올라 진행하는 스탠딩형 진행이 많았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입사 후 첫 데뷔무대가 강릉에서 열렸던 '제 1회 대한민국 음악축제' 중 '록페스티벌'이었는데, 일주일간의 무대 진행이 자신감보다 수천명 앞에서는 게 얼마나 떨리는지에 대한 무대공포증을 알게 해주었다. (자료화면 : 제36회 방송대상 시상식)


"준호씨 이 책 한번 읽어봐요" 숙직을 하던 어느날, 저녁을 먹으며 무대 공포증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던 선배가 '발성법'에 대한 책을 건네 주었다. 호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얇은 책은 외국서적의 직역 흔적들이 많았지만, 발성법이란 제목과 다르게 호흡의 중요성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었다. 그렇게 우연히 건네받은 책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방송역량에 대한 문제의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책을 통해 깨달은 호흡법(복식호흡)은 개인적으로 크게 두 가지 용도로 활용했다. 첫째는 잘 알려진대로 전달력을 높이는 용도다. 항상 말하기 전에 호흡을 담아두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가수들이 노래 중간에 '습~'하며 숨을 들이마시는 이유와 같다. 순간적으로 복식호흡을 통해 숨을 담아서 다음 가사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인데, 말을 할 때도 노래할 때와 같이 숨을 담아두어야 호흡이 끊기지 않고 전달력이 높아진다. 그리고 또다른 하나는 긴장감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큰 무대에 서기 전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긴장을 낮추는 습관이 있는데, 그때 이 복식호흡법을 활용한다. 수업 중 우스개소리로 복식호흡의 목적은 공중부양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복식 호흡을 가끔 단전으로 착각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바른자세로 진행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복식호흡은 단순하게는 숨을 담아두는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떤 자세에서도 가능하다. 


Tip : 복식호흡 연습 4단계 : 숨쉬는 방법을 조금 바꿔보자.


1단계 (숨 깊이 들여마시기) : 입을 살짝 열고 코로 깊이 숨을 들이마신다. (3초간 참았다 모두 뱉는다.)

2단계 (배내밀기) : 1단계를 통해 들어온 숨을 배를 내밀어 밑으로 떨어뜨린다. (숨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고 3초간 참았다 뱉는다.)

3단계 (실뽑기) : 숨을 들이마셔 배로 떨어뜨려 3초간 참은 후 입으로 길게 실을 뽑듯 천천히 내쉰다. (배의 공기를 모두 빼준다.)

4단계 (4회 반복하기) : 3단계를 천천히 4회 반복한다.


얼마전 벤처기업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멘토링 수업에서 다섯 기업을 연달아 면담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IR(Investor Relations, 투자자를 위한 기업설명회)에서 '어떻게 하면 떨지 않고 발표할 수 있을지'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에도 다루겠지만, 스피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첫째도 마음가짐 둘째도 마음가짐 셋째도 마음가짐이다. 앞서 다뤘던 '전달'도 상대가 잘 받아들였는지를 보는데서 시작된다고 했는데, 이 역시 마음가짐의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스피치의 기술적인 부분들만 익혀 그럴듯해 보이는 것보다 자신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전달하되, 준비된 것을 잘 전달하기 전에 복식호흡을 통해 긴장을 떨어뜨리고,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스피치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긴장감은 복식호흡을 통해 낮출 수 있다.

긴장되는 상황에 조용히 복식호흡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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