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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모빌리티 렉스턴 뉴 아레나 노블레스 시승기

이제는 변화보다 존재가 더 큰 의미

[ * 평점과 상세 제원을 포함한 풀 버전은 본진인 제이슨류닷넷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


쌍용자동차가 KG모빌리티로 이름을 바꾼 뒤, 전체 모델 라인업의 정점에 있는 렉스턴 브랜드부터 새단장해 내놓았다. 부분 변경과 더불어 렉스턴 브랜드의 SUV 모델인 올 뉴 렉스턴은 뉴 아레나라는 수식어를 덧붙였고, 픽업트럭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은 일반 모델과 구분되는 꾸밈새의 쿨멘을 추가했다. 부분 변경 모델 출시에 즈음해 KG모빌리티가 마련한 행사에 참석해 SUV와 픽업트럭을 시승했고, 그 가운데 SUV인 렉스턴 뉴 아레나의 시승기를 먼저 정리해 본다.

2세대 렉스턴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올 뉴 렉스턴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것은 2020년 11월의 일이다. 이번에 나온 렉스턴 뉴 아레나는 올 뉴 렉스턴을 부분적으로 손질해 내놓은 모델로, 외모는 거의 손대지 않고 실내 일부만 변화를 주었다.

물론 작은 변화들은 있다. 헤드램프 위에 배치한 LED 방향지시등은 안쪽에서 바깥쪽을 향해 순차적으로 켜지는 시퀀셜 점등 기능이 추가되었고, 도어 잠금 기능을 작동할 때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내며 켜지는 다이내믹 웰컴/굿바이 라이팅 기능도 들어갔다. 시퀀셜 점등 기능은 비상등을 작동시켰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작동한다. 그릴 가운데에 놓인 브랜드 엠블럼도 올 뉴 렉스턴에서 쓰인 스리 서클(3-circle) 쌍용 로고에서 둥근 날개 모양으로 바뀌었다.

시승차는 중간급 노블레스 트림이었다. 노블레스 트림은 20인치 스퍼터링 휠과 255/50 R20 타이어가 기본으로 들어가지만, 시승차에는 KG모빌리티가 준비한 오프로드 코스 주행을 고려해 렉스턴 스포츠 및 칸의 어드벤처 패키지에 들어가는 18인치 블랙 휠과 BF 굿리치 올 터레인 타이어가 끼워져 있었다. 휠 센터 캡에도 둥근 날개 로고가 들어간다.

앞쪽에 비하면 뒤쪽의 변화는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적다. 해치 오른쪽 모서리에 새로 ‘KG MOBILITY’ 로고가 붙은 걸 빼면 이전과 같다. 다만 범퍼 모서리의 ㄴ자 모양 램프에 포함된 방향지시등이 켜질 때 시퀀셜 점등 기능이 작동하는 걸 보고 나면 이전과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

KG모빌리티측은 현재 판매 중인 모델의 디자인에 대한 평이 비교적 좋은 편이어서 그대로 두었다고 하는데, 국내 시장 기준으로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 및 칸에 비해 판매량이 절대적으로 적은 만큼 투자 대비 효과가 적으리라는 계산이 저변에 깔려 있었으리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올 뉴 렉스턴에서 렉스턴 뉴 아레나로 넘어오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실내, 그 중에서도 대시보드다. 사실 실내에서도 다른 부분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시보드의 변화가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울러 대시보드가 실내 분위기를 좌우하는 요소인 만큼 달라진 정도에 비해 효과는 아주 크다. 다만 장비 구성과 배치를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의 물리적 구성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공기 배출구 형태에 따라 좌우로 길게 이어진 대시보드 가운데 부분 아래에는 32색 선택이 가능한 앰비언트 라이트(무드 조명)이 추가되었는데, 공기 배출구와 대시보드 아래쪽의 경계를 이루는 부분이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간접 조명 효과가 뛰어나다. 무드 조명은 도어 트림 팔걸이 아래에도 마련되어 있다. 다만 대시보드 아래쪽을 덮은 다이아몬드 스티치 가죽 내장재와 무드 조명은 스티어링 휠 왼쪽에는 들어가지 않는데, 운전석에 앉으면 스티어링 휠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는 만큼 어색하지 않다.

