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나라의 비자 스탬프가 찍혀 있는 여권을 찬찬히 살피면서, 과거의 여행을 추억하던 어느날이었던 같다. 한때 일본이란 나라, 구체적으로는 규슈에 꽂혀 4-5번 그곳만 간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은 후쿠오카를 비롯해 가고시마, 미야자기 그리고 원령공주의 섬 야쿠시마까지 이어졌고, 비자 스탬프에 찍힌 마지막 날짜는 2여년 전으로 끝나 있었다. 일본이나 한번 가 봐야겠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오시마 여행은 이렇게 우연하게 여권을 뒤지는 추억여행 속에서 갑작스레 결정되었다.
이 무렵 나는 관광과 지역재생,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의 관계에 대한 생각에 꽂혀 있었다. 나오시마는 이와 관련한 사례로 눈여겨 봐 왔던 지역이다. 내 궁금증의 핵심은 왜 이 섬은 관광지로서 많은 방문객이 찾는데도 불구하고 우도나 제주와 같이 많은 방문객으로 인한 난개발, 환경오염이나 교통혼잡, 지가상승 등과 같은 관광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이야기 없을까?하는 것이었다.
관광연구자에게 현장보다 더 좋은 답안은 없다.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관광지란 타이틀을 갖게 되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지역의 전통, 문화, 관습과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따라 그 양상은 다르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것은 여행을 하는 주된 목적이다. 전문적 지식과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점은 바로 나 같은 관광연구자의 큰 혜택이다. 여행전문작가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경험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나의 관광현상에 대한 식견과 전문성을 제고하는 주요 자산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적으로 혜택을 얻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의 일정기간은 6박7일로 잡았다. 이 중 4-5일은 나오시마와 이웃한 섬 데시마에서 머물고 나머지는 나오시마가 속한 다카마쓰시를 여행하자는 대략적인 생각 속에 서울에어 다카마쓰행에 몸을 실었다.
나오시마만 생각하고 도착한 다카마쓰, 도착 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런 저런 정보를 살펴보니 하루나 이틀만 시간을 배정하기에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곳이란 생각이 들어 일정을 수정했다. 오직 한가지만 생각하고 떠나는 나의 여행은 이렇게 현지에서 일정이 자주 바뀌는 편이다. 우동의 고장에서 우동맛집도 다녀야 하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영화의 촬영지도 알고보니 바로 이웃해 있어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오시마여행 기간은 어느덧 2박3일에서 1박2일로 변경되었다.
섬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그 섬에서 1박이상을 하면서 섬과 본토를 이어주는 마지막 여객선이 떠난 후를 봐야 그 섬의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있다. 제주도 우도의 경우가 그렇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낮시간과 그들이 떠난 후인 밤과 아침의 우도는 섬을 방문한 이방인에게 너무 다르게 다가온다. 완벽하게 갖혀버렸다는 각성에서는 오는 약간의 불안감은 여류롭게 섬을 다니다보면 오롯이 홀로라는 해방감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때의 섬은 낮의 그 섬이 아니다. 따라서 비록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있지만 나오시마 여행에서 섬에서의 1박은 부담 이상의 보상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나의 경우 첫째날은 베네세하우스를 비롯한 필수 관광지를 버스로 돌아보고, 다음날 기어달린 폴딩자전거를 빌려 다시 한바퀴 천천히 라이딩하면서 나오시마와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 일정이었다. 첫날보는 나오시마와 그 다음날 보는 나오시마는 꽤 다른 모습으로 나가온다.
