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보다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
2010년 이후 제주관광은 연평균 10% 이상의 두 자리수 관광 성장을 이루면서 순항하고 있다. 2015년 관광객은 연간 1300만명이 방문하고, 매달 약 1,500여명 이상의 제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으려 이주해 오고 있다. 대부분은 지방이 인구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1%애 불과한 경제규모와 섬이라는 불리한 환경을 가진 제주로의 순인구유입은 이례적 현상이다. 인구 유출지역이었던 제주가 순유입으로 전환한 것은 57만명 수준이던 2010년부터다. 2013년 제주인구는 60만명을 돌파했다. 1987년 50만명을 돌파한 지 26년 만이다. 그리고 2015년 62만명으로 2년만에 약 2만명이 늘어났다. 현 속도라면 2018년에는 70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이른 전망도 나온다.
급격한 관광객 증가와 인구유입은 경제적으로 지역경제활성화와 안정된 내수시장 형성이란 편익을 가져왔지만, 한편으로 새로운 걱정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청정제주로 불리는 제주도민의 삶의 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심은 평일에도 주차난과 교통난에 고통받고 있고, 넘처나는 생활쓰레기로 인해 새로운 매립장을 확보해야 할 형편이다. 올레길과 해변을 중심으로 생겨나던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는 생태와 힐링문화의 상징이었지만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이러한 건축물들은 이제 난개발의 원흉으로 해안과 제주마을을 독특한 경관을 망치고 있는 원인으로 치부되고 있다.
관광객수 증가를 의미하는 양적성장은 관광발전의 대표적인 지표이다. 관광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제주는 이러한 양적성장을 곧 지역발전으로 여겼다. 이는 암묵적으로 '많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낙수효과에 기댄 성장담론의 신화에 기초한다. 하지만 관광이란 현상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련하기 때문에 많으면 좋다는 경제적 이득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관광구조에 기반하여 세밀하고 섬세하게 들여다 보아야만 한다. 겉으로 이득보다는 것 같지만 안으로 손해보는 장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광에는 관광수입의 역외유출, 즉 관광유출의 가능성이 상시 존재한다. 이로 인해 지역관광수입은 100% 모두 지역에 남는 것이 아니라 적게는 30%, 많게는 90% 이상이 관광지를 벗어나 보통은 관광객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유출된다. 이런 경우 관광은 보통 빚좋은 개살구와 같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필리핀의 세부나 발리 등을 보면, 관광객이 주로 머무는 유명해변 주변은 선진국 못지 않은 모던한 건물과 잘 포장된 도로 등으로 발전한 것 같지만, 조금만 벗어나 지역민이 사는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그들 삶의 공간은 열악하지 그지 없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곳만 보면 지금까지 왔던 그 많은 관광객이 쓰고 간 돈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지 않을 수 없다. 환경적으로도 지역의 현재가치의 최대화만 추구하다 미래가치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지역의 고유성을 잃어버려 차별성이 없앤다. 제주에 오는 이유는 제주의 환경적 가치가 품고 있는 여유롭게 쾌적함일텐데 빌딩은 높고 빽빽해지며 확장된 도로에 자동차만 생생달린다. 제주가치의 상징인 오름과 곶자왈, 한라산과 중산간 주변은 투자유치란 명목으로 그렇게 녹색지대는 사라지고 어디가서나 볼 수 있는 콘도와 호텔, 골프장들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그렇다고 제주가 서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제주가 서울에 버금간다 할지라도 과연 서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데도 자꾸 서울처럼 되어 간다. 바야흐로 제주는 제주다움을 잃어버리고 발전이란 통해 병들고 있다.
