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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Sungil Kang Jun 10. 2017

대구여행의 매력, 그 보수성에 덧입혀진 모던함

여행지 대구의 숨겨진 매력 찾기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대구'라는 도시 이미지는 나에게 그리 친밀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한국 근대를 관통해서 덧입혀진 TK의 본고장이 상징하는 '보수성'이란 정치적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나고 자란 제주라는 지역이 '제주4.3'으로 기억되는 한국 근대사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는 점에서 TK라는 글자가 주는 이미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같은 사회문화 혹은 정치적 맥락 이외에도 '여행목적지'로서의 대구에 대한 이미지도 사실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국내의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그렇겠지만 특히 제주도민에게 대구는 섬이라는 특성을 갖는 제주와 너무 대립되는 환경인 내륙이라 접근성도 좋지 않고, 거기에 덧입혀진 정치적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여행지로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었던 곳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일적으로나 인근 창녕의 생태관광지 우포늪을 들리기 위해 제주에서 가장 편하게 갈 수 있는 경유지 정도였다.


이런 대구가 여행자이자 여행자체를 경제적, 사회문화적 그리고 정책적으로 연구하는 직업을 가진 내게 보수를 대변하는 배트맨 영화의 배경도시인 '고담'이라는 혼란스런 지역이 아닌 매력이 있는 '여행지(tourist destination)'로 인식의 전환을 삼은 계기는 2년전인 2015년 여름 우포늪을 다녀오면서 맺었던 대구 도심재생의 핵심지역인 근대골목을 걸었던 때의 맺은 대구 사람들과의 인연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그 당시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제주에서 유행하던 최첨단 숙박시설(?) 게스트하우스가 있었고 거기에서 맺은 관계와 소통이 대구에 대한 시각을 다시보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역시 여행은 지역의 사람과 어떤 관계맺기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은 많이 상업화되었지만 그때의 게스트하우스 문화는 조금 순수하고 끈끈한 무엇인가 흐르는 시점이라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당시 도심재생의 모델로 떠오르던 대구 근대골목의 현장을 직접 몸으로 경험해보고자 했던 그 우연한 마음이 이 글을 쓰게 한 계기로 이어질 줄은 그땐 몰랐었다. 2년전 교과서에서만 들었던 '청라언덕'과 김원일의 '마당깊은 집'을 떠올리게 하는 6.25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간직한 듯한 대구 구도심 재생 현장인 근대골목을 따라 걸으면서 그 길에 깃들어진 대구사람들의 시간의 역사와 거리풍경은 정치색 짙은 이미지인 현재와는 다른 대구가 갖고 있는 묘한 이질감이 매력적이었고 그러한 인상이 다시 이번까지 2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2번이나 더 발길을 머물게 했었던 것 아닌가 싶다. 덧붙이자면, 이런 인연 때문인지 현재는 제주와 대구에서 의외로 꽤 많은 대구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라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여행에 대한 통찰을 곱씹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화려한 백화점과 젊음이 넘치는 동성로와 인접한 바로 뒷골목은 80~90년대 응답하라 1988, 1994, 1997년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모습이 현존하는 곳이 대구이다.



대구, 그 보수성에 덧입혀진 그 모던함이 주는 매력


3번의 대구여행에서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관광자원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 어디를 가던지 3번 정도는 여행으로 그곳을 가야 여행지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는 것 같다. 일상의 일로 스트레스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한달 정도 머누는 여행은 꿈일 뿐이다. 적더라도 자주 꾸준히 가봐야 그곳이 편안해지고 속살에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다. 서울 서촌이나 가회동의 한옥촌, 종로의 뒷골목을 걷다보면 그 길 넘어 보이는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모던한 도시 서울이 배경으로 보일 때 묘한 감정을 갖는 것 처럼 대구도 그런 모습이다. 전통과 현대적 모습이 도시 곳곳에서 공존되어 있는 도시, 달리 표현하면 보수와 진보가 상품화의 길에서 병존하는 모습이 3번의 대구여행에서 느낀 대구의 모습이다.