대시보드가 달라진 이유는 이전 구조로는 대형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설치할 자리가 마땅치 않았던 데 있다. 전에는 8인치/9인치 스크린 양쪽을 세로형 공기배출구가 가로막고 있었는데, 렉스턴 뉴 아레나에서는 가운데 공기배출구를 얇고 넓은 모양으로 바꾸면서 그 위에 가로로 긴 12.3인치 스크린을 올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12.3인치 풀 LCD 계기판 디자인과 메뉴 구성은 이전과 같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의 메뉴 및 화면 구성과 인터페이스는 2022년에 출시된 토레스의 것과 같다. 기능 면에서는 스마트폰 프로젝션(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연동 기능) 및 최상위 트림에 들어가던 3D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기능이 빠지는 등 이전 8인치/9인치 스크린을 썼던 시스템보다 퇴보한 점도 있다. 다만 스마트폰 프로젝션 기능은 시스템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리 버튼이 없어진 점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고, 터치 스크린 감도가 좋지 않은 것과 반응 속도가 조금 느린 것, 전반적으로 작은 글씨는 개선되면 좋겠다. 참고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오토로 구동된다.

대시보드 가운데 공기 배출구 아래에 자리를 잡은 공기 조절장치 패널은 인터페이스가 버튼식에서 터치식으로 바뀌었다. 기능과 구성은 버튼식일 때와 같아 터치 영역이 크고, 터치할 때에는 소리로 터치 여부를 알려주고 기능 온/오프 상태는 빨간색 표시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터치 패널 표면이 고광택 처리가 되어 있어 반사가 심하긴 하지만 조절 항목 위치는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다. 유일하게 아래쪽 가운데에 있는 비상등 스위치만 물리 버튼으로 되어 있다.

센터 콘솔 디자인과 장비 구성은 부분 변경 전과 같다. 8단 자동변속기의 전자식 기어 셀렉터 뒤에 주차 브레이크 스위치를 포함해 주행 관련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버튼류를 모아 놓고 그 뒤에 파트타임 4WD 시스템의 구동 모드 선택 다이얼을 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왼쪽 컵 홀더 앞에 있는 두 개의 USB 포트는 모두 C타입으로, 왼쪽은 데이터 통신용이고 오른쪽은 충전용이다. USB-C 포트로 바꿔 데이터 전송 및 충전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 KG모빌리티의 설명이다.

좌석 형태와 기능은 이전과 같다. 앞좌석은 노블레스 트림 시승차를 기준으로 운전석이 8방향, 동반석이 6방향 전동 조절 기능이 있고, 운전석에는 4방향 허리 받침 전동 조절 기능이 있다. 좌우 앞좌석에는 3단 조절 열선 및 통풍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뒷좌석도 좌우 열선 기능이 마련되어 있다. 뒷좌석은 6:4 비율로 좌우가 나뉘어져 있고, 등받이 각도 조절 및 앞으로 접어 넘기는 기능만 있을 뿐 슬라이딩이 되지 않는 것도 이전과 같다. 뒷좌석 무릎 공간이 좁지는 않아도, 적어도 5인승 모델에는 슬라이딩 기능을 추가하면 좋을 듯하다. 앞뒤 좌석 모두 여전히 크기는 넉넉하고, 쿠션은 두툼하면서도 적당히 탄력이 있다.


