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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Sungil Kang May 23. 2017

먹방은 가라! 이제 여행방이 대세.

미디어와 관광: 그 화려함 뒤 조금은 불편한 관계.

최근 방송 트렌드는 먹방에서 여행방, 그리고 그 혼종(hybrid)으로의 진화


최근 tvN '윤식당'이 높은 시청률을 보여주면서 종방되었다. 시청률이나 화제성, 시즌2를 예고하는 듯한 뉘앙스 등 여러 모로 성공적으로 종료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매주 빠짐없이 본방사수를 해가며 열심히 챙겨봤던 프로그램이다.


최근 방영되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여행'이라는 주제는 '음식'에 이어 새롭게 각광받는 추세인 것 같다. 예전부터 방송은 여행을 중요 콘텐츠로 소비해왔다.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세계테마기행'이 시류에 상관없이 꾸준히 여행의 본질에 초점을 맞춰 제작되면서 이문화의 타자에 대한 신기성(novelty), 타문화에 대한 낭만(exsotic feeling)을 불러 일으켰다.


여행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라고 부르는 과정에서 이렇게 방송은 여행을 소개 그리고 콘텐츠로 소비해왔다. 이 가운데 최근 눈에 띄는 것은 방송이 여행을 소비하는 형태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소비의 중심은 인간의 다른 지역, 이문화에 대한 욕망을 더욱 세련되게 포장하는 연출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세계테마여행이 여행을 가장 전통적으로 소비하는 방식과 여행에 대한 가장 전통적인 형태의 정보를 전달하는 '여행방'이라면, 최근의 여행방은 여기에 '즐거움(pleasure)'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형태로 진화가 아닐까 싶다. 예들들면, 예능적 요소를 가미해 패키지 여행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뭉쳐야 뜬다', '배틀트립', '원나잇 푸드트립', '윤식당' 등이 그것이다.


특히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윤식당인데, 이 프로그램은 여행에 대한 낭만을 음식과 결합해 가장 세련되게 포장하고 있어서이다. 생각해보라, 지금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꾸준히 소비되는 콘텐츠인 '음식'에 이상향에 대한 욕망을 그린 '여행'을 가장 세련되게 접목했으니 방송의 결과가 사전에 거의 결정되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나영석 pd는 여행이란 꿈을 가장 서정적으로 그리는데 있어서는 이미 한국에서 증명된 것 아닌가 말이다. 이것은 음식과 여행이라는 콘텐츠를 단순히 쾌락적인 즐거움(hedonic value)으로 풀어내는 '원나잇 푸드트립'과 가장 차별되는 점이 아닌가 싶다.


자료 : 각 방송사 캡쳐


여행방의 진화, 그리고 그 뒤에 가리워진 시각하나


이렇게 최근 여행방은 전통적인 정보의 전달 외에 음식 그리고 이국풍이라는 낭만을 경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고, 콘텐츠로도 성공도 거두고 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매체에서 여행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방송 자체가 아니다. 방송은 전공도 아니고 그래서 단순한 시청자의 관점 이외에는 식견도 없다. 이 부문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게 여행이 방송의 콘텐츠로 소비되는 가운데, 드림팩토리로 여겨지는 여행에서 가장 소외받는 부문인 여행지(destination), 더 정확히는 여행지의 커뮤니티와 자연환경과 관련된 지점이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여행은 산업으로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끊임없이 글로벌 여행산업의 성장 신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듯 경제적으로, 규모면으로 무시못할 정도의 덩치로 성장과 관련해 여행기부터 시작되어 신문, 잡지, 방송 등의 미디어의 역할은 무시하지 못할 중요한 요소이다. 일상생활권과 떨어진 새로운 여행지가 대중의 관심을 끌고 대중의 여행목적지가 되는데 있어 미디어의 역할은 결정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상품이 보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따라 해석에 차이를 보이는 '경험'이라는 요소를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이 중 방송은 시각과 청각적으로 가장 그 경험의 속성을 가장 입체화, 구체화시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미디어와는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급이 다르다. 이는 이미 먹방에서 소개된 음식점들이 방문객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는 예에서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여행방에서 시청자는 바로 여행산업에서 고객이자 소비자들이다. 방송도 하나의 상품이라는 점에서 여행방에서의 초점은 바로 이 시청자이자 고객들의 욕구를 자극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여행방의 시청자는 방송에서 소개되는 여행지의 본질적인 모습에는 관심이 없다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방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것을 그 여행지에서 취사선택할 수 밖에 없다. 우리네 일상과 다를바 없는 여행지 주민의 일상이나 문화와 같은 극사실적인 것은 자연스럽게 배제되고 이국적이고 신기성을 자극하는 것만 오직 시청자의 즐거움을 위해 취사선택된다. 이 가운데 여행지의 커뮤니티와 일상적인 자연환경은 자연스럽게 희미한 배경으로 전락해버릴 수 밖에 없다. 성공한 여행방이 종방하면 여행방이 소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이는 몰려드는 이방인으로 인해 해당 여행지는 때론 희망적인, 한편으로는 절망적인 비명을 지르지만, 종방된 여행방은 이미 다른 곳으로 달려가고 있어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이 없다. 이런 면에서 여행방은 어쩌면 관광지의 커뮤니티와 자연에 폭력적일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여행방을 보면서 관광을 전공한 사람으로 주목하는 부문이다. 별다른 지각없이 힐링되면서 보면서도, 조금만 세심하게 지역주민에게 시선을 돌려 배려해 줄 점을 지적해 줬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그래서일 것이다. 예능은 예능인 것을 너무 다큐로 받고 있는 것 같지만, 여행지인 제주에 살고 그 여행이 지역에 미치는 긍/부정적인 영향을 일상적인 삶을 살면서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행을 전공 밥벌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파라다이스, 상그릴라, 명성 그 뒤에 숨겨진 진실


