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미야자키 여행 2박 3일
이번 여행기는 규슈남부의 중심도시인 가고시마에 동쪽으로 이웃해 있는 미야자키 여행이다. 규슈남부여행을 계획하고 총 11박 중 오고가면서 들린 규슈여행의 관문 후쿠오카 2박을 제외한 9박의 여행 중 미야자키에서의 2박은 여행지로서의 규슈남부의 매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
이번 여행은 개인적으로 미야자키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최근 국내에서도 뜨겁고 관광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슈인 '지역재생'과 관련해서 읽은 니치난시의 사례 때문이다. 관광 즉,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와 관련한 다양한 현상을 학문적 그리고 직업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이 또한 직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여행은 단순히 일상탈출과 힐링이라는 목적도 있지만 한편으로 언제나 일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 직업적으로도 다양한 현장을 방문하여 즉각즉각 변화는 트렌드나 인사이트 등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작가와는 같은 듯 다른 나의 일이 그래서 좋다.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미야자키의 매력은 내가 살고 있는 제주의 매력 포인트와 너무 유사하다는 점에서 놀랍다. 제주의 매력이라면 고립으로 인해 현대인들에게 상대적으로 희귀한 잘 보존된 자연, 남쪽 고유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후 등의 우호적인 자연환경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지역의 사회문화적 독특성을 들 수 있다. 미야자키는 나에게는 바로 이렇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미야자키 역에 내려 역앞 광장에 섰을 때 야자나무가 늘어서 있는 풍경을 보며 이국적이라기 보다는 친숙함을 먼저 느낀 곳이다.
규슈남부 정확하게는 남동쪽에 위치한 미야자키현은 미야자키시를 중심으로 하는 곳으로 국내에는 아마도 야구팬들에게 프로야구의 전지훈련지로 많이 알려진 지역이다. 후쿠오카에서 규슈남부로 접근하려면 기리시마 연산이라는 산맥을 넘어야 하는데, 미야자키는 북쪽과 북서쪽에 기리시마 연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동쪽으로는 태평양에 접해 있어 고립되어 있는 형상의 지리적 특성을 갖는 지역이다. 아직까지 일본교통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신칸센도 이곳 미야자키에는 노선이 없다. 가고시마나 후쿠오카에서 재래선이라고 불리는 보통열차를 타고 가거나 고속도로로 아니면 미야자키 공항을 통한 항공교통을 이용해 미야자키에 접근할 수 밖에 없다.
미야자키 여행은 이러한 자연적 특성 때문에 산악과 해양 모두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기리시마 연산은 일본 신화가 깃든 다양한 화산과 화구호, 계곡과 관련하여 산행, 산악트레일, 계곡탐방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제공하고, 태평양 연안지역은 서핑, 낚시, 스킨스쿠버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미야자키시 바로 밑 니치난으로 이어진 니치난 해안은 일본 서퍼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핫한 플레이스이다.
한편 지리적으로 고립성이 강한 지역은 사회적으로 보면 먹고사는 것과 같은 물자가 풍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체로 자연에 대한 의존성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민간신앙이나 신화를 갖는 경우가 많다. 변방, 유배의 섬이자 1만8천 신들의 섬이라고 불리는 제주가 그러했듯 미야자키도 일본 건국신화부터 다양한 신화와 관련된 곳이 많다. 이곳 미야자키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기리시마 연산 지역 다카치호 계곡과 우도신궁은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미야자키는 상대적으로 온화한 날씨와 자연, 사회문화적 독특성 때문에 제주와 마찬가지로 일본인들에게는 오키나와가 일본에 완전히 편입되기전까지는 대표적인 신혼여행지였다고 한다. 다시 알고보니 제주와 유사한 점이 많은 지역이 미야자키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자연 자체만 본다면 제주와 다른 점이 없어 개인적으로 다른 곳에 여행왔나 싶을 정도였다.
