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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Sungil Kang May 18. 2016

쇼핑몰 천국 방콕의 새로운 바람, 커뮤니티몰

제주 쇼핑관광 활성화에 주는 함의는?

천사의 도시 방콕의 변화 중심, 쇼핑몰

동남아 관광의 메카 방콕을 5월 초 연휴를 이용하여 오랜만에 방문했다. 일과 결부되어 직항으로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태국 북부는 몇번 다녀왔었지만 근 10여년 동안 방콕까지 들리지는 못했었다. 마지막으로 방콕을 찾은 것이 방콕에 BTS가 개통되어 다닌지 얼마 안된 것으로 기억하니 꽤 오랜만에 간 것이다. 10여년 전에 비해 방콕은 많이 변해 있었다. 방콕은 MRT(지하철)와 BTS(지상철) 그리고 공항철도가 꼼꼼이 연결된 전철망과 전철망을 중심으로 들어선 마천루와 거대 쇼핑몰이 이루는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모던한 도시로 변모해 있었다. 미소의 나라, 천사의 도시, 교통지옥 방콕은 여전했지만 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해야 할 것이다. 10여년이란 세월을 절로 느꼈다.


달라진 것은 단지 하드웨어만은 아니다. 방콕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보인다. 예전까지만 하더라도 비록 수도 방콕이었지만 퇴근 시간은 주요 도로인 수쿰빗을 비롯해 어느 곳에서나 동네 입구에 줄지어진 길거리 음식점에서 비닐봉지에 밥과 간단한 반찬류를 사들고 집으로 가는 직장인들을 보거나 아니면 동네 음식점에 가족들이 모여 간단하게 외식하고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방콕에서는 이들은 대부분 퇴근 후 저녁시간에 주요 전철역 인근에 들어선 쾌적하고 선선한 쇼핑몰에 모인다. 그리고 쇼핑몰내 일품요리 식당이나 아니면 저렴한 푸트코트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쇼핑몰 내에서 영화를 본다던지 이런 저런 아이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귀가하는 모양세이다.


10여년 전만해도 방콕의 쇼핑몰이라는 시암근처의 MBK, 월드트레이드센터와 Gaysorn 및 소고백화점이 대표적이었고, 다른 쇼핑몰이라고 해봤자 Ronbinson 백화점이 정도였지 아니었나 싶다. 여기에 나이트마켓이나 위켄드마켓 등의 전통시장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지금은 방콕의 핵심이자 가장 번화한 스쿰빗 로드의 BTS역을 중심으로 한 전철역 곳곳과 MRT선이 역세권까지 쇼핑몰이 확산된 모양세이다. 쇼핑몰도 예전에는 일본식 백화점의 전통을 따르거나 우리나라 세운상가와 같은 MBK와 같은 곳 정도였다면, 지금은 영화관은 물론이고 푸드코트, 아이스링크, 방콕 전통의 맛집이 들어선 레스토랑가 등 하나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몰로 진화한 것 같다.


5박6일이란 짧은 시간이란 시간적 한계와 로스터리카페 투어라는 이번 방콕 여행의 목적이 따로 있었기에 방콕시내의 다양한 쇼핑몰을 다 돌아다녀보지 못한 한계는 있었지만, 방콕에서 가장 핫한 스쿰빗과 프롬퐁 그리고 통로, 팔람9를 중심으로 다녀본 느낌은 그랬다.


쇼핑몰과 더불어 한가지 확연한 변화는 고층빌딩 많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방콕의 스카이라인이 많이 변해 있었다. 특히 이런 고층빌딩은 대부분 호텔이나 쇼핑몰이 들어서 있는 관계로, 옥상은 루프탑바(roof top bar)가 들어서 있어 방콕의 석양과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경향이다. 전형적인 솔로 트레블러인 관계로 감히 이런 곳들을 들려볼 엄두는 내지 못했지만 방콕내에서 예전 나이트클럽이나 바가 하나의 밤문화의 유행을 선도했듯이 이런 루프탑바가 현재의 방콕 밤문화를 선도하는 하나의 흐름이었지 않나 생각되었다.