미디어와 관광의 관계와 관련해 전공적 시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은 아마 하와이와 같은 열대의 섬 관광지들일 것이다. 파라다이스 하와이, 최후의 지상낙원과 같은 이들 이미지는 하와이 주민이나 이들 섬지역 주민이 주도적으로 그려내고 전파하는 이미지는 아니다. 이들 이미지의 주 생산자는 전통적으로 선교사와 기자, 그리고 영화, 최근에는 방송일 것이다. 이들 미디어는 생산과 소비는 대체로 여행발생지에 이루어진다. 그런 면에서 소비지로서의 여행지는 이들에게 '타자'이다.


이렇게 여행발생지의 미디어는 끊임없이 콘텐츠로 여행을 그들의 시각으로 재조합해 생산시키고 소비한다. 방송의 소비자는 여행자로 이들 미디어가 고양한 이미지를 소비하려 여행에 나선다. 여행지는 소비자로서 오는 여행객의 이미지를 되도록 깨뜨리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그들 모습의 '진짜'가 아니라도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 포섭된 여행지는 경제적 이유로라도 여행자가 그리는 '진짜'의 이미지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한다. 평상시에는 청바지에 면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하와이 젊은 여성은  그 이미지에 맞추기 위해 거의 나체의 전통의상을 입고 관광객을 위한 춤을 춘다. 평소에는 어른 아이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스럽게 거닐고 수영하던 빨간 열대의 태양에 반짝이던 흰 모래사장은 이제 지불된 몇몇의 소비자인 관광객을 위해 글로벌 거대자본인 체인호텔의 허락을 받아야만 거닐 수 있는 인클레이브 비치(enclave beach)가 된다.


자료: 구글이미지, 하와이를 주제로 한 엘비스프레슬리 영화 '블루 하와이', 인클레이브 리조트의 원조 '클럽메드', 그리고 모형컬쳐이자 무대화된 고유성의 장소 '하와이문화센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하와이 원주민


상대적으로 자본력과 정보력, 네트워크가 없는 관광지는 이러한 부조리를 인식하더라도 이를 타개하기는 힘들다. 자연스럽게 자연의 변화와 하나되어 영위되던 일상과 지역경제는 관광으로 인해 어느덧 외부 의존적인 글로벌 경제체제로 재편된 관계로 돌아가려해야 돌아갈 여건이 안되고 상대적으로 경쟁력도 없다. 어부는 관광유람선의 종사원이 되거나 유람선 선장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관광이미지는 매스미디어 시스템이라는 근대적 이미지 생산수단을 반영하고 있고, 만들어진 이미지로 발생된 여러가지 이익은 분배하는 과정에서 불평등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세력이 강한 관광객 발생국에 의해 힘이 약한 관광지는 문화적으로 이미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관광과 관광으로 인해 생성되는 관광문화는 매우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여행예능은 관광지를 상품화하는데 조금은 지금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들도 이러한 점을 조금은 유의해서 시청할 수 있다면 여행자와 관광지 모두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소수의 지역주민들이 다수인 관광객발생지가 지배하는 미디어에 의해서 관광의 도구로만 보여지지 않게, 그곳에는 예전부터 그 땅의 주인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 대한 배려말이다. 특히 윤식당처럼 예능이지만 보다 감성적으로 여행이라는 꿈을 파는 여행예능은 더욱 그러하다(윤식당이 배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역이 배경으로만 나온다는 점에서 다소 아쉽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대세 미디어인 SNS에서 제주가 소비되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금만 신경썼으면 하는 바램이다. 많은 관광객에 올 경우 훼손되기 쉬운 오름, 제주자연 등을 SNS에 올릴 때 이러한 점을 조금만 신경써 준다면 어떨까 싶다. SNS는 개인의 단순한 취향적 활동이지만 그것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 정치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용눈이 오름을 가보면 알 수 있다. 한 방송에서는 그 분화구 안까지 들어가서 영상을 찍던데 많은 제주방문 여행자에게 들어가도 된다는 시그널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여행지의 자연을 담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은 눈으로, 가슴으로 담는 것이다.


이제 곧 방영될 제주를 배경으로 하는 '효리네 민박', 그곳에 소개된 제주의 관광지는 또 어떤 변화를 겪을 지, 예상되는 지점이기에 걱정스럽게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모순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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