눈길을 끄는 요소 중 하나는 내장재 색이다. 시승차에는 렉스턴 뉴 아레나에서 새로 추가된 카키색 가죽 내장재가 쓰였는데, 색을 잘 조절해 촌스럽지 않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카키색 말고도 클래시컬 베이지와 마룬레드(스웨이드 퀼팅)가 내장재 색으로 새로 선보였는데, 마찬가지로 실내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만든다. 다만 도어 트림 위쪽과 대시보드 위쪽에는 가죽이 아닌 소프트스킨 재질이 쓰였는데, 밝은 카키색 내장재에서 대시보드 위쪽 모서리의 스티치 부분이 가짜 티가 두드러지는 것이 아쉽다.

앞좌석 사이에 있는 센터 콘솔 뒤쪽에는 전과 마찬가지로 뒷좌석용 공기 배출구, 12V 소켓과 충전용 USB-C 포트 두 개가 마련되어 있다. 뒷좌석용 USB 포트도 이번에 C타입으로 바뀌었다. 센터 터널이 높지 않아 좌우 이동이 편리한 것도 이전과 같다.

적재 공간도 크기와 꾸밈새 모두 이전과 같다. 시승차와 같은 5인승 모델에서는 트렁크 바닥 패널이 앞뒤로 나뉘어 있고 위아래 2단으로 배치하거나 세워놓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해치 외에는 뒷좌석이나 적재 편의성에 관한 기능은 모두 수동식이다. 탑승 공간도 그렇고, 차체 아래에 프레임이 깔려있는 만큼 실내 바닥이 높지만 그만큼 천장도 높아서, 적재량 자체는 무리 없는 수준이다.

동력계 및 구동계 구성과 성능도 이전과 같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성능을 내는 2.2L 디젤 터보 엔진이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리고, 2WD(뒷바퀴굴림) 방식을 기본으로 파트타임 4WD(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파트타임 4WD 시스템은 시속 70km 이하 속도에서는 주행 중에도 2H 모드와 4H 모드를 전환할 수 있고, 저속 기어로 험로 주행 때 도움을 주는 4L 모드는 정지 상태에서 기어를 N(중립)에 넣은 뒤 전환해야 하는 전통적 방식이다.

사진제공: KG모빌리티

스티어링, 핸들링, 가속과 감속 등 전반적 주행 특성은 큰 틀에서 이전과 같다. 구조적으로나 세부 조율 면에서 이전과 달라진 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엔진 성능은 부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크고 무거운 차체를 감당하기에는 여유가 크지 않아서, 가속에서 시원함을 느끼기는 어렵다. 운전자 한 사람만 타고 있는 상태에서도 주행 중 가속은 차분하고 꾸준하게 이루어진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도 변속 시점이 조금 늦춰질 뿐 가속하는 정도에는 큰 차이가 없다. 변속기의 변속 속도도 마찬가지여서, 수동 모드로 전환해 스티어링 휠 뒤의 패들로 변속해도 변속기가 반응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수동 모드는 엔진 회전영역을 알맞게 활용하는 데 쓰는 정도의 기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승차에는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과 차선 유지 보조(LKA) 및 중앙차선유지보조(CLKA) 기능을 포함해 다양한 ADAS 기능이 들어가 있다. IACC와 CLKA 모두 위화감 없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편이다. 다만 IACC는 정차 후 재출발을 지원하지만 자동 재출발은 정차 후 약 4초 이내에만 가능하고 LKA와 차선이탈경고(LDW)는 차선 인식 감도가 조금 낮은 편이다.

사다리꼴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은 보디 온 프레임 형식 구조를 바탕으로 앞 더블 위시본, 뒤 솔리드 액슬 기반 멀티링크 시스템을 쓰는 섀시를 쓰는 SUV가 대부분 그렇듯 운전자의 조작에 차체가 조금 둔하게 반응한다. 섀시 성격이 비슷한 기아 모하비보다는 전반적으로 좀 더 느긋하고 부드러운 설정이어서, 일반 도로에서 주로 쓰는 2H 모드로 주행하면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 조작에 차체가 따라오는 속도가 늘어지는 듯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하체와 차체가 아주 따로 움직이는 느낌은 아니다.