  방콕 쇼핑몰

방콕 루프탑바(사진 : BK magazine)의 석양과 지하철노선도



쇼핑과 쇼핑몰 그리고 관광

전통적으로 쇼핑은 필요한 것을 사는 경제활동이었다. 하지만 현대 소비사회에서 쇼핑은 더 이상 필요의 충족을 위한 경제활동만은 아니다. 현대인들에게 쇼핑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상품에 투여하는 상징적 소비활동이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레저활동의 영역으로 소환되어 있다. 이처럼 쇼핑은 다양한 측면에서 현대생활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고, 현대 소비사회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쇼핑이 현대사회의 아이콘이라면 쇼핑몰은 이 세가지 축면을 한 장소에 축약시켜 놓고 있다는 면에서 최첨단 소비의 정점에 서 있는 상징물이라 볼 수 있다. 비록 쇼핑물이 현대 소비주의와 물질주의라는 부정적 측면에서 비판받고 있음에도 세계화의 첨병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에게 쇼핑몰에 가서 쇼핑을 한다는 것은 기능적 측면 뿐 아니라 세계인이면서 문명화된 현대를 살며 그곳에서 사는 물건이 그 사함을 상징한다는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쇼핑몰은 19세기 후반 도심 중심에 들어서 백화점 주변에 들어선 다점포 소매센터(multi-store retail centers)에서 기원한다. 20세기 중반 교외화의 진행, 규제완화, 마이카시대의 개막, 도로망 확충 등으로 인해 쇼핑몰은 교외에 집중되었다가 20세기 후반 다시 도심으로 진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쇼핑몰은 슬럼화된 도심공동화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주민과 관광객 도심으로 유인하는 수단으로 재조명되었다. 쇼핑몰이란 아이디어는 기본적으로 실내에서 다양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편리하게 원스탑으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쇼핑몰로 인해 소비자들은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저곳 헤맬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한편 관광적 측면에서 쇼핑몰은 인도어란 특성으로 인해 기후변화의 영향에 민감하지 않고 야간관광의 핵심 어트랙션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오늘날 쇼핑몰은 단순히 쇼핑장소가 아니라 인도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다.(샌프란시스코 등 도시테마 쇼핑몰 터미널 21, 쇼핑몰의 영화관과 아이스링크 센트랄프라자 팔람9)


이러한 쇼핑몰은 최근 몇가지 변화의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먼저 쇼핑에 레크리에이션의 융합이다. 이제 쇼핑몰은 더이상 단지 쇼핑만 하는 장소는 아니다.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장소이다. 레스토랑과 카페, 아이스스케이팅 링크, 교육센터, 영화관, 푸드코트와 어린이 놀이시설까지 들어가 있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센터인 것이다. 두번째 흐름은 쇼핑몰이 지역외 외부 방문을 유인하는 관광매력물이다. 이제 쇼핑몰은 단순히 지역주민만를 위해 봉사하지 않는다. 쇼핑몰의 엔터테인먼트화는 그 자체가 매력물이 되어 관광 어트랙션으로 기능한다. 예를 들면, 쇼핑몰에는 호텔과 여행사, 렌트카 사업자, 환전서비스 등 여행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가 접목되고 있다. 세번째 추세는 쇼핑몰 디자인과 쇼핑센터 개발의 '테마'화이다. 이제 쇼핑몰은 하나의 주제공원이다. 층마다 각나라를 대표하는 컨셉으로 개발하는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쇼핑몰은 단순히 쇼핑객이나 관광객,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는 사람들 외에도 좀 더 커뮤니티 지향적이 되어 가고 있는 트렌드이다. 이제 쇼핑몰에는 기존의 소매업자와 쇼핑객, 레크리에이션 시설, 호텔이나 여행사 등 외부방문객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병원, 교회, 법률서비스, 우체국 등 커뮤니티 밀착형 서비스도 제공하기에 이르고 있다. 즉, 현대의 쇼핑몰은 단순히 쇼핑장소나 즐기기 위한 장소 외에도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도 제공하는 하나의 가상도시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곳으로 이르고 있다.


쇼핑몰의 변화 트렌드


커뮤니티 몰, 지역친화적 쇼핑몰 개발 패러다임

방콕은 세계 여행자들에게 사랑받은 도시였지만, 그것은 역사문화자원과 자연자원 그리고 비교적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이점 등에 기반했다고 볼 수 있다. 쇼핑품목이라 해봤자 지리적 문화적 특성에 기반해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념품 류가 주류였다. 하지만 현재 방콕은 해외의 유명브랜드 뿐만 아니라 자라나 유니클로 등 중저가의 브랜드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쇼핑몰과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파워 있는 로컬브랜드와 결합 등을 통해 쇼핑 중심지로 도시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쇼핑몰이 규모의 경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대규모 메가 쇼핑몰인 경우가 많아 자본투자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쇼핑몰 운영은 대부분 태국의 대기업이나 대자본가에 의해 건설되고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나친 상업주의와 물신주의, 서양문화의 빠른 침투 등 경제와 사회문화적으로 지역과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지는 의문이다. 비록 관광객의 입장에서 비교적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쇼핑몰의 물가는 일반 평균적인 태국서민들이 접근하기에는 상당히 높은 실정이 아닌가 싶다. 지역 커뮤니티와의 단절은 이런 점에서 어쩌면 필요악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 중 우연치 않게 목격하게 된 것은 태국 내에서도 방콕의 대규모 쇼핑몰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문제인식을 하고 있다는 증거와 같다. 역세권에 세워진 대형 쇼핑몰은 동네상권의 붕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이미 한국에서도 경험한 바인데, 국내는 이마트 등 편의품 위주이고 규모도 방콕의 쇼핑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상권과 지역민의 강한 저향에 맞닥뜨리고 있다. 관광에 많은 것을 의존하는 경제구조의 특성 상 비교적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쇼핑몰은 태국 당국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막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쇼핑몰로 인한 지역상권의 붕괴는 가뜩이나 소득불평등이 큰 사회구조의 안정화를 장기적으로 볼 때 저해시킬 수 있다는 문제를 갖는다.


