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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Sungil Kang Jul 27. 2017

오버투어리즘: 관광의 자기파괴성과 스노우볼 효과

제주관광에 대한 시사점

'여행' 또는 '관광'이란 단어에서 생각하는 단어는 낭만, 즐거움, 유희, 일탈, 힐링 그리고 나아가 성찰이라는 보통은 에메랄드 바다. 하얀 모래해변, 파란 하늘, 푸른 숲이 주는 자유와 일탈, 힐링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와 연관되는 이미지일 것이다. 여행이나 관광은 이렇게 여행을 떠나는 각각의 사람들에게 각박한 일상을 벗어나 꿈과 희망을 주는 행위이고, 때로는 설레고 때로는 그 가운데 약간의 스릴까지 동반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또는 관광을 떠난다.


하지만 여행과 관광에 대한 시선을 행위의 주체인 여행자가 아닌 객체인 관광지와 그곳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주민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관광이란 단어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즉, 관광은 지역개발과 경제활성화라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하지만 환경파괴, 난개발, 과밀, 지가상승 등과 같은 부정적인 면도 존재하는 양면성을 갖는다. 대체로 이러한 관광의 양면성은 시간과 관광객수(규모)와 상관관계가 있다. 즉 어느 정도의 시간과 규모까지는 관광과 관광지의 관계는 매우 긍정적이다. 관광지를 여행하는 여행자는 일상과는 다른 시공간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얻고, 관광지는 이들 여행자들의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증대와 같은 경제적 편익과 나아가 지역경제는 활성화된다. 하지만 물리적, 그리고 사회문화적 한계(수용력 carrying capacity)를 가질 수밖에 없는 관광지가 시간이 지나 점차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되면서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한계에 가까워지면 관광과 관광지의 관계에서 긴장상태가 발생한다. 지역주민이 관광의 양면성에 대해 눈을 뜨는 시기이고 관광을 다소 경계하는 시기이다. 


지난 2016년과 2017년은 이러한 측면에서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도 관광과 관광지의 긴장상태가 본격화된 해라 할 수 있다. 세계 유수의 관광지, 예를 들면 베니스, 파리, 프라하, 베를린, 암스테르담, 코펜하겐, 바르셀로나, 뉴욕, 마추피추, 태국, 아이슬랜드 등에서는 관광지의 수용력을 초과하는 관광객의 유입, 즉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overtourism)이 지역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네 최고의 관광지인 제주도 이 조류의 한 가운데 있다.


국제 관광의 오버투어리즘 이슈


관광은 보통 많은 지역과 국가에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산업으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최근 관광객 과잉으로 인해 발생하는 관광지 문제가 관광으로 발생하는 편익에 매몰된 기존 관광지 주민들의 인식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그리스 산토리니, 이탈리아 베니스 등은 국제적 관광지로서 그 인기 만큼이나 관광객 과잉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급기야 오버투어리즘은 지역의 주요한 정치적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보통 호스토와 게스트, 지역주민과 방문객이 공존하는 관광지에 너무 많은 수의 방문객이 방문함에 따라 호스트인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게스트인 방문객의 관광경험의 질이 악화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즉 오버투어리즘은 관광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관광지를 상징하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자료: Bye bye barcelona 다큐영상 캡처본


