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았건 새롭건 익숙해지면 그만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 처음 분양받아 입주했을 때부터 써온 현관 디지털 도어록이 고장나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다가 직접 교체했다. 작업 도중 시행착오가 있어 새것 달다 말고 옛 것을 달아 쓰다가 이틀 뒤에 다시 새것을 단 걸 빼면 조금 헷갈릴 뿐 어렵지는 않았다.
전에 쓰던 도어록은 몇 해전 문제가 있어 분해 청소 후 다시 달아 써왔다. 그랬던 게 딸내미 태어나기 전이었으니 그도 최소한 6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러니 무려 21년이나 그 자리에서 우리 집을 지켜왔다는 얘기다. 참 오래도 버텼다.
집이나 나나 나이를 먹어가니 자꾸 여기저기 고장이 나고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다 전 같지 않다. 한편으론 씁쓸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시간이 흐르면 노화되는 게 자연스럽다. 억지로 뜯어고쳐봐야 티 나고 부작용이 생긴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게 현명하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맞다 싶다. 물론 인간관계는 노력하기에 따라 더 가까워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건 나이와는 상관없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같은 정도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점점 더 커질 뿐.
도어록 하나 바꿨다고 헌 집이 새집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것으로 불편함 하나는 사라졌고, 쓰다 보면 그냥 원래 있던 것처럼 집과 함께,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갈 거다. 손댈 건 점점 더 많아지고, 고치고 때우는 데 힘은 더 들겠지만 익숙해지면 그만이다.
[ 2022년 6월 26일에 facebook에 올린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