이처럼 관광수입의 역외유출 구조를 최소화하는 관광구조를 갖추지 않는 한 관광지는 경제적 혜택도 적고 난개발이나 쓰레기 등 사회문화적 환경은 악화되는 등 주민의 삶의 질적 발전은 느리거나 없다. 그렇다면 한국 최고의 관광지인 제주는 어떤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관광객 1,000만명 돌파를 정책과 관광산업계에서는 중요한 업적으로 홍보하지만 제주도민이 느끼는 실질적인 체감효과는 미비하다. 이로 인해 최근 '질적성장'이라는 이슈를 정책당국에서 들고 나오고 언론에서 이슈화하며 제주도민들도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제주도 당국은 작년부터 관광객수를 정책에 활용은 하지만 업적으로 대외적으로 내세우지 않는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
나아가 제주도는 지난 4월(2016.4.18), 제주도에서는 '제주관광 질적성장 계획'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양적성장에 걸맞는 제주관광의 질적성장의 요구가 있다고 진단하면서 체류일수와 관광객만족도를 중심으로 1인당 평균지출비용, 여행행태, 마케팅변화지수라는 5개 지표를 설정하고 목표관리를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거창한 포부에도 불구하고 세부적 내용을 보면 지역연계융복합관광, 관광개발사업, 위기관리, 환경친화행태, 쇼핑관광상품 개발, 관광품질 고급화 등 기존에 제기되었던 토건과 개발, 그리고 관광객 위주의 패러다임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성장패러다임으로 질을 말하면서 성장을 함께 언급하고 있다. 이른바 '질적성장'이다. 언뜻보면 맞는 용어같지만 질은 개선되는 것이지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제주관광의 경쟁력을 양에서 질로 변경하겠다는 것은 그간의 제주관광정책당국을 지켜본 입장에서 큰 사고의 전환임이라는 점에 애써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렇다면 질(quality)은 무엇인가? 퀄리티라고 말하는 질은 우선 '아름다움'이나 '미' 또는 '맛'과 같이 매우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다. 사전적으로는 '사물의 속성, 가치, 유용성, 등급 따위의 총체'로, 그리고 철학적으로는 어떤 사물이나 객체가 가진 고유의 성질로 고유의 성질을 잃어버린 객체는 존재자체의 의미를 더 이상 확보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제주관광정책을 양에서 질로 전환한다는 것은 제주가 가진 고유의 성질에 더욱 집중하려는 가치 또는 패러다임이라 볼 수 있다. 즉, 지금까지의 관광객이나 이를 통해 혜택을 얻는 관광산업적 관점이 양적관광의 패러다임이라면 질적관광이란 제주의 고유성을 의미하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 등에 더욱 집중하려는 패러다임을 말한다. 관광객이나 관광산업이 아닌 관광지인 지역이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관광이나 지역기반관광(community-based tourism)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언급되듯이 경제적 측면에서의 관광지출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어 '내실'을 다지자는 단순한 차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광지출의 선순환적 구조는 질적관광을 추구하다보면 따르는 결과이지 추구해야 할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거리는 양적관광이란 말이다. 지금까지의 논리대로라면 양적관광은 마치 저지해야할 적과 같다. 과연 양적관광은 얼마나 지역에 잘못한 것일까?
지역이 관광을 도입하려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은 관광은 기본적으로 세계화의 첨병으로 역할과 관련된다. 지역이 세게화에 반드시 동참해야 할 이유는 없으나 자의든 타의든 거스를 수 없는 추세임에는 분명하다. 이러한 가운데 자본과 사람, 그리고 기술이 부족한 주변은 중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자연이나 전승되어 보전되어 있는 역사문화는 관광객을 지역에 유인하여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발전시키는데 유력한 수단임이 증명되고 있다. 그러므로 관광객수는 지역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적으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아 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며 너무 많아 지역이 수용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서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했듯이 쓰레기나 교통혼잡, 오염, 환경파괴, 난개발, 그리고 지역문화의 상품화와 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즉, 관광지는 지역민과 관광객이 모두 쾌적할 수 있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환경이 수용가능한 한계가 있는 탄력적이지 않은 유한한 자원인 '토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무한정한 경제적 발전의 추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제주관광은 이론적, 경험적으로 관광의 이러한 측면을 무수히 보고되고 목도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발전 그리고 관광객 위주의 패러다임에서 무한한 확장을 거듭해 왔다. 체계적인 관리없이 '많은 것은 좋은 것이다.'라는 단순한 경제원리, 성장원리에 기대어 온 것이다. 예를 들머 작년에 1,300만명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주관광당국은 배고픈 건지 제2공항을 세우려 하거나, 고부가가치의 복합리조트라는 명목으로 카지노와 부동산 개발 위주의 관광개발정책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그 사이 제주고유의 경관이 파괴되고 있고, 우도는 쓰레기로 몸살을 않고 있으며, 부동산값은 청전부지로 뛰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이를 저지하거나 이러한 현상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대응은 등한시한채 삼페인을 터뜨리기 바빴던 것이 아닐까 싶다.