가고시마 호텔에서 느지막하게 호텔체크 아웃을 한 후 가고시마 중앙역 앞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미야자키행 버스에 올라타 미야자키에 도착하니 오후1시 점심무렵이다(편도 2,780엔). 미야자키행 고속버스의 종착역이 미야자키역이다. 일본 여행의 모든 여행정보의 집적지가 기차역이듯이, 이곳 미야자키도 미야자키 역에 미야자키 여행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있다. 예전에 간 미국여행에서는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항상 지역의 웰컴센터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일본 지역여행은 기차역이 웰컴센터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가고시마에서 이틀전 미야자키 여행의 숙박만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예약해 놓고 반드시 가야할 곳인 니치난시 지역활성화 사례지역 빼놓고는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느긋한 여행자였던 관계로 미야자키 기차역에서는 점심과 더불어 관광정보센터 등을 통해 습득한 정보를 취합하고 대략의 일정을 그리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일단 첫날은 미야자키에서 시내버스로 약 1시간 거리있고 미야자키 여행자의 대부분이 방문한다는 아오시마의 호텔을 예약한 관계로 1일차 오후 시간은 아오시마를 둘러보는 것과 호텔 숙박, 2일차는 미야자키에서 한시간 거리인 니치난시와 우도신궁 등 주변 둘러보는 여행, 3일차는 미야자키 시내를 잠시 둘러보고 가고시마로 귀향하는 일정을 짰다. 2일차를 위해 미야자키역 관광안내센터에서 1일권 시내버스 여행자 패스를 구입은 필수이다. 어느 정도 관광지로 이름난 지역은 대부분 지역내 교통패스를 운영한다. 후쿠오카도 그렇고 가고시마도 그렇고 미야자키도 그렇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짧은 일정만 소화하는 여행자에게는 규슈JR레일패스나 산규패스가 유용하겠지만 나처럼 7일 이상의 중장기 여행자에게는 이런 패스보다 지역내 교통이용패스의 구입이 더욱 유용하다. 패스를 구입하면 미야자키 여행에서 유용한 한글 안내책자를 같이 준다.
아오시마역과 미야자키교통 버스터미널과 비지트 미야자키 버스패스, 한글 미야자키 관광안내 책자 그리고 미야자키 여행의 발이 되어 준 미야자키 교통 노선버스
1일차 미야자키 아오시마 섬
아오시마는 미야자키 시내 중심부에서 시내버스로 약 1시간 거리 떨어져 있는 아오시마 섬이 있는 있는 시골 지역이다. 한국식으로 보면 읍내 정도 수준이라 볼 수 있다. 아오시마는 태평양에 접해 끝없이 펼쳐진 아오시마 해변과 아오시마 섬이 중요 관광 포인트이다. 규슈의 동쪽인 관계로 이곳에서 보는 일출은 장관이다. 그리고 아오시마 해변은 일본 서퍼들이 사랑하는 해변이다. 숙소는 아오시마 해변 바로 옆에 위치하고 대중교통으로 접근도 편리한 ANA 홀리데이인 리조트가 가장 잘 알려진 곳이지만 온천의 나라 답게 일본 내국인들은 온천과 결합된 민숙(민박)에도 많이 숙박하는 듯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곳 아오시마에 온 일본인들이 한번쯤 간다는 온천겸 호텔인 루트인 그란티아 아오시마 다이요카쿠(ルートイングランティアあおしま太陽閣) 에 숙박했다. 이 호텔은 아오시마역과 버스정류장에서는 약 5분정도 걸어가야 하지만 아오시마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에 위치해 있어 뷰가 좋은 곳이다. 숙박객에게 온천이용(온천만 이용시 평일 600엔)은 무료이고 이곳 레스토랑에서 파랗게 펼쳐진 아오시마 해변을 바라보면서 먹는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이 일본인들만 있는 일본식 조식 뷔페를 먹노라면 이게 여행이다 싶어진다. 나홀로 여행자에게 이 호텔, 아니 아오시마에서 비성수기에 묵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이곳이 작은 동네라 편의점이나 식당 등이 빨리 문을 닫아 저녁 먹을 곳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오시마로 오기전 관광지에서 미리미리 저녁 주전부리는 사서 들어와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렌트카 여행이라면 그리 큰 문제가 안된다. 이러한 불리한 점에도 불구하고 보다 편리한 미야자키 시내가 아닌 아오시마에 하루 정도 묵는 것을 추천하는 것은 역시 해안, 바다, 일출, 석양 등 아오시마가 갖은 자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아오시마 섬과 아오시마 신사 그리고 도깨비 빨래판 암반과 아오시마 해변의 일출
루트인 아오시마 그란티아 대욕장 호텔, 일본식 조식 레스토랑 뷔페 및 각종 일본 최신코믹스까지 구비한 만화방(무료)
2일차 니치난 해안과 니치난 시장
니치난시(日南市)는 규수의 작은 작은 쿄토라 불리는 오비(飫肥)와 태평양에 접한 해안이 아름다운 전형적인 일본의 농촌 소도시이다. 니치난 자체는 일본 내국인에게는 오비성과 이곳 특산품인 오비삼나무로 유명하고 태평양 연안에서 나는 다양한 수산자원은 이곳의 중요한 산업이기도 한 곳이다. 개인적으로 이 곳을 이번 여행의 중요 목적지로 삼은 이유는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지역재생과 관련하여 이곳 재래시장 지역이 일본 내에서도 꽤 유명한 성공사례로 거론되기 때문이었다. 한국에과 제주에서도 재래시장의 활성화가 중요한 이슈인 관계로 미야자키 여행의 목적은 어쩌면 이곳 방문이라 할 수 있다.
