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를 여행하는 10가지 방법
현대인에게 '소외'는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포디즘 시대를 지나 훨씬 더 풍요를 누리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인간소외 문제는 더욱 심화되는 것 같다. 스마트폰 하나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연결된 듯 하지만 문명의 이기에 찬사를 쏟아낼수록 마음은 더욱 공허해지고 개인은 파편화되어 가는 세상이다. 그래서인지 현대인들은 행복을 찾는 일에 몰두한다. 최근 국내에서 한번은 들어봤을 법한 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준말)'이 상대적으로 허무주의적인 젊은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지배하는 말이 된 것은 그래서 우연은 아닌 것 같다. 거대 서사적 담론보다 생존과 소소한 행복추구가 더욱 중요한 시대, 일상을 벗어나 일탈의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여행에 현대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굳이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지만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는 알랭드 보통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2017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2,870만명이다. 이중 한국인 관광객은 약714만명으로 중국인 관광객 약735만명과 큰 차이를 나지 않는 수치를 보였다. 2017년 한국인의 일본방문 시장 트렌드의 특성 중 하나는 '일본 소도시여행'이다. 국내서점의 일본 여행코너에는 이와 관련한 여행안내서의 종류도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기능적 관점에서 보면 국내의 다양한 LCC 항공사들이 그들의 생존을 위해 일본 소도시 직항 노선 개설에 너도나도 뛰어든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경제적으로도 교통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일본에서 주요 관광지인 대도시에 가서 소도시로 이동하는 것보다 LCC의 소도시 직항은 훨씬 싸다. 한편 일본 여행의 인기는 환율 요소도 무시 못 할 듯하다. 2년전 일본여행시 환율이 1,300원대였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1,000원대이거나 그 이하일 정도로 엔화 약세는 한국인을 일본으로 끌어들인 주요 원인이다. 마지막으로는 여행패턴의 변화이다. 거리가 먼 롱하울(long haul) 여행보다는 짧게 자주 다니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데는 국내도 좋지만 가깝지만 이국적인 이웃나라만큼 좋은 목적지는 없다.
한편, 소도시여행은 유명하지만 복잡한 대도시보다 비록 여행여건은 좋지 않지만, 그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를 비교적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일본은 예로부터 지역성이 강한 문화적 전통을 비교적 잘 계승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어느 곳을 가더라도 대중교통 무제한 패스 등 지역에 외국인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한 특색있는 서비스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체류비도 한 몫 거든다. 다만, 중심지를 벗어나 교외 여행지를 다닐 때면 대체로 1시간에 1대 꼴 버스 시간으로 인해 시간을 잘 맞추어 계획해야 한다는 점이 좀 불편하고, 저녁이면 성수기를 제외하곤 편의점 외에 어디 먹고 자고 놀만한 곳이 드물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소도시여행자라면 이런 여행의 불편함, 긍정적으로 말하면 기다리는 시간도 즐길 줄 아는 느린 여행에 마음이 가는 소박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대도시의 시간이 아닌 소도시의 시간에 맞춰 여행하는 멋을 가진 여행자일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를 '지구촌'이라고 불리울만큼 세계는 서로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이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대이다. 점심은 뉴욕에서 저녁은 파리에서 먹을 수 있는 시대는 아니러니 하게 작고 뒤떨어지고 보잘 것 없다고 여겨지는 지역(local)에 대중의 가치 재평가가 아닐까 싶다. 오래되고 불편하며 구불구불한 골목, 세련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던 한옥 등을 가진 삼청동, 전주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히고 힙한 곳이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도 상징적인 대한민국 최남단 볼품없는 관광지가 아닌 자연환경과 전통문화 그리고 힐링의 섬으로 재 이미지화되었다. 이로 인해 지역민은 지역에 대한 자긍심이 고취되고 지역의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해외여행 패턴변화에 반영되어 2018년 일본 소도시여행의 붐을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본 하루1식, 사누키우동
다카마쓰가 속한 가가와는 일본에서 가장 작은 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도 있듯 여행지로서 매력은 생각보다 높다. 오늘날 한국여행자의 트렌드 중 하나는 식도락여행이다. 이러한 면에서 가가와현은 옛 이름 사누키의 이름을 딴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한 '우동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부침은 있었지만 일본내에서 가가와현 우동투어는 몇차례 대유행을 했다. 다카마쓰는 가가와현의 행정중심지로 고유한 전통을 자랑하는 우동가게가 밀접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일본의 맛을 미식하는 식도락여행자에게 천국을 선사한다. 참고로, 일본영화 '우동'은 이와 관련하여 가가와현 사람에게 우동의 의미와 우동유행이 지역에 가져다 준 긍부정적 영향을 일본식의 감동을 짜내는 연출도 담담하게 그리고 있으니, 다카마쓰 여행전에 반드시 한번 보고 가면 여행에 도움이 된다. 만약 다양한 우동집 중 어느 곳을 가야 하나라고 망설여지는 결정장애가 있다면 아래 관련글에서 언급했듯이 우동투어버스는 선택의 고민을 덜어 줄 수 있다.