유럽의 인기 있는 관광지 바르셀로나는 이미 2014년부터 '바이바이 바르셀로나(bye bye barcelona)'라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오버투어리즘이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바르셀로나 주민의 인식, 그리고 성장과 개발 위주의 관광정책 변화를 요구했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바르셀로나 주민들은 관광객 증가로 인한 주택 가격의 상승과 이로 인해 결국 바르셀로나의 인기를 담보했던 도시 인구의 다양성과 독특한 특성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시당국도 이러한 주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호텔 건축 허가나 관광객들을 위한 주택의 단기 렌트 금지, 매년 적어도 200만 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7억 9600만 유로의 관광수입이라는 경제효과를 발생시키는 크루즈의 입항 규제 정책 등을 펼치고 있다. 한편 스페인의 인기 섬 관광지인 마요로카 제도의 팔마는 여름 성수기 외국인 방문객의 수요를 조정하기 위해 입도세 형식의 관광세를 부과하여 관광수요를 조절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인구 60,000만 명인 베니스에서는 매년 약 2천만 명이 방문함에 따라 발생하는 지가상승, 과밀, 혼잡, 공해, 유적파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인기 관광지인 리알토 다리나 산마르코스 광장의 방문객 수를 관리하기 위해 방문객 카운팅 시스템(tourist counting system)을 도입했고, 대운하에서의 수영, 역사적인 기념물 주변에서의 피크닉 등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위반시 벌금을 매기는 등의 정책을 통해 관광수요 억제하고 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600만 명이 거주인구에 매년 9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함에 따라 지역주민의 삶의 질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바와 레스토랑 개업을 금지하고 특정 지역주민 밀집지역을 'silent areas'로 설정하여 관광객의 고성방가를 엄격이 통제하는가하면 외국인들의 해안지역이나 해변지역의 집 구매를 금지하는 등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하는 강력한 규제정책을 선제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리스의 주요 섬 관광지인 산토리니와 같은 경우는 2017년 올해, 하루 크루즈 여행 방문객 수를 8,000명으로 제한하는가 하면, 태국 정부는 관광객으로부터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을 인기 섬관광지인 코 타카이 (koh tachai)를 아예 폐쇄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는 지금 관광에 대한 기존의 긍정적 인식을 유지하면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오버투어리즘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국제관광의 최신 흐름을 볼 때 지금은 우리가 관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관광이 경제적으로 지역을 이롭게 한다거나, 관광은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쉽게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수단이라는 고정관념을 의심해봐야 할 시기이다. 특히 관광은 관광이 지닌 '자기파괴성'인해 장기적으로는 지역에 많은 희생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다 명확히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인식한다면 지역개발의 수단으로 관광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니라 보다 실제적이면서 합리적으로 관광을 볼 수 있게 된다.


관광의 자기파괴성과 스노우볼 효과 그리고 수용력

자료: Page, S.J(2011). Tourism management: an introduction. p.342.

관광성장과 개발이 관광지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스노우볼 효과(snowball effect 눈덩이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스노우볼 효과란 경사진 언덕에 어떤 모멘텀에 의해 작은 눈덩이가 생기면 굴러가면서 자연스럽게 커지고 결국 통제할 수 없는 덩치로 커져서 언덕을 굴러내려 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관광지의 성장에 비유하면 자연이나 문화역사적 자원이 우수한 지역은 그 매력으로 인해 지역 활성화, 이익을 추구와 같은 어떤 동인에 의해 관광지화 과정을 걷게 되고(최초는 주로 민간에서 자발적인 시장기회의 창출에 의해 진행된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이러한 편익을 극대화하려는 국가나 지역의 정부가 관광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관광정책을 통해 관광의 경제적 편익을 극대화시키려 한다. 이러한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노력의 상승작용으로 지역에서 차지하는 관광이라는 눈덩이의 덩치는 점차 커져가고 결국에는 민간과 공공부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규모로까지 치닫게 된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 제노바 시는 2016년 1,5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53억 유로의 관광수입을 달성했고, 이로 인해 제노바 당국은 관광산업을 규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 상황이 되면 관광지는 관광시스템의 내재화에 따른 외부 의존성(경제적 종속)의 증가와 그 규모로 인해 성장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지역이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처음 관광객을 끌어들인 관광지의 매력은 너무 많은 관광객과 이를 서빙하려는 호텔, 레스토랑 등의 각종 관광산업의 요구에 의해 걷잡을 수 없이 훼손되고 종국적으로 관광으로 인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은 악화되는 동시에 관광객은 그 관광지에서 취할 수 있는 편익을 얻을 수 있는 대체 관광지로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때 사실상의 관광매력을 상실한 파괴된 관광지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은 관광객이 아닌 지역주민들이고, 그 폐해는 대부분은 일상적인 주민들이 모두 떠안게 된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관광에 많은 것을 의존하던 관광지는 회복할 수 없는 영향을 받게 되어 결국 관광이 관광을 파괴(관광의 자기파괴성)한다는 것이 관광 성장과 개발과 관련하여 부르는 용어가 관광의 스노우볼 효과이다. 