양적성장은 이처럼 나쁜 것이 아니다.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규모의 양적성장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양적성장의 한계를 어느 수준까지로 볼 것이며, 이를 판단하기 위한 경제적, 환경적, 사회문화적인 측면을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에서의 기초조사나 관리를 행해오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오직 전술적이고 상황적합적인 단기적이면서 협소한 지역적 관점에서 정치적 고려만 하지 않았는가 하는 말이다.
앞에서 패러다임 전환과 양적수요관리란 측면을 언급했다. 질적관광을 언급하면서 단지 관광객과 관광의 내실화, 경제적 측면에 치우친 계획만 언급할 뿐 지역에 포커스를 맞추는 정책의 철학적 가치나 패러다임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와 개념화가 부재하다. 이렇다보니 구체적인 전략은 기존 방안을 재사용하거나 살짝 바꾼 용두사미에 그치고 있다. 특히 통합적 관점에서 제주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기초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광의 질을 얘기하다보니 '질적관광'이 아니라 '질적성장'이라는 양적관광의 성장 발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질적 성장이 질적관광과 항상 등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질적성장에서 언급하는 질과 우리가 생각하는 질은 어딘지 다른 의미일 것 같다는 생각 지울 수가 없다.
두번째는 첫번째 이유와 연결된다. '양'에서 '질'이란 프레임으로 관광을 본다는 것은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표명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광의 구성요소 중 '관광객'과 '관광산업'적 측면만을 여전히 정책당국은 강조하고 있다. 지역은 이를 위한 도구화된 대상일 뿐이다. 셋째는 결국 관광은 관광지인 지역과의 관계맺음 없은 경제적 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필요에 따른 도구적 관계에 국한된다. 관계맺음은 상호작용이고 소통이며 이해란 측면에서 지역의 자연과 역사문화 그리고 지역주민과 어떻게 관계맺음 할 것인가에 대한 배려나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보이는 것은 '소비'라는 매개체를 소통과 이해일 뿐이다. 관광객은 제주에서 소비자로써 지갑을 열었으니 뒷감당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관계의 질'은 그저 많이 쓰고 많이 받고 이를 위해 하드웨어 인프라의 질을 높이는 것을 의미할 뿐 소통의 질이나 이해의 질이 아니다.
넷째, 양적관광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다. 관광지의 필요에 의해 양적관광은 필요하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양적관광이란 관리되어진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관리되어지는 관광의 양적성장은 질적관광을 견인하지만, 반대라면 관광지는 새경쟁 관광지에 의해 대체될 개연성이 높다.
다섯째, 제주도를 놓고 통합적이고 전체적 관점에서의 논의의 필요성이다. 관광은 그 자체만으로 독립된 상품이 아니다. 관광지에서의 경험이라는 상품은 관광지를 구성하고 있는 하부 및 상부구조 모두에게 영향을 받는다. 즉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이해관계자와 다양한 업종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주로 관광적 측면에서 언급된 목표와 전략은 상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주의 최상위 개발관련 법이라 할 수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은 토건과 외부자본에 의존한 개발 패러다임은 질적관광 계획과의 관계설정을 복잡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의 제주관광 질적성장 기본게획은 늦더라도 충분한 검토와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거칠 수 있도록 재검토해야 한다. 물론 전제로서 체계적인 양적수요관리의 목표가 제주가 그려야할 미래와 현실의 조건에 대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설정되고 관리하는 방안의 마련이 우선이다. 양적성장을 관리할 수 없다면 질적관광은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