ANA 아오시마 호텔이나 아오시마 역 앞에서 미야자키-니치난 노선버스를 타면 태평양과 맞닿은 아름다운 니치난 해안을 달려 니치난에 갈 수 있다. 버스 시간표를 보면 대략 1시간에 한대정도이며 니치난에서는 미야자키로 컴백하는 시간표를 잘 기억해 막차(미야자키행 18시)를 놓치지 않는다면 미야자키 1일패스로 무한대로 탈 수 있다. 이 노선의 주요 관광지는 모아이 실물상으로 유명한 선맷세 니치난, 우도신궁, 니치난시내 그리고 최종정거장인 오비성이다. 이 모두를 버스로 하루에 돌려하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이곳의 주요 방문 목적이 지역재생 사례지 방문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오비성은 가지 않기로 했다.
니치난 시장은 니치난 버스터미널에 내려 걸러 2-3분 거리에 있다. 니치난의 지역재생 현장을 찾아보고 작은 시내를 이곳저곳 걷다보면 의외로 일본 시골 소도시의 삶의 모습을 과감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소한 재미와 걷는 재미가 있다.
모아이상으로 유명한 선맷세 니치난 공원
일본 창조신화를 간직한 우도신궁
니치난 아부라츠 도심재생의 상징 선프라자 시장과 점심을 즐기는 시민 그리고 견학단들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카프 우승기념 지역축제와 조용한 도심지역 및 유일한 지역 쇼핑몰의 2층에서 오락을 즐기는 어린이들
3일차 미야자키시 : 미야자키 역 주변
아오시아 루트인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 시간에 임박하여 시간을 맞춰 미야자키 시내로 나왔다. 미야자키 시내권은 미야자키역 앞 다치나마 지역이 최대 번화가이다. 각종 바와 음식점, 그리고 호텔이 밀집해 있고 미야자키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저녁에 모여드는 곳이다. 일본의 전반적인 분위기인지 아니면 이곳이 남쪽지역이라 그런지 오전 시간 문을 연 상점은 별로 없고 오후 영업을 위한 화물차만 분주히 오갈 뿐이다. 안내책자에 미야자키 시내를 가로지르는 오요도 강변의 산책이나 미야자키 항 공원지역 등을 가보려 했으나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와 다음날 가고시마 연산 에비노 고원에서의 트레일 일정 등 하드한 하루를 보낼 일정을 감안하여 미야자키 여행은 다음을 기약하며 간단한 점심 식사 후방문한 3일간 맑은 봄날씨를 선사한 하늘에 감사하며 가고시마로 돌아갔다.
미야자키 다운타운과 번화가의 아침
미야자키 백패커스를 위한 여행 팁
- 가고시마에서 미야자키 고속버스표 구입시 왕복을 구매하면 10%정도 할인이 된다.
- 백패커들은 왠만하면 숙박은 교통요충지인 시내권에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미야자키 숙박도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미야자키 시내인 미야자키 역 앞이 가장 좋다. 이곳은 가장 번화가 이기도 하다.
- 짧은시간 미야자키 여행의 액기스만 보고 싶은 여행자에게는 일일버스패스보다 렌트카 여행을 권하고 싶다.
- 여행경비에 압박을 받는 여행자라는 1일 비지트 미야자키 버스 패스 구입은 필수. 대부분의 주요 관광지는 미야자키시와 니치난시의 대부분의 노선버스를 커버하는 미야자키 교통의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기리시마연산, 다카치호 여행이 목적의 백패커라면 미야자키시보다 나베오카 숙박을 권하고 싶다.
- 순나비에서 추천하는 지역주민이 뽑은 미야자키 맛집은 꼭 가보자.
- 선맷세 니치난은 오전 방문보다 오후 방문을 추천한다. 오전 방문시 역광으로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