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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프로그램을 대하는 저널리스트의 자세

뭐 하나라도 더 얻고 느끼고 이해하며 쌓아 내 콘텐츠에 잘 녹여내야

[ 2022년 6월 20일에 facebook에 올린 글을 다듬고 살을 붙였습니다 ]




운전면허를 1994년 1월에 땄으니 운전한 지 28년이 다 되어간다. 지금도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제대로 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진짜 고수들이 많기 때문에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임에도, 이제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래도 평범한 사람들에 비하면 집중도 높은 드라이빙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고, 참여할 때마다 운전의 기본을 반복해서 배우고 익힌 데 있다. 아직 부족하긴 해도, 드라이빙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마다 생각과 행동 사이의 틈새는 꾸준히 좁아지고 있다. 그 역시 반복된 경험 덕이다.


용인 AMG 스피드웨이(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인제 스피디움 등 서킷에서 주로 열리는 드라이빙 체험 프로그램은 여러 세션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부분 프로그램 구성은 거의 비슷하다. 시작하면서 참가자 모두가 듣는 바른 운전자세와 스티어링 휠 조작법 교육과 프로그램 및 주행 코스 설명이 있고, 이어서 조를 나누어 슬라럼 또는 짐카나 코스 주행, 급차로 변경 및 제동, 트랙 주행 등을 체험한다. 


일부 프로그램에는 젖은 노면에서 미끄러짐에 대응하는 세션이나 드리프트 세션이 추가되기도 하는데, 노면을 젖은 상태로 유지하려면 상당한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늘 프로그램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드라이빙 프로그램이 일반 도로에서 언젠가 한 번은 마주칠 수 있는 위험 상황에 본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처럼 순간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으려면 정말 몸에 밸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을 해야 한다. 어쩌다 한 번씩 경험해보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순수하게 '생활 속 안전운전'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세션은 바른 운전자세 잡기와 제동 정도가 전부다. 내 차가 아니라 주최 측에서 마련한 차를 가지고 하는 체험이어서 더 그렇다.


그런 한계에도 자동차 브랜드들이 기자들에게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는 어차피 구매자나 예비 구매자들이 참여할 행사니까 행사 자체를 알리려는 것이고, 둘째는 기자들의 브랜드와 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밖에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부수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것 중 하나는 경험을 통한 운전능력 향상이다. 차를 다루면서 느껴봐야 뭐가 어떻고 뭐가 좋고 나쁜지 알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차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차에 관한 이야기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스포츠카라고 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속이 빠르네, 움직임이 민첩하네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그런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다. 차의 특정한 움직임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는지, 예를 들어 액셀러레이터 조작에 따라 엔진에서 나오는 힘이 어떻게 달라지고 그것이 차의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브레이크를 조작할 때 조작하는 정도에 따라 앞 차축에 걸리는 무게 변화, 가감속과 스티어링 조작을 함께 할 때 스티어링 조작에 서스펜션의 스프링과 댐퍼, 부싱, 타이어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반응하며 차체 구조는 그런 반응을 얼마나 잘 떠받쳐주는지를 파악하는 감을 잡는 일이 그런 것이다. 같은 트랙을 여러 모델로 달려보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기사가 나가는 매체의 성격 그리고 기사의 뼈대와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내용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얻은 정보가 적은 쪽보다는 많은 쪽이 기사화하기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아는 것이 많고 감각적으로 수집하는 정보가 많을수록 풀어낼 수 있는 내용의 질이 달라진다. 풍성하고 알찬 재료가 좋은 요리를 만드는 바탕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요리사의 요리실력 즉 글 쓰는 재주다. 아무리 재료가 넘쳐나도 먹는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요리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드라이빙 프로그램에 기자로서 참석한다면, 평소 몰아보기 어려운 차들을 일반 도로에 비해 안심하고 달릴 수 있는 조건이니 그냥 신나게 달리고 마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어떤 이벤트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중심을 잡고 뭐 하나라도 더 얻고 느끼고 이해하며 쌓아 내 콘텐츠에 잘 녹여내야 한다.


내 입장에서는 이제 웬만큼 겪으며 쌓았으니, 잘 팔리는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남은 과제다. 글이든 영상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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