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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Sungil Kang Jun 15. 2017

제주토박이 관점에서 본 제주이주민3

제주이주민, 젠트리파이어(gentrifier)로 진화?

'제주이주민'이라는 주제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영역까지 글을 확장시키리라곤 이 주제로 첫 글을 올린 작년(2016년)까지 생각하지도 못했었기 때문에 솔직이 이 시점에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지역에서 개인적으로 제주로 이주해온 많은 분들과 페북 등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지속적인 관계 속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글은 제주이주민과 제주 토박이를 구별하기 위해 쓰여진 글은 아니다. '관광'이라는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과정에서 '관광목적지'라는 특수성을 갖는 제주도라서 가능한 사유의 일환이라고 가볍게 생각해주길 바라며 글을 이어 가본다. 참고로 이 주제와 관련한 이전 글은 다음과 같다.


제주토박이 관점에서 본 제주이주민 1: 사회문화적 관점

제주토박이 관점에서 본 제주이주민 2: 문화혁신자와 문화브로커 사이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소위 듣보잡이던 용어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일간신문의 사회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꽤나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이 시기는 신도시라는 중심부의 위성도시 건설이라는 도시확장이 역설적으로 도시 중심시가지의 슬럼화를 잉태하고, 도시 중심시가지의 활성화를 위해 슬럼화된 지역을 밀고 아파트 등이 중심되는 '뉴타운'을 신축하는 도시재개발 방식이 가져오는 폐해를 줄이고자 대안적으로 도입된 '도시재생' 방식이 주목받기 시작한 때라 볼 수 있다. 이를 지역적으로 좀 더 줄여서 보면 소위 '마을만들기'가 유행하는 시기와도 겹침을 볼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고전적으로는 1960년대 영국의 중간계급이 슬럼화된 노동자 계급이 거주하던 도시중심부의 주택들을 그들의 심미적 가치관에 따라 물리적으로 개선하면서 노동자 계급이 쫒겨나는 도시사회공간의 변화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다만 한국적 상황에서는 이러한 고전적 개념이 지역활성화의 명목으로 국가에 의한 자본(보조금)이 전략적으로 개입되어 진행되었고, 전개양상은 일군의 예술가나 문화기획자 등이 그들만의 심미적 가치를 투여해 이들 개발로부터 소외되었던 오래된 지역의 골목과 주거공간을 현대적 감각으로 구체화시켜 지역주민보다는 외부인의 방문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는 점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이들 문화기획자, 예술가 등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도심 중심부 공간을 젠트리피케이션의 공간으로 변형시키는 촉매자인 젠트리파이어(gentrifier)의 역할을 수행했다 볼 수 있다.


즉, 도시중심부가 갖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정통성이 이들 외부자들에 의해 재해석되고 상징화되는 가운데서 이 공간이 기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편의성이 높은 공간으로 변모되기 보다는 현대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오래된 것, 아날로그적인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 등 심미적, 문화적 취향을 갖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간으로 변모해 갔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심중심부의 오래된 건물은 이들의 취향에 맞게 리모델링되고, 이들을 위한 소비공간인 상업화의 과정을 거쳐갔다. 심미적 취향적 공간에 대한 자본의 습격과 이 과정에서 자본의 소유량에서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초기 가난한 에술가, 문화기획자의 이주가 한국적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의 대표적 거대도시 서울의 삼청동이나 신촌, 가로수길, 홍대인근, 상수동, 합정동에 이어 최근의 해방촌의 사례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 사례를 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공간의 계급간의 경합 양상이자, 문화자본과 금융자본(토지자본)의 투쟁공간이며, 도심재생의 다른 이름이고 결국 공간변형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관광지화(touristification)와 젠트리파이어로서 제주이주민


제주만의 감수성 가득했던 2014년 월정리 해변과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인공구조물과 관광객으로 뒤덮힌 2016년 월정리 해변


21세기 서울을 포한한 글로벌 도시에서 도시재생의 전반적인 특징은 문화자본과 연계되어 있고 결국 금융자본의 개입과정에서 발생하는 도심의 공간변형과정을 촉진하고 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심부를 포함한 주변부의 도시재생을 바라보는 다른 한 가지 시각 중 하나는 관광지화(touristification)이다. 문화와 연계된 중심부의 도심재생이 상업화를 통해 외부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것과 관련된 경우가 많은 것처럼, 주변부의 도심재생, 특히 제주와 같은 관광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관광목적지의 경우는 지역활성화란 이름으로 도심의 확장(교외의 개발), 도시재개발 그리고 도심재생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주변부란 지리적 한계성과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은 내부 자본축적의 절대량과 내수수요(인구수)의 부족으로 인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관광객 유입을 통한 수요의 확대를 목표로 삼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이 일반적인 지역경제의 성장과정이 아닌 관광화로 규정하는 이유는 2010년대 이후 제주관광의 성장이 전형적인 글로벌 도시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과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2010년대 이전 해외 유수의 관광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서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제주관광은 2010년대 이후 급속한 성장을 이루는 가운데 섬이라는 주변의 환경적 가치와 사회문화적 가치에 대한 대도시민의 재인식으로 인해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는 점과 이 선봉에 대안적 삶에 대한 가치지향적 태도를 보인 대도시의 중간계급 중 문화예술가, 히피 등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오염되지 않은 제주의 소소한 해변과 중산간의 풍경은 그들이 심미적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역으로 보였을 것이며, 상대적으로 지가도 저렴했다는 점에서 대도시의 중심시가지를 발견한 초기 문화예술가 집단과 유사하다.