앞에서 언급한 오버투어리즘이 관광지에 문제로 대두된다는 것은 스노우볼 효과적 시각에서 보면 대체로 관광지가 수용할 수 있는 물리적, 사회적 용량, 즉 수용력은 한계를 초과했고, 관광을 지역이 통제할 수 있는 상태를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관광지는 그 매력을 최대화하여 관광으로 발생하는 편익이 비용보다(편익은 대체로 화폐가치로 측정이 가능한 계량적인데 비해 비용은 보통은 화폐가치로 측정이 불가능하고 장기적으로 누적되어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다.) 조금이라도 높고 지역이 관광을 통제할 수 있는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명제는 제주도와 같은 관광지가 갖는 숙명이다. 


그래서 익숙한 용어인 지속가능성(sustainabiltiy)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은 추구해야 할 이상이 아니라 관광지가 관광지로 오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관광이 이처럼 복잡하고 관광시스템에 편입되는 지역에 매우 파괴적일 수도 있다는 통찰 없이 단순히 있는 자원을 가지고 쉽게 경제적 편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비판 없이 관광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통이다. 이러한 관광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때문에 관광지가 된다는 것, 유명 관광지가 되어 간다는 것은 애초부터 비극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영화 에어리언에서 에어리언이 인간을 숙주 삼아 성장하여 인간 자체의 존재를 소멸시키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제주는?


제주는 인구 약 60만 명에 매년 약 1,5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제주도 세계적인 관광지의 추세인 오버투어리즘의 이슈와 무관한 지역이라 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도 제주 지역사회에서 관광으로 인한 지가상승, 과밀, 환경훼손, 지하수와 오폐수 문제 등으로 인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 악화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도 당국은 지역현안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관광으로 인한 문제를 악화시킬지도 모르는 제2공항의 건설을 기정 사실화하거나, 계획단계이긴 하지만 고부가가치 관광이란 명목으로 크루즈 입항 수를 늘리기 위한 신항만 건설, 대규모 복합리조트 건설 등의 계획, 허가하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의 문제가 단지 선진국만이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관광에 의존하는 지역경제의 양적 성장 정책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제주도에서도 필요한 시기이다. 단순히 투자유치나 국비지원이 확보되었다는 또는 지역의 숙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하나씩 빗장을 풀다 보면 결국 제주을 제주답게 만들던 환경적, 사회문화적 가치는 관광의 자기파괴성에 기반한 스노우볼 효과로 인해 그 빛을 바라게 되고 지역의 통제권을 완전하게 관광산업에게 넘겨줄지도 모른다.


이 가정이 현실이 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를 2017년, 관광지 제주도에 사는 일개 지역주민의 과도한 두려움으로 폄하하기보다는 보다 진지하게 접근하고 고찰하고 논의해야 한다. 오버투어리즘을 긍정적인 단어로 표현해보면 성장이고 발전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지역이 치루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장기적이며 양적으로 계량화하기 힘들며 오로지 그 폐해는 지역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성장과 발전에는 항상 그늘도 함께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너무 늦기 전에 보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가 2017년 제주도이다. 마침 중국관광객도 오지 않는 이때가 아니면 다시 관광을 보다 성찰적으로 바라볼 때는 없거나 너무 늦어버린 때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오버투어리즘 #과잉관광 

#바이바이 바르셀로나 다큐영상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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