분지 대구를 둘러싼 팔공산과 앞산을 비롯한 산, 두류공원 등 각종 공원, 금호강가와 하중도, 중구와 남구를 중심으로 서문시장 야시장, 김광석거리 등 각종 특화골목과 근대문화유산 및 경상감영공원을 비롯한 문화유산, 수성못 등의 호수, 신천을 중심으로 동의 아파트 등의 현대적 모습과 서의 옛모습이 대비되는 광경  등이다. 한마디로 옛 조선의 모습부터 2010년대의 현대의 모습을 좁은 분지안에 모두 담아두고 있다.


첫번째 여행지로 방문한 대구여행은 주로 중구를 중심으로 조선시대에서 근대 그리고 해방과 6.25 이후의 한국 전근대와 젊음의 소비문화가 꽃피우는 동성로가 묘하게 대비되었다면, 두번째인 이번 여행에서는 중구를 벗어나 대구를 둘러싸고 있는 산과 곳곳의 호수 그리고 강과 같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할 수 있다. 제주에서 온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웃한 부산은 거의 협곡에 둘러쌓인 좁은 거리에 북적거림에서 낯섦을 느끼지만 광활한 해변을 중심으로 어우러진 리조트적 모습이 제주와 오버랩되어 어느 정도 편안함과 입체적인 인상을 준다고 한다면, 대구는 분지지형의 평면적 땅에 근대부터 현대까지 각종 시간의 흐름을 담은 다양한 아기자기 한 골목들로 이어진 미로같은 도시란 인상이 깊다는 인상이다. 이러한 현재의 대구의 모습은 근대의 진보적 정신을 갖는 도시가 70년대 이후 이어진 개발독재시대의 정신적 지주도시로, 도시 발돋음하는 가운데 재벌로 대표되는 한국경제의 독특한 구조를 완성시킨 삼성이 근거지이지만 중후장대한 산업의 실질적 헤택은 받지 못해 섬유 등 각종 경공업이 중심이 되는 도시로 성장한데서도 일부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다(실질적으로 대구의 1인당 GDP는 다른 광역도시에 비해 상당히 낮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개발독재시대에 소외아닌 소외의 지역으로 성장한 대구의 이러한 이력이 고색과 같은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현대관광, 특히 도시관광과 관련해 갖는 잠재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행하는 문화의 단면들인 삼청동, 인사동, 가로수길과 같은 서울과 감천문화마을 등의 부산 등의 예에서 보면 이러한 유행을 히트시키고 있는 핫(hot)하고 힙(hip)한 곳의 트렌드는 대체로 엣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한국의 전통적인 서민문화와 관련된 고색과 노스텔지어를 중심으로 한 곳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도시관광지 대구의 잠재력은 보수성의 정신 때문인지 의외로 다양한 현대를 관통하는 문화와 관련된 자원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근대문화골목거리, 서문시장 야시장, 김광석거리와 같은 문화 콘텐츠의 히트는 대구의 그 가능성에 대한 힌트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러니 하다 싶은 것은 이 가운데서 일본 적산가옥을 활용한 위안부역사관과 같은 대구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색채도 눈에 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원을 어떻게 콘텐츠화하고 알리며 숙박과 같은 관광인프라를 갖출 것인가와 관련된 부분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2년전에 비하면 이러한 문화를 소비하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숙박시설인 게스트하우스 등이 양과 질적으로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며, 대구시 자체적으로 각종 시티투어버스나 코레일과 연계한 다양한 상품출시 등 쾌적한 관광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신천을 사이에 두고 계획정리된 현대적 아파트단지와 구도심이 마주한다. 구도심내에서는 한옥내 풀을 만든 게스트하우스 넘어로 연립주택과 모던한 브랜드아파트가 마주있는 전근대와 근대 그리고 현대, 보수와 진보가 부조화스럽게 모여 있는 모습이 대구를 잘 표현하는 것 같다.


대구여행을 위한 몇가지 팁


대구여행에서 직접 발로 뛰어 얻은 정보를 중심으로 대구여행의 몇가지 포인트를 시가지를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여의치 않아 가보지 못한 곳은 대구광역시 관광정보 사이트(http://tour.daegu.go.kr/)에서 이미지를 빌려와서 제시해본다.