이러한 점에서 태국 방콕에서도 한국의 청담동과 같은 가장 핫하고 비교적 부유층과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여 지역의 트렌드리더 들에게 사랑받는 통로 지역에서 만난 쇼핑몰은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쇼핑몰은 통칭 '커뮤니티 몰(Community Mall)'이라고 불리는 소규모 쇼핑몰인데, 커뮤니티에서 성공한 로스터리카페&레스토랑 로컬브랜드를 중심으로 크진 않지만 브랜드력 있는 지역의 다양한 로컬브랜드를 입점시켜 지역친화적 쇼핑몰을 만드는 형태이다. 통로에 위치해 최근 운영을 시작한 '더커먼즈(The Commons)' 는 그 대표적인 커뮤니티 몰이라 볼 수 있다.


더커먼즈는 설립의도에서 보듯이 쇼핑몰보다 먼저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 지역에서 자생하여 성공한 브랜드력 있는 맛집, 카페, 베이커리, 수공예품점 등을 집적하여 한편으로, 피트니스센터, 육아교실, 쉐어키친 등 커뮤니티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같이 집적시킨 쇼핑몰이다. 이곳을 통해 자연스럽게 외부 방문객을 끌어 들임과 동시에 지역주민들과 교류하는 접점을 구축함으로써 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공공히 하자는 취지이다. 건물들은 개방형 노출형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4층 건물이며, 4층에는 이 아이디어를 처음 제공한 지역의 유명 로스터리 카페 레스토랑 브랜드인 'Roasts'와 쉐어키친이 자리잡고 있다. 2~3층은 프라워샵, 전문악기점, 디저트카페와 육아 교육공간, 피트니스 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1층은 지역의 다양한 맛집, 로스터리카페, 베이커리 등이 마치 시장의 형태로 개방형으로 오밀조밀 자리잡고 있다.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태국의 트렌드리더라고 할 수 있는 젊은이들과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끌고 있었다. 이러한 성공에 기반한 것인지 가까운 이웃에 '72 Court Yard' 을 비롯 한두개의 커뮤니티 몰이 더 들어서고 있었다. 기본적 구조는 더커먼즈와 유사한 노출 콘크리트 구조의 건물이며 입점 브랜드는 모두 소규모 유명 로컬브랜드들이다.




제주에의 함의

아시아의 대표적인 도시관광지인 방콕은 21세기 들어 새로운 변화의 조류 속에 들어선 것 같다. 국경없이 흐르는 신자유주의와 이로 인해 폐해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방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자본집약적인 대형 쇼핑몰도 늘어나는 전철 노선을 따라 증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역의 로컬브랜드를 키우고 집적시키면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커뮤니티의 필요도 충족시키는 대안적 형태의 쇼핑몰인 커뮤니티 몰도 들어서고 있다.


비록 커뮤니티 몰이 들어서는 지역이 방콕의 가장 트렌디하고 부유한 지역이기는 하지만, 지역 리더들은 관광선지지 답게 관광과 커뮤니티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하이브리드하고 모던한 커뮤니티 몰을 기획하고 현실에서 실현시키고 성공시키고 있기까지 한다.


한국의 도심이 지역재생이라는 이름으로 '문화'를 앞세워 지역의 자연스러운 풍경을 살리면서 개별적으로 진행됨에 비해 방콕은 그들 쇼핑몰이라는 형태로 집적화시켜 지역내 의미있는 상징물이자 공간을 창출해내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 다소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이로 인해 젠트리피케이션과 골목골목 이방인의 방문으로 인해 지역주민의 일상생활이 지장받고 있다는 점에서 방콕의 커뮤니티 몰은 외부방문객을 일정공간에 집적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지역주민과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방안이 아닌가 싶다.


특히, 쇼핑관광의 기반이 약하고 대형 쇼핑몰은 지역상권 붕괴에 대한 우려감을 가지고 있는 제주의 경우 방콕의 이러한 지역재생 방안은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다.


참고문헌

Timothy, D.J.(2005). Shopping tourism, retailing and leisure. Channel view publica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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