차를 부드럽게 다룬다는 전제 아래 일반 도로에서 승차감은 부드럽고 편안하지만, 조금 과격하게 다루면 가속, 감속, 코너링 때 모두 불안할 정도는 아니어도 차체 쏠림을 몸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ABS나 ESC의 개입도 조금 빠른 편이다. 물론 이 정도 크기의 SUV에서 차고 조절식 에어 스프링 및 댐퍼를 쓰지 않는 한 온로드와 오프로드 조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승차감과 핸들링을 얻기는 어렵다.


전반적인 방음 처리는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올 터레인 타이어가 끼워진 시승차를 모는 동안에도 차체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고속도로 제한속도 이내에서는 주행 중에 공기를 가르는 소리도 미미한 편이다. 다만 엔진 소리의 톤 자체가 날카로운 편이어서 저속에서는 상대적으로 엔진 작동음이 도드라지는 편이다.

사진제공: KG모빌리티

KG모빌리티는 렉스턴 뉴 아레나의 뒤 서스펜션 댐퍼 내부에 리바운드 댐퍼를 추가해 뒷좌석 승차감을 개선했다고 한다. 댐퍼 내부에 댐퍼가 눌렸다가 펴질 때의 반발력을 완화하는 기구를 설치한 것이다. 일반 도로의 과속방지턱이나 험로의 요철에서 차체 뒤쪽이 들썩거리는 현상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요철을 통과하는 주기와 속도에 따라서 효과의 정도는 차이가 있다. 솔리드 액슬에 멀티링크를 결합한 뒤 서스펜션 구조 자체는 이전과 같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와 같은 서스펜션 구조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승차감 설정은 여전히 험로 주행 때 유리해서, 비교적 거친 노면에서도 적당히 편안한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바퀴의 접지력을 살려 달릴 수 있다. 다만 험로 주행에 관한 장비와 기능의 사용 편의성이 여전히 10여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아쉽다. 2H와 4H 구동 모드의 자동 전환 기능이나 노면 조건에 알맞게 구동력을 자동 제어하는 기능 등은 이미 다른 브랜드 차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서 더 그렇다. 심지어 특별한 주행 관련 제어 기능이 아닌 종횡 경사계와 같은 계기조차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리하면, 렉스턴 뉴 아레나는 하드웨어는 그대로 둔 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비롯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일부 심미적 요소를 개선하는 정도의 작은 변화를 거친 올 뉴 렉스턴이다. 차 전체를 종합적 관점에서 관리하고 제어하는 등 대형 자동차 업체들이 요즘 개발해 내놓는 차들에 구현되고 있는 기술적 특징과는 거리가 있지만, 경쟁 모델보다 싼 값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사용자가 차를 접하고 쓰는 단계에서 편의성과 편리함을 체감할 수 있는 요소들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변화의 초점을 최신 기술이나 편의 장비 등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층을 끌어들이기보다는 전통적 SUV의 특성을 이해하고 선호하는 특정 소비자층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맞춘 셈이다. 사실 지금까지 썩 좋지 않았던 회사 형편을 생각하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조만간 기아 모하비가 단종되면 렉스턴 뉴 아레나는 동급 유일의 국산 보디 온 프레임 구조 SUV로 남는다. 이미 시장 흐름은 철저하게 온로드 주행과 거주성 및 편의성을 중시한 승용형 SUV로 기울어 있는 만큼, 렉스턴 뉴 아레나는 틈새 모델로서 개성과 특징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아쉬움은 있지만 전통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한채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가능한 노력을 담아 새단장했다는 점에서 렉스턴 뉴 아레나의 가치는 나름 인정할 만하다.


[ * 더 다양한 자동차 이야기와 정보들을 제이슨류닷넷 본진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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