다카마쓰에서 나오시마 가기
나오시마는 서울에서 다카마쓰로 가는 LCC 서울에어를 타면 된다. 아직 덜 알려져서 그런지 가격대도 상대적으로 싸다. 다카마쓰 도착 후 나오시마로 가는 방법은 다카마쓰항에서 여객선(페리와 고속여객선)에 승선하면 된다. 다카마쓰에서 나오시마 미야노무라 항까지는 약60분 걸리는 거리지만, 페리에서 마치 호수처럼 평온한 세토내해의 다양한 섬 풍경에 빠지다보면 시간은 금새 지나간다. 고속페리는 빠지만 일반페리 운임인 520엔의 약 두배인 1220엔이라 여행자에게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오카야마 우노항에서도 미야노무라 항 노선도 있다. 시간은 약20분으로 오히려 다카마쓰에서 가는 시간보다 빠르다. 이런 관계로 시간이 좀 더 있으면 오카야마-나오시마-다카마쓰를 연계하는 일정을 계획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대체로 나오시마 1박보다는 다카마쓰나 오카야마에서 아침 일찍 나오시마가서 오후 늦게 나오는 당일투어가 많다. 팁이라면 이 경우 오전에 나오시마에 도착하게 되는데, 나오시마 레스토랑 대부분은 11시 정도에 오픈하기 때문에 그간 굶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미야노무라 항 맞은편에 이 선의 거의 유일한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 가거나, 나오시마행 배를 타기전 미리 간단한 식사 종류를 사서 배에 오르는 편이 좋다.
베네세하우스 지역의 미술관 입장료가 꽤나 센편이라, 4박5일간 다카마쓰 여행에서 지출한 돈만큼 1박2일 나오시마 여행에서 지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자.
나오시마내 교통편
나오시마 여행은 크게 배를 타고 내리고 숙박시설이 몰려 있는 미야노무라 지역과 지역주민이 참여한 Art home project가 있는 혼무라지역, 그리고 베네세 뮤지엄 지역의 세 파트로 구분할 수 있다. 나오시마 여행시 교통편은 나오시마항에서 베네세하우스를 오가는 버스와 자전거렌트로 크게 구분된다. 버스는 탈때마다 100엔만 내면 되지만 자주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렌탈 자전거가 날씨만 좋다면 가장 유리하다. 일반자전거, 기어 자전거, 전기자전거 3 종류가 있는데, 섬이란 지형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지라 체력을 고려하면 가격이 좀 비싸도 전기자전거를 추천한다.
베네세를 목적으로 한다면 이 지역의 세 뮤지엄 중 인기가 가장 높은 지추뮤지엄은 방문객이 많아 감상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계로 항구에 도착하면 먼저 이곳에 들린 후, 이우환, 베네세 뮤지엄 그리고 그 유명한 노란호박을 구경하고 혼무라지역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이 경우 자전거 여행자라면 혼무라 지역으로 이어지는 동북도로가 아닌 남동방향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지추미술관에 빨리 도착하는 팀이라면 팁이다.
나오시마 숙박 및 레스토랑
나오시마 숙박은 주로 민박(민숙)이나 게스트하우스로 항구에 접한 미야노우라 지역이 가장 많다. 일부는 혼무라 지역에도 있다. 경제적 여유만 된다면 베네세하우스 내의 호텔에 머무는 것도 좋다. 이를 제외하면 다카마쓰 시내보다 숙박시설은 섬이란 특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싸면서 시설은 나쁘다는 점을 고려하자.
레스토랑은 미야노무라, 혼무라 지역 곳곳에 있다. 하지만 나오시마는 관광지이긴 하지만 관광객에게 친절한 곳은 아니다. 주민들은 자신의 시간속도에 맞추어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대체로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어떤 곳은 점심시간에만, 어떤 곳은 저녁에만 운영한다. 이러저러해서 시간을 못 맞추면 미야노우라 항 근처 유일한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도시락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이 점은 관광객이라면 간과 쓸개까지 빼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한 한국이나 제주의 관광업체보다 좋은 태도라 생각한다. 지역주민이 관광객의 속도에 맞추는 그때 관광은 지역주민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난개발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오시마 방문목적은 결국 '예술의 섬'이란 명성을 가져다 준 건축가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각종 미술관과 갤러리 방문과 감상이다. 나오시마는 원래 구리제련소가 있는 세토내해의 조그마한 섬으로 구리제련소 산업의 쇠퇴로 시들어 가는 섬이었다. 하지만 1989년 시작된 예술을 바탕으로 한 재생프로젝트로 인해 한해 70-8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일본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힙한 섬으로 변했다. 이 프로젝트의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이 건축가 안도다다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돌출콘크리트 구조를 가진 베네세하우스와 지추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등이다. 이들은 나오시마의 바다와 숲을 캔버스 삼아 이색적이면서도 조화된 섬의 정취를 자아낸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베네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 홈페이지( http://benesse-artsite.jp/en/)를 참고하면 좋다.