1. 대구여행의 근거지 중앙로역과 반월당역

대구를 오롯이 잘 즐기기 위해서는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이나 1호선과 2호선의 만나는 환승역인 반월당에 거점을 두는 것이 좋다. 이곳은 그 자체적으로 대구 동성로와 붙어 있어 구도심의 중심이기도 하거니나 도보로 약 20분 정도만 걸으면 서문시장 야시장, 향촌문화관, 교동시장의 도깨비야시장, 봉산문화거리, 근대문화거리 등 웬만한 곳은 다둘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주변은 백패커들을 위한 다양한 게스트하우스와 서문시장 및 교동시장 야시장 등 대구를 상징하는 다양한 어트랙션이 모여있다.


2. 생각보다 재미진 대구골목투어. 

대구에는 근대문화골목 뿐만 아니라 우리네의 60년대 이후의 삶의 모습을 관련된 현대적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특화골목이 많다. 서문시장을 비롯한 야시장 거리, 약전골목과 그 앞 먹자골목인 진골목, 양키골목, 수제구두골목, 구제옷전문골목, 공구골목, 반고개 무침회골목, 안지량곱창거리, 앞산카페거리 등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 시대를 살아온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간진한 특화골목들이 많다. 주제에 맞춰 골목 하나씩 정복하는 것도 대구여행을 즐기는 맛이 아닐까 싶다. 자세한 위치는 대구광역시 네이버지도에도 골목의 영역이 잘 표시되어 있으니 참조하면 좋을 듯하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대구근대골목투어, 대구의 근대는 보수성과는 달리 독립운동을 위한 많은 진보적 위인들의 삶의 흔적이 많다.


오늘날의 거리는 젊은 소비의 거리 동성로가 있는가하면, 수제화거리, 구제거리 등 70-80년대 대구산업의 중추를 이루던 다양한 산업기반에 근거해 살아갔던 대구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거리에서 그네들의 삶을 옅볼 수 있다.

허름한 뒷골목을 뒤지다보면 보석같은 문화적 장소도 많다. 독립영화극장 오오(55), 갤러리사진관, 숨겨진 맛집 등



3. 대구의 전망을 조망할 수 있는 앞산을 대구의 도시적 특성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앞산전망대에 서보지 않고는 대구란 도시를 오롯이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낯시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있은 곳이다. 짧은 케이블카가 있어 시간이 없는 단시간 여행자에게도 무리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시티투어 이용객에게는 왕복권 20%로 할인도 된다.  평일 내려오는 막케이블카가 19:00, 금토일 및 공휴일은 21:00이니 낮보다 밤 대구의 야경을 즐기기기에도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다. 내려와서는 앞산카페거리의 독특한 카페에서 커피한잔 하는 것은 덤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구는 의외로 국내 커피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디야 등 성공한 커피체인이 최초로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구커피의 매력은 이러한 프랜차이즈보다 지역의 다양한 로컬브랜드 커피를 마셔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커피명가는 대구에서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인 로컬카페브랜드이다. 개인적으로는 대구커피를 주제로 한 테마여행을 커피공부를 조금더 해보고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


앞산전망대와 앞산카페거리


4. 대구하면 덥다라고 하지만 곳곳에 시원한 야경이 일품인 곳이 많다. 하중도나 달성공원, 수성못, 앞산전망대는 그 대표적인 곳이 아닐까 싶다. 멋진 야경도 찍고 자연과도 어우러져 보기에 좋은 명소들이다.


앞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대구시내 야경과 디아크 야경 그리고 수성못 야경

(자료: 대구관광안내사이트  http://tour.daegu.go.kr/)


5. 타보지는 못했지만 지역내에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새로 생긴 대구지하철 3호선은 스카이라인 모노레일이라 3호선 자체가 대구를 여행하는 좋은 수단이라 대구시의 이동하는 전망대로 통한다. 특히 금호강을 지나는 공단역과 팔달역에서 하중도를 바라보는 구간이 일품이라고 한다.


대구지하철 3호선, 모노레일과 하중도(자료: 대구관광안내사이트 http://tour.daegu.go.kr/)와 대구막창


6. 생각보다 물가가 싸다. 구제거리는 지갑 열리기 쉽다. 싼맛에 사면 이미 배낭 한가득. 이외에도 지가, 음식값 등도 싸다. 상대적으로 물가 높기로 유명한 제주에 살아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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