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son Sungil Kang Feb 15. 2016

제주관광,디톡스가 필요한 때

환상적 여행, 여행의 환상

요즘 제주는 그야말로 핫하다. 제주시에 이어 서귀포시에서도 아파트 평당분양가가 1,000여만원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어지간한 해변 땅은 부르는게 값이고 그 많던 농가의 빈 돌담주택은 찾아보기 힘들뿐 아니라 부르는게 값인 시대가 되었다. 연간 1300만명이 방문하고 매월 1,300여명 이상이 순이주해 온다는 제주이다. 제주는 그야말로 관광지로써, 새로운 삶의 기회의 땅으로써 핫한 지역이 되었다.


제주로의 인구유입과 관광성장은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문화적 요소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람들을 제주로 이끄는 청정한 '환경'의 악화를 이끌고 있다. 해안과 중산간 지역의 난개발, 교통혼잡 뿐만 아니라 지가상승으로 인한 주거환경의 악화 등 뜻하지 않는 부작용을 목도하게 된다. 이러한 부작용 중 제주사람들이 갖고 있던 정신, 즉 제주라는 환경에서 오랜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오던 제주인의 소울(soul)의 희석은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옛부터 제주는 육지와 떨어진 화산섬이라 워낙 물자도 부족했고 환경적으로 열악했다. 제주사람들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도 생존하기 위해 서로 아끼고 돕지 않을 수 없었다. 제주말로 '수눌음정신', '조양정신'이라 부른 제주사람들의 정신적 유산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모든 것이 부족했기에 조그만한 것도 나누고 도왔다. 그렇기에 거지가 없었으며 도둑을 두려워해 굳이 대문을 세울 필요도 없었을 만큼 사람들 서로 간에는 물질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유로웠던 곳이 제주였다. 이를 '삼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세대를 통해 전해내려오던 소중한 역사문화적 정신 유산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억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땅값이 얼마 올랐고 어디가 오를 것인지, 무엇을 해서 돈을 벌었으며 등 한마디로 사람들이 다소 들떠 있다. 누구는 그것을 '발전의 기회'이라고 부르고 어떤이는 '성공의 기회'라고 말한다. 그 사이에서 제주인의 정신과 문화, 전통, 풍경, 땅, 바람, 물 등 제주의 모든 것은 상품으로써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아야만 하는 사명감에 힘겨워하고 있다. 제주의 모든 것이 소비되고 전시되어 '상품가치'를 우선시하는 사고방식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예전보다 분명 사람들간의 관계는 명확해졌고 생활은 편리해졌으며 번영한 것처럼 보이는 분명하다. 그러나 암암리 제주인의 유전자 속에 전통으로 박혀있던 소박했던 제주의 소울은 박물관이나 문화축제에서나 옅볼 수 있는 것으로 박제화되고 있다. 관계맺음이 아닌 거래, 제주사람이 아닌 '소비자'가 사람간 소통의 근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제주사람인가? 논리와 사고에서 많은 부분을 자본과 연결시키려하고, 소비자로 생각하려 하며, 관계는 거래관계로 대하려 한다. 예전에는 내가 시간이 있어서 도와주고 싶어서 도왔던 행위들이 노동제공이란 '상품'으로 변하여 노동의 댓가라는 금전이 오가는 행위가 되었다. 나만 그런가 싶었지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비슷한 것 같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희귀자본이자 독점자본적 성격이 강한 부동산 개발에 기반한 성장이라는 관광지 제주의 필연적인 숙명이지 않을까 싶다. 관광성장의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광지의 성장은 기뻐만 할 것이 아니다. 지역의 관점에서 세밀하고 분석되고 대처해야 한다. 단기적 성장의 달콤함에만 취하다보면 그 성장을 이끌었던 핵심 요소의 희석과 부재를 볼 수 없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관광은 마약과 같다.' 작은 호기심과 무지에서 오는 환상이 결국 정신을 갉아먹는 계기가 되는 것처럼, 관광으로 인해 특수성으로 대변되는 지역의 소울은 희석되고 자본주의 소비자와 생산자라는 보편화의 길을 가게 된다. 외부인 방문에 대한 호기심과 자연스런 미소는 관광발전이란 명목으로 '환대'라는 사명감으로 바뀌어 거짓미소를 짓게 강요된다. 자연은 그 존재가치가 아니라 활용이나 거래가치적 관점에서만 바라보게 된다.


지금 제주인의 소울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기 전의 석양과 같다. 양적 확장만을 거듭한 제주관광에도 이제 디톡스가 필요하다. 늦었다 생각할때가 적기라는 말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장기적 안목으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다시 떠오르는 석양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정 피할 수 없다는 중독되는 속도라도 늦춰야 한다. 오랫동안 제주가 환상적 여행지로, 여행에서의 환상을 충족시키는 곳이 되려면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