상대적으로 금융자본이 부족했던 초기 이들 이주민은 그들 자신의 심미적 문화적 취향을 즐기기에 보다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교외지역에 터전을 잡고 그들만의 취향을 담아 시골집들을 임대하거나 소유하여 소소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하여 삶을 영위했다. 이를 대표하는 지역이 대평리였으며 월정리 해변마을이었다. 이들 초기 이주민 중 상대적으로 자본량이 풍부했던 사람들은 애월지역으로 모여 보다 고급취향의 세련된 취향을 담은 카페 또는 펜션을 짓거나 주택을 개조하거나 짓고 살았다. 이들의 삶의 모습이 언론과 방송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대 재소비되면서 제주유입인구가 처음으로 유출인구보다 높았던 2011년을 기점으로 보다 풍족한 자본을 지닌, 또는 투기의 목적을 지닌 이주민들이 급속하게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초기 이주민이 정착했던 곳을 보다 자본이 집약된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로 변형시켜갔고, 이 중 도심과 교외의 절대적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제주의 이점으로 인해 도시문명의 편의성을 버릴 수 없었지만 제주만의 자연적 가치를 충족시키고자 했던 부류는 제주시 도심으로까지 그 진출영역을 넓혀갔다.


이들 이주민은 원시적인 초기의 조금은 거칠었던 제주의 자연과 그와 연계되어 있던 제주의 사회문화를 보다 심미적 문화적으로 세련되게 즐기는 취향과 인프라를 제주에 도입했고, 이에 따라 보다 이전보다 보다 편하고 세련되게 제주를 즐길 수 있게 된 제주여행객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이에 따른 지가와 임대료의 상승, 혼잡도의 증가, 제주 자연 풍경의 변형, 지역주민과의 갈등, 자본권력에 따른 이주 등은 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이 동반하는 부정적 과정을 답습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제주라는 공간은 보다 많은 문화자본과 금융자본을 가진 관광객과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주민이 공간이용과 관련하여 경합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제주이주민은 그 의도성과 관계없이 젠트리파이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라고 볼 수 있다.


젠트리파이어들은 결국 한계상황에 다다르면 지역을 떠나 다시 이주할 수 밖에 없다. 홍대나 삼청동에서 시작된 젠트리피케이션이 인근 상수동이나 인사동. 서촌 등으로 확대되는 것처럼 제주이주민도 또다른 문화적 심미적 이상향을 찾아 떠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젠트리파이어로서의 제주이주민은 잠시 들렸다 자신의 일상공간으로 돌아가는 관광객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오래 그리고 장기간 머무른다는 점에서 어쩌면 영주권자적 관광객(permanent tourist) 또는 영주권자적 지역주민(permanent resident)이지 않을까 싶다.


관광젠트리피케이션


이상에서 논의할 것처럼 관광지화의 과정은 젠트리피케이션의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 물론 이를 단순하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면 관광지화가 지역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에 다가가면 지역에서는 상업화, 혼잡, 소음, 지가상승 등 부정적 영향이 부각된다. 이 시점에서 관광지화의 과정을 복기해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의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이를 관광 수요적 측면에서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오버투어리즘은 수요측면의 강조라는 점에서 이를 발생시키는 원인과 그 과정 그리고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관광지화의 과정의 이해를 젠트리피케이션적 관점보면 유용성이 크다 할 수 있다. 학자들 중에는 이를 관광 젠트리피케이션(tourism gentrification)이라고 개념화해서 부르고 있기도 하다. 이런 관광 젠트리피케이션이 보다 심화되면 단순한 젠트리파이어의 이주에 더해 지역주민에 이르기까지 비자발적 이주를 동반하여 지역활성화나 지역재생으로 활기를 찾아가는 지역에 보다 심각한 지역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예를 들면, 최근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르셀로나나 베네치아, 베를린, 암스테르담 등 세계 주요 도시가 주요한 예이다. 이들 도시는 도심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슬럼화된 도심 중심부 지역이 관광객의 주요한 관광지로 부각되면서 지역주민을 위해 존재했던 이발소, 시장, 소매점 등 많은 편의시설은 없어지고 대신 관광기념품점, 식당, 호텔 등으로 대체되었으며,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주택은 리모델링되어 에어비앤비 등 IT기반 공유경제플랫폼을 활용한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단기임대숙박시설으로 변경됨으로 인해 지역주민의 이주가 관측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지역재생이 '누구를 위한 지역재생'이고 관광개발이 '누구를 위한 관광'인지에 관련해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관광은 외부환경변화에 대한 의존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제주가 이런 유수한 대도시의 과정을 따라갈 지는 모르겠으나 2017년 현재 그 징후가 예측되고 있고, 양적확대를 위해 교외지역에 제2공항, 6조원이 투자되는 오라관광지구 개발과 같은 거대자본에 의해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광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관광을 연구하는 지역주민으로서 의구심을 던져버릴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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