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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Sungil Kang Mar 15. 2018

스페인에서 배운다. 제주대중교통 우선차로에 대한 단상

교통체계는 효율보다 철학이 우선이 아닐까?

2017년 9월 20일 제주시는 소방서 사거리에서 아라초등학교 사거리까지 개통을 시작으로 전격적으로 대중교통 우선차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한편 제주도 전체적으로 지선과 간선 개념을 토대로 하는 대중교통 체계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교통체계 도입은 일부의 우려를 감안하더라도 지난 10여년간 급속하게 성장한 인구와 관광객을 고려하면 제주대중교통체계의 변화모색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2018년 3월 현재까지 대중교통 우선차로는 여전히 제주지역 사회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논란은 정책을 추진한 제주도정의 몫이 크다.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설계하기 보다 도정의 의중을 반영한 보여주기식 성과 우선으로 추진하다보니 대중교통 우선차로 위반 차량의 단속의 법적 구속력 문제부터 그때그때 사정에 맞춰 차선을 줄였다 늘였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을 추진하고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놨으니 시민으로서는 따라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서울 모델을 도로환경이 다른 제주에 직수입한 제주형 대중교통 우선차로 모델이 제주의 교통환경에 맞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다수의 시민들에게 솔직한 심정은 '이게 맞나?'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교통수단, 예를 들어 트램, 1인용 이동수단 등 다른 교통수단의 도입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있다보니 제주의 대중교통체계는 도입된 이후부터 어수선할 수 밖에 없다.


이 모든 혼란의 원인이 당장의 '효율(efficiency)'만 추구하는 정책의 단견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된다.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혼재하는 관광지이고 바닷가 중심에서 그때 그때의 인구유입에 따라 확장된 도시는 계획되기 보다 그 순간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살기 위한 주거 중심의 생각에서 교통의 동등하거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그래도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인구증가가 지금처럼 폭발적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처럼 폭발적 인구증가와 그에 따른 차량증가의 상황,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혼재된 관광지란 환경 속에서 제주가 그려야할 교통체계의 방향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의 가운데 지난 1월 한달간의 스페인 여행은 이 문제에 대한 해법과 관련해 몇가지 아이디어를 던져주었다. 


스페인 여행시 발견하고 유심히 보면서 교통체계에 대해 얻는 몇가지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몇가지 정리된 생각을 기술해 본다. 교통과 관련하여 전문적 지식이 부재하여 심도 있고 깊이있게 논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자.


1. 교통체계는 효율보다 철학 또는 가치에 우선순위

스페인의 교통체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하나는 교통의 효율성보다는 살아가는 지역민, 즉 사람 우선의 교통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 중 머무르는 대부분의 지역이 구도심이고 이곳이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혼재하는 복합적 성격을 갖는 곳이지만 그래도 우선순위는 지역민이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에 목적이 도로체계에서 우선순위가 높다.

좁은 구도심지역이라도 차도와 인도는 차량진입 방지시설물로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다. 차도는 비록 좁더라도 차로 옆은 되도록 걸어다닐 수 있는 넓은 인도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처럼 차량의 원활한 운영, 즉 효율을 생각한다면 오고가는 2차선 도로를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통행의 1차로만 두고 나머지는 인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4차선 이상의 대로는 말할 것도 없다. 충분한 인도의 확보는 원활한 교통흐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차량은 밀리더라도 자전거와 사람들을 위한 도로설계는 확실하다.



2. 일방통행 도로체계

유럽의 인기 있는 관광도시를 가 본 사람이라면 모두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유럽에는 일방통행도로가 많다. 바로셀로나에서는 하다못해 6차선의 대도로도 일방통행인 경우도 있다. 물론 관광지가 몰려 있는 상대적으로 좁은 구도심의 경우이긴 하다. 이러한 교통체계로 인한 장점은 어느 곳에서 다른 곳으로의 이동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가용을 이용한 이동시간이나 걸어서 이동하는 시간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면에서 자연스럽게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대중교통 이용보다 자전거나 다른 이동수단을 활용하거나 걸어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일방통행의 장점은 좁고 복잡한 도로상황에서도 비교적 원활한 교통흐름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물론 절대적으로 차량이 많을 때는 밀리고 혼잡하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자가용 이용을 어렵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게 만드는 이점도 있다. 가까운 곳도 차량을 이용하는데 익숙한 제주도민들에게는 경악할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일방통행도로의 마지막 장점으로 느낀 것은 2차선의 좁은 도로여건에서도 비교적 넉넉한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방통행도로에서는 2차선 중 한 차선은 자연스럽게 주차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면도로의 경우 이처럼 좁은 일방통행도로라도 그래서 양측주차로 인해 오고가는 차량의 엉킴으로 인한 정체는 최소한 없다. 물론 렌트차량을 모는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지만 말이다.


일방통행도로의 이점은 안전하고 쾌적한 인도와 주차공간 확보, 원활한 흐름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


3. 미래를 위한 입체적 교통수단 고려

넓은 간선은 차량소통 위주이지만 넓기도 하고 좁기도 한 지선이나 이면도로는 대체로 일방통행도로라는 점은 앞에서 명시하였다. 이 시스템의 이점 중 하나는 좁은 차선 중 한 차선을 다양한 새로운 이동수단의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가장 일반적인 자전거 뿐만 아니라 세그웨이 등 1인 이동수단도 언제든지 수용할 수 있다. 물론 도로가 넓다면 이를 위해 따로 전용도로를 확보해 놓고 있었다.



제주도가 대중교통 우선차로제와 지선과 간선이라는 새로운 교통체계의 도입을 통해 급속히 증가하는 인구와 관광객 유입이라는 변화하는 환경을 고려하려는 것은 효율적인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 느낀 것은 교통은 효율만이 다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이러한 변화를 대비한 체계를 미리 확보하고 도시의 확장에서 도로와 이동수단에 대한 고려를 동시에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도시계획에서 선만 그어 도로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로는 차량과 다른 이동수단 그리고 사람들의 이동을 골고루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좁은 이면도로라 할지라도 지금과 같은 대중교통 우선차로를 시행하에서는 일부만이 아닌 전체적인 관점에서 도심의 생활을 고려하여 유기적으로 얽히게 일방통행로를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도로체계의 계획에서 있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효율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효율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안전하고 다양한 이동수단이 혼재된 도로체계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도시의 활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관광지의 경우 이러한 체계는 관광객이 도심에 보다 오래 머무르게 한다는 점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도심재생이나 구도심 활성화와도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전격적 도입을 통해 시행되기보다는 심사숙고한 고민과 계획은 통해 도민의 인식전환을 도모하고 행동변화를 요구하며 설득하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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