관련글: 라멘 아니죠~ 우동국 카가와현 다카마쓰 사누키 우동여행
닭다리 오븐구이요리, 호네츠키도리
다카마쓰는 우동뿐만 아니라 호테츠키도리라는 닭요리도 이 도시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더 쉽게 얘기하면 후추와 소금으로 간한 닭다리 오븐구이요리로, 보통 노계(오야도리)와 영계(히나도리) 닭다리 요리 두 종류가 있다. 영계는 소프트한 맛이, 노계는 영계보다 쫄깃쫄깃하고 보다 깊은 토종닭 맛이다, 닭다리의 맛의 차이는 아마도 희노애락을 삶의 애환을 겪은 몸과 안겪은 몸의 차이일 것이다. 호테츠키도리는 생각보다 짭짤하여 한끼의 식사로보다 하루의 여행피로를 풀면서 저녁에 생맥주와 함께 마시는 것이 좋다. 운이 좋으면 옆자리에 퇴근하는 소도시의 평범한 일본 직장인들과 함께 합석도 할 수 있으니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닭요리전문점은 잇카쿠가 가장 유명하지만, 술한잔과 함께라면 다카마쓰의 먹자거리라 할 수 있는 '라이언도리' 이자카야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상관없다. 그래도 이 거리에서는 요떼야 등이 한국인 여행자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곳이다.
세토내해 섬여행, 예술의 섬 나오시마와 올리브의 섬 쇼도시마
나오시마 섬여행은 대부분의 한국여행자에게 다카마쓰로 떠나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다. 쇠락해가는 섬을 안도다다오라는 천재건축가의 재능을 빌려 섬의 약 1/3을 미술관 지역으로 개발한 이후, 나오시마는 일본에서도 가장 핫한 여행지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노란호박, 빨간호박으로 더욱 유명해진 나오시마는 다카마쓰 여행의 필수코스로 당일투어나 섬에서의 1박 이상을 계획하면 되는데, 섬여행은 섬에서 묵어본 여행자와 그렇지 않은 여행자 사이에 여행경험의 간극이 큰 관계로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섬에서의 1박을 권유하고 싶다. 나오시마 여행과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관련글을 참고하면 된다. 날씨만 받쳐준다면 나오시마 여행을 가장 즐겁게 하는 방법은 자전거를 렌트하는 것이라는 점도 기억하자.
관련글 안도다다오의 빛을 찾아 나오시마 1박2일
한편, 쇼도시마는 일본 올리브의 발상지로 유명한 섬이다. 다카마쓰를 감싸는 세토내해에서 꽤 큰 섬에 속하는 섬이다. 토종감귤이 아닌 제주에 도입된 일본감귤은 이곳 쇼도시마에서 들여왔다는 말이 있듯 감귤을 비롯한 올리브 등을 재배하기 적합한 기후를 갖고 있는 곳이다. 이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카마쓰 항에서 쇼도시마행 올리브라인 여객선을 타고 세토내해의 풍경을 즐기며 가면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주요 볼거리는 썰물일 때 나타나는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엔젤로드와 칸카이케이 로프웨이, 그리고 올리브 파크 정도이다. 특히 칸카이케이 로프웨이는 섬 중앙 협곡에 위치해 있어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곳인데, 나의 경우 날씨관계로 이곳으로 가는 버스가 운행을 중지하는 탓에 들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올리브파크는 다양한 올리브 정원과 애니 마녀배달부키키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촬영지 아지초
2004년 개봉했으니 벌써 14여년 전의 영화다. 그때 쯤 일본 드라마에 개인적으로 흠뻑 취해있을 때인 듯하다. 비치보이스, 롱버이케션, 춤추는 대수사선, 마녀의 조건, 뷰티풀라이프, 히어로,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하얀거탑 등 1990년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인기 일본드라마에 푹 빠져 있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싶다. 일명 '세중사'도 이러한 일드에 취해 있을 때 만났던 가슴을 적셨던 풋풋한 첫사랑과 관련된 드라마로 아직 기억에 남아 있다. 어렴풋이 저 촬영지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기억과 함께 말이다.
사실 나오시마만 생각하고 다카마쓰행 비행기에 올라 도착한 이후까지 다카마쓰 교외 한적한 어촌마을 아지초가 세중사를 찍은 곳이라는 정보를 가지지 못했다. 게하에 투숙 후 잠자리에 들기전 찾아본 우연한 정보탐색에서 아지초가 촬영지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추억을 떠올리며 달려간 아지초이다. 다카마쓰역에서 아지초행 버스 73을 타면 50여분 걸린다. 현재는 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사진관 건물이 이전된 곳을 중심으로 주인공이 타던 오토바이 등이 전시된 기념관과 항구의 방파제, 언덕 신사의 그네 등 조그마한 시골마을 곳곳이 영화와 관련된 촬영지이다. 기억을 되새기며 한적한 일본시골마을 걷는 소소한 재미를 느껴보자.
