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롯데렌탈 인수'썰'

현대차가 사려는 것은 렌터카가 아니라 '시간'이다

by Jason Han

현대자동차의 롯데렌탈 인수설. 누군가는 1위 기업을 집어삼키는 대기업의 전형적인 확장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중고차 시장까지 장악하려는 욕심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본 이 뉴스 이면에는 조금 더 절박하고도 흥미로운 '시간의 싸움'이 숨어 있었습니다.


<​길 위에서 스승을 찾다>


얼마 전 현대차 자율주행의 상징이었던 인물들이 물러나고, 테슬라와 엔비디아에서 실전 근육을 키운 박민우 사장이 새로 부임했습니다. 이 인사는 현대차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제 '어떻게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것인가'의 단계를 넘어, '어떻게 실제 데이터를 먹여 AI를 똑똑하게 만들 것인가'의 단계로 진입했다는 뜻입니다.


​자율주행 AI에게 가장 좋은 스승은 교과서가 아니라 '길 위의 경험'입니다. 좁은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 나오는 오토바이, 비 오는 밤 희미해진 차선, 비보호 좌회전의 눈치 싸움 같은 것들 말이죠. 연구소 차량 수백 대로 이 방대한 경우의 수를 수집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롯데렌탈의 수십만 대 차량이 전국을 누비며 데이터를 쏘아 올린다면 어떨까요? 현대차는 지금 수십 년의 연구 시간을 돈으로 사고 있는 셈입니다.


<​차가 머무는 곳, 그곳이 미래의 정류장>

운전자가 없는 로보택시가 세상을 누비는 날을 상상해 봅니다. 그 차들은 일이 끝나면 어디로 가서 쉴까요? 누가 충전을 해주고, 누가 내부의 쓰레기를 치워줄까요?


​우리가 흔히 보는 렌터카의 거대한 차고지와 전국적인 정비망은 미래 자율주행차들의 '무인 베이스캠프'가 됩니다. 현대차가 롯데렌탈의 거점을 탐내는 이유는 그곳이 미래 로보택시들이 스스로 들어가 잠을 자고 다시 태어나는 정류장이 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클라우드에 있지만, 결국 차를 움직이게 하는 건 땅 위의 공간이니까요. 물론 로보택시가 한국에서 도입 가능하냐? 그건 별개의 주제입니다.


<​탄생부터 소멸까지, 한 줄로 이어진 생애>
현대차가 차를 만들고, 렌터카로 빌려주고, 수명이 다하면 다시 인증중고차로 다듬어 파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보는 듯합니다.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자동차라는 존재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직접 책임지겠다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물론 한국의 복잡한 도로 상황과 기존 택시 업계와의 상생이라는 숙제는 여전히 무겁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선 또한 매섭죠. 하지만 현대차가 롯데렌탈이라는 거대한 '데이터 펌프'를 손에 넣으려는 이유는 명확해 보입니다. 기술은 빌려올 수 있어도, 우리 도로가 주는 생생한 경험과 그 차들이 머물 공간은 오직 직접 발로 뛰어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인수가 성사된다면, 우리는 단순히 렌터카 주인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한국형 자율주행이 '진짜 야생'으로 걸어 나오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율주행의 승자는 가장 똑똑한 알고리즘을 가진 자가 아니라, 길 위에서 가장 많은 먼지를 뒤집어써 본 자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