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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Sungil Kang Apr 27. 2016

오름인듯 오름이 아닌듯, 단산(簞山)

제주남서부의 숨겨진 비경

360여 개의 오름은 제주만의 독특한 시각적 경관을 상징하는 요소이다. 주로 제주의 오름은 한라산을 기준으로 동사면과 서사면을 따라 중산간을 거쳐 해안까지 이어진 오름군을 형성하고 있다. 단산은 이러한 오름 중 특이하게 남서쪽 제주에서 가장 넓은 들을 형성하는 모슬포(대정읍) 지역에 뚝 떨어져 있는 오름이다. 행정적으로 단산을 기준으로 추사유배지로 알려진 인성리와 빼어난 해안경관을 자랑하는 사계리의 경계에 있다. 지역민에게는 바구니를 닮았다 해서 '바굼지오름'이라 불리었는데, 이를 한자로 표시한 것이 단산이다. 멀리서 보면 보면 박쥐가 날개를 펼친 모습을 연상케 한다.


제주에서 살면서 많은 오름을 오르지만 단산은 특이하게 나와 인연이 없었던 오름이다. 들판 한복판에 둥근 분화구를 갖는 다른 오름과 달리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시각적으로 뭔가 낯설어였는지, 아니면 주위의 산방산과 송악산이라는 풍경이 빼어난 오름 사이에 있어 관심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모르지만 단산을 올라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주변에 있는 대정향교나 대정읍성까지는 자주 갔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단산을 오르기 전, 인성리 마을 안 길을 지나 농로를 따라가다 보면 단산의 북쪽, 인성리 방면 밭과 농로 사이에서 돌로 쌓아놓은 방사탑이 먼저 한번 둘러보는 것이 좋다. 단산의 북쪽은 제주에서는 모기 힘든 절벽의 형태인데, 이 절벽 때문인지 인성리 사람들은 남쪽 방향에서 사악한 기운을 느꼈나 보다. 이 기운을 막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마을 남쪽 단산 북쪽에 세운 탑이 방사탑이다. 모두 4기를 세웠는데,  그중 2기는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인성리 사람들은 단산의 북쪽 절벽의 그늘에서 그런 기운을 많이 느끼지 않았나 싶다. 이런 생각을 갖고 보면 산세가 조금 음산하게도 보인다. 박쥐와 닮은 모양이라 생각하면 더욱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농로를 따라 대정향교로 넘어가기 전이 단산을 오르는 입구이다. 입구에서 북쪽 절벽 밑 평탄 하게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일제시대 진지동굴 표지판을 발견하게 된다. 왕복 10여분 거리이니 잠시 들려보자. 다시 등산로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단산의 봉우리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면 지금까지 온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동북쪽으로는 근육질의 산방산이 있고 그 너머 멀리 한라산까지 시야를 방해하는 것은 없다. 남쪽으로는 형제섬과 사계해안 그리고 송악산 그리고 그 너머 가파도와 마라도가 펼쳐져 있고, 서쪽으로는 모슬봉과 알뜨르 비행장을 조망할 수 있다. 단산을 둘러싼 밭들에 심어진 각종 색깔의 농작물이 그 경계를 가르는 검은 현무암의 돌담으로 인해 제주만의 독특한 전경을 자랑한다. 산은 158m로 낮지만 들판 한가운데 쏟아 있어 조망이 좋다. 따뜻한 봄녁 햇살을 받은 남쪽 바다는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단산의 정상에 서면 정상을 형성하고 있는 바위들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제주에서 흔히 보는 검은 현무암이 아니다. 자세히 보면 퇴적층인데, 이는 원래 이곳이 오랫옛날 바다였던 곳이었는데 화산 폭발로 인해 화산재 등이 퇴적된 퇴적층이기 때문이다. 이 비교적 무른 퇴적층이 오랜 시간 바람과 바도 등에 깎여 지금과 같은 모양을 형성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단산이 대부분 원추형으로 보이는 다른 오름과 다른 이유를 알 수 있다. 오름 분화구의 대부분은 형체도 알 수 없이 시간에 의해 사라져 버렸고  그중 일부가 남아 있는 것이 현재의 단산이 된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단산의 분화구의 크기를 상상할 수 있다.  

현재, 단산 북사면 바로 밑으로 도로를 바로 빼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머잖아 마을 안길 농노를 통하지 않고 바로 오름 입구까지 연결된다면 지금의 한적한 단산에 올라 남녘 태양을 받으며 호젓하게 제주를 담고 느낄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경우 단산이 비교적 잘 부서지는 퇴적층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탐방으로 인해 정상이 빨리 훼손될 우려가 있다. 도로의 개통에 앞서 등산로와 정상 부근의 계단, 정상을 답압으로 인한 훼손에서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세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정상 북쪽은 가파른 절벽이라 많은 사람이 몰릴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도 큰 점도 우려된다.                                                    

공군레이더가 정상에 있는 모슬봉과 대정읍 전경과 멀리 보이는 송악산과 사계해변 그리고 형제섬
남쪽에서 본 단산 전경과 색색의 들판넘어 보이는 한라산
정상에서 보는 산방산과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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