지추미술관
베네스하우스 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관이다. 안도다다오 건축의 복잡한 미로형 미술관은 주변 지형응 헤치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룬다. 이를 위해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살려 지었다고 한다. 미술관 속 세계 유명작가의 작품감상도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결국 안도다다오의 건축물을 보는 것이 가장 핵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워낙 인기 있는 곳이라 항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이곳을 향해 뛰어가는 것이 좋다. 입장하는 관광객의 관람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한번에 입장하는 관람객의 수의 제한을 두고 있다. 매표소에서 이를 관리하기 때문에 간다고 아무때나 입장표를 살 수 없기 때문에 관람시간이 더욱 많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시간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베네세하우스 앤 뮤지엄
베네세하우스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미술관이자 호텔이다. 이 역시 안도다다오 특유의 건축미학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내부에는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들이 마치 호텔의 장식 컬렉션처럼 전시되어 있다. 그래서 호텔 투숙객에게는 입장료가 무료인 셈이다.
이우환미술관
가장 나중에 완성된 이우환 미술관은 야트마한 언덕 중간에 소박하지만 정결하게 세워져 있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패스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수 있다.
노란호박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호박은 나오시마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이다. 혼무라지역에서 언덕을 넘어 베네세하우스 지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다. 베네세하우스행 시내버스 종점 바로 옆에서 내리자마자 이목을 끄는 편이라 먼저 달려가고 싶지만, 이곳에서 베네세 하우스 내부 순환버스를 타고 지추미술관으로 향하는 것이 시간상으로 나오시마에서 여유롭게 보내는 방법이란 점을 명심하자.
Art home project(이에 프로젝트)
혼무라 지역의 폐가활용 프로젝트이다. 예술가와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진행되었는데 총 7개의 가옥이 프로젝트 가옥이다. 이곳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먼저 혼무라 관광안내센터에 들려 이 지역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는 것이 좋다. 크지 않은 일본 시골 섬지역 골목을 두리번거리면서 걸으면서 각 프로젝트의 녹아 있는 예술작품에도 흠뻑 취해보자. 각 프로젝트 방문시에는 따로 입장료를 받기도 하지만 여유가 있다면 안내센터에서 일괄 입장표를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일 수도 있다.
빨간 호박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호박이 섬 뒤쪽에 숨겨져 있다면, 이 빨간 호박은 미야노우라 항 바로 옆에서 있어 나오시마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제일 먼저 반겨주는 마중물 같은 작품이다. 이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 남기는 것은 그래서 필수이다.
나오시마 파빌리온
미야노우라 항구 빨간호박에서 보이는 파빌리온은 2016년 트리엔날레를 맞아 세워진 것이다. 백색의 금속망을 사용해 설치한 이 파빌리온이 빛을 바라는 시간은 석양과 밤 조명을 맏을 때이다. 낮에는 비교적 밍숭맹숭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Naoshima Bath "I♥︎湯"
나오시마 1박을 계획하거나 저녁 늦은 배를 타고 나갈 관광객이라면 여행 피로도 풀겸해서 방문하면 좋다. 욕조내부는 주민들이 참여해 장식한 때로는 촌스러운 느낌을 주는 타일작품이 욕탕에 꾸며져 있다. 온천이 아닌 대중목욕탕이라는 점 유의하자. 탕에 들어가기 전 먼저 샤워하는 정도의 목욕탕과 온천예절 정도는 일본 방문시 필수로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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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 http://benesse-artsite.j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