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스가 뭐 하는 건데요?

2012년, 패션 블로거 시장의 상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다

by 임대리님

[Check Points]

2010년부터 한국 패션 미디어는 '패션 블로거'를 포함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패션 브랜드들은 이때부터 패션 블로거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장기적인 모델을 구축합니다. 이들은 '서포터스', '프렌즈' 혹은 '기자단' 등으로 불렸습니다.

2010년 탄생한 인스타그램이 2012년 페이스북에 인수되며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SNS의 힘이 옮겨가기 시작할 준비를 마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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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패션 매거진 마케팅팀에 입사한 나는 당시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SNS의 경계 나뉘는 초입에 있었다. 프린트 매거진은 그때부터 위기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고객들의 잡지 구매 부수가 줄어들자, 매거진 측은 웹사이트를 통한 광고 수익으로 프린트 매출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브랜드와 매거진 모두 갑작스러운 온라인 시장의 활용법을 몰라 헤매고 새로운 시도를 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주요 패션 매거진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브랜드 계정을 오픈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러한 흐름의 초입부였다. <보그>와 <엘르>가 당시 페이스북 팬이 10,000명 전후 수준이었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웹사이트와 SNS 채널의 업무 구분 역시 명확하지 않았기에, 웹사이트는 뉴미디어 팀, SNS 채널은 마케팅 팀이 관리하는 식의 혼선이 빚어지곤 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내가 처음으로 회사에서 맡은 업무는 'SNS 채널 브랜드 협업'과 '온라인 블로거 협업'이었다. 네이버 블로그의 파워를 제일 먼저 체계화하고 활용한 건 뷰티 브랜드였다. 이들은 프린트 매거진에 광고나 화보를 진행하는 조건으로 마케팅 팀에 뷰티 블로거를 섭외해 제품 리뷰를 동시에 진행해 주길 바랐다. 또는, 해당 화보를 페이스북 채널에 함께 공개해 주며 증정 이벤트 등을 진행하는 멀티채널 캠페인을 진행했다.


초반의 나는 '블로그에 올라간 글이 뭐 그렇게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었다. 강력한 매체인 매거진을 통해 브랜드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나가면 그 뒤가 그리 필요할까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내 6개월 남짓 몇몇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나니 생각이 확 바뀌었다.


프린트 매거진은 미디어 소개서에 발행부수와 열독률, 고객의 나이나 소비 수준 등을 적어야 했다. 이 수치들은 설문조사나 매거진이 원하는 입맛에 맞추어 가공되기 쉬웠다. 하지만 온라인과 SNS는 달랐다. 모든 게 수치화 가능했다. 연예인의 인기 수준에 따라 포스팅 댓글과 확산속도가 달랐고, 이벤트 댓글을 통해 수많은 참여율을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었다. '수치화'. 이 단어는 정확한 측정이 어려웠던 전통 미디어와 새로운 미디어를 구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탄생한 포맷이 브랜드와 매거진의 '서포터스'였다. 2012년 초반부까지는 광고팀이나 에디터가 요청하면 그에 맞는 패션 또는 뷰티 블로그를 네이버에서 발굴해 섭외 요청을 진행했다. 이렇게 진행되는 형태는 매우 가벼운 수준이었다. 제품을 증정하고 이에 대한 리뷰를 올려주는 1차원적인 협업이었다. 문제는 2012년 하반기부터였는데, 본격적인 패션 블로거 마케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브랜드와 협업할 수준의 사진과 글 작성이 가능한 패션 뷰티 블로거의 수는 관대하게 보아도 2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전문적인 블로거가 적었다. 쏟아지는 브랜드의 요청이 소수의 블로거에게 쏟아지면서 경쟁이 심해졌다. 오늘 A 브랜드의 립스틱을 칭송하다 그다음 날 B 브랜드 제품의 매력을 발견했다는 글이 한 블로거의 포스팅에 이어지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서포터스' 콘셉트가 탄생했다. 처음 매거진에서 서포터스를 만들자고 했을 때는 그게 뭔지 몰라서 해외 사례를 찾아보기도 하고 주변에도 수소문했었다. '서포터스'는 '프렌즈', '블로그 앰베서더', '기자단' 등 다양한 용어로 불렸는데, 브랜드나 미디어의 요청에 우선적으로 응할 수 있는 인재 풀을 확보함과 동시에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건 이 시기였다. 패션 뷰티 매거진 마케팅팀에 몸담고 있었기에 해보면 나쁠 것 같지 않았다. 이 생리를 알아두면 업무적으로 편리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어떤 글이 사람들의 반응을 얻는지, 어떠한 주제의 글을 적어야 하는지 고민하며 사진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꾸준히 올리던 포스팅이 브랜드의 호응을 받기 시작한 건 약 1년이 지나서였다. 당시 좋아하던 브랜드였던 클럽 모나코의 서포터스 활동을 6개월 정도 했었는데, 그때 맺은 인연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서포터스'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와 미디어의 활동을 돌이켜보면, 2010년대 초반까지는 기성 미디어가 온라인과 SNS를 '통제 가능한 수준'에 둘 수 있었다. 기성 미디어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블로그는 글과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사용했기에, 일정 수준의 트레이닝이나 가이드를 줄 수 있는 기존 매체와의 공생관계가 필수적이었다.


이러한 흐름에 거대한 변화를 만든 건 바로 2012년 4월 페이스북에 인수된 인스타그램이었다.


[Between the Lines]

2012년은 본격적으로 패션 뷰티 업계가 블로거를 활용한 협업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던 시기였습니다. 네이버 검색엔진의 성장과 함께 힘을 얻게 된 블로그 채널과는 달리,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 싸이월드는 서서히 잊히게 됩니다.

2012년부터 패션 뷰티 브랜드들의 본격적인 '블로그 마케팅'이 진행됩니다. 이전까지는 앞서가는 한 두 브랜드 정도에 그쳤다면 이 시기부터 거의 모든 브랜드가 진행하는 기본 마케팅 방식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열양상에 질 좋은 블로거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서포터스' 마케팅이 탄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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