다카마쓰 전망 포인트 야시마섬
야시마섬은 다카마쓰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포인트와 일본열도을 이루는 네 개의 큰 섬 중 가장 작은 섬 시코쿠의 88개 사찰을 도는 순례길 1200km 중 84번째 사찰이 있어 전형적인 시코쿠순례자인 오헨로와 마주칠 수 있는 곳이다. 다카마쓰 시내 가와라마치역이나 다카마쓰칫코 등의 역에서 고토텐 전차를 타고 무인역인 고토텐 야시마에서 하차 후 100엔 하는 야시마산 정상행 버스를 타서 정상 사찰 입구 주차장에 내리면 된다. 시간이 된다면 야시마산 둘레길도 걸어보면 되나 보통은 사찰을 둘러보고 수족관 쪽 전망대에 올라 다카마쓰 시내 전경을 조망하면된다. 정상행 버스는 보통 시간당 1대씩 운행된다.
여행의 피로는 이곳에서 붓쇼잔 온천
다카마쓰 여행에서 지쳤을 때 고토텐전철을 타고 붓쇼잔 역에 내려 조금 걸으면 갈 수 있는 붓쇼잔 온천은 매우 현대적인 외관과 인테리어로 꾸며진 온천이다. 온천은 남탕의 경우 실내의 큰 대중탕과 야외 3개의 작은 냉탕과 온탕 등을 갖추고 있다. 붓죠잔 온천은 온천입장료와 전차표 패키지로 묶어 다카마쓰 시내 주요역에서 판다. 부채는 전철 및 온천입장료의 역할을 하는 증표이다. 패키지 구매는 교통편과 입장료를 따로 구매하는 것보다 경제적이기도 하면서 부채는 기념물로도 가져도 되니 일석이조이다.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온천에 몸을 담그면 먼저 피부가 미끌미끌해짐을 느낀다. 보통은 저녁 후 피로를 풀기 위해는 오는 관광객들이나 지역민이 붐비는 7시 이후보다 조금 빨리 서둘러 도착하는 편이 한적하고 여유있는 온천을 즐기는 팁이다.
일본정원의 진수, 리쓰린공원
밤나무숲이라는 의미의 리쓰린공원은 에도시대인 17세기 중엽 다카마쓰의 옛이름인 이곳 사누키 지방의 영주였던 이코마 타카토시(生駒高俊)에 의해서 별장으로 건축된 후 5대에 걸쳐 100년 동안 보수와 개축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메이지 유신이후에는 정부소유가 되었다 현립공원지정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는데, 현재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 중 하나로 유명한 공원이 되었다. 공원 입구의 사누키 민예관은 이곳 사쿠키 지역의 다양한 지역특산물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지역특산물 쇼핑도 할 수 있다. 약 78만 제곱미터의 면적인 이 공원은 모두 6개의 연못과 주변언덕의 조화가 매우 아름답다. 공원이 큰 관계로 보통 2시간 이상, 많게는 반나절 정도 예상하면 넉넉하게 정원산책할 수 있다.
다카마쓰 쇼핑 중심, 다카마쓰 상점가 거리투어
다카마쓰 시내 중심 상점가를 뒤덮은 비가림 시설의 길이의 합계는 일본내에서 가장 길다고 알려져 있을만큼 시내에 대형쇼핑몰은 없어도 효고마치, 마루가메마치, 라이온마치 등이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 특히 마루가메마치는 거리 비가림이라기 보다는 대형쇼핑몰에 들어온 듯 거리가 매우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다. 이 주요 거리와 이어지는 작은 소규모 골목 곳곳에 숨겨진 보석같은 맛집과 상점, 카페를 찾는 즐거움도 다카마쓰 여행의 소소한 재미라 할 수 있다.
다카마쓰 교통중심, 다카마쓰 역 주변 여행
다카마쓰역은 다카마쓰여행의 시작이자 종착점이다. 역 앞으로 이어지는 항에서는 나오시마, 데시마, 쇼고시마를 비롯 세토내해를 가로질러 일본 열도 본섬의 오카야마로 가는 뱃길로 갈 수 있다. 오카야마는 일본 소도시여행에서 떠오르는 여행지이기도 하기 때문에 시간 여유만 된다면 다카마쓰 인-오카야마 아웃의 일정을 짜보는 것도 좋다. 다카마쓰 역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다카마쓰 선포트 쇼핑몰과 다카마쓰 항구와 방파제를 둘러보는 일정도 하나의 재미이다. 대로를 건너면 한창 복원 중인 다카마쓰 성도 둘러보고 이웃한 다카마쓰 칫코역에서는 고토텐전철을 타고 교외로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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