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학의 사도 Nov 25. 2024

4부 6화)세르히오의 뒷정리

“그... 그럼... 우리 현석이인가요? 마지막 제물이?”

세르히오는 그녀의 몸을 잡아당겨 끌어안고 그녀의 입술에 깊은 키스를 했다. 그리고 그녀의 귓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니. 여기서의 제사는 끝났어. 정리하고 스페인에 돌아갈거야.”

“현석이는요?”

“같이 스페인으로 갈거야.”

“정말이죠?”

“물론.”

정아는 1층에 내려와 유리벽에 손을 만지며 혼자 허공에 장난감 칼을 휘두르는 현석을 바라보았다.

‘다미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 애가 날 보면 얼마나 원망할까? 근데 정말 살아있는거야? 남다른 아이라 그런걸까? 만약 현석이었다면 죽었을거야. 그리고 인신매매범들에게 넘어갔겠지. 다미야. 미안해. 엄마가 되어주겠다는 말 진심이었어. 정말 그러려고 했는데 근데 내 배로 낳은 자식을 죽게 둘 순 없었어. 네 아빠도 이 사실을 알게되면 날 원망하겠지. 하지만 현석이가... 아빠가 버리고 간 저 아이를 엄마인 내가 지켜주지 않으면 저 애는 죽어버리고 말거야. 이 거짓된 세상에서 믿을건 가족 뿐이니깐.’



정아는 혹시라도 현석이 볼까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앞쪽으로 가서 쭈구려 앉아 울었다.     

세르히오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그 신도와 자기 룸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세르히오는 앉아있었고 신도는 수녀복을 입고 서있었다. 왼손에 롤렉스 시계를 만지작거리다 세르히오가 의자를 뒤로 젖혀 한바퀴 돌리고는 신도에게 말했다.

“아이는 깨어났나요?”

“아니요.”

“이틀 동안 안깨어나다니, 그럴 수도 있나요? 죽은건 아니겠죠?”

“숨쉬는거 아까 전에도 확인하셨잖아요.”

“그래요. 영양제 잘 넣도록 하고. 내일 출발해서 스페인에 다녀와야겠어요. 보스가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직접 얼굴보고 설득해야 되겠어요.”

“마지막 제물은 현석이로 하나요?”

“아니요. 더 이상의 제물은 없어요.”

“현석이랑 그 엄마도 스페인에 데려갑니다.”

신도는 불쾌한 마음을 가득 담아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서 세르히오를 쳐다봤다. 세르히오는 보라고 드러내는 불만을 정확히 보았다. 

“왜요? 기분 안좋은 일이라도?”

“계획과 맞지 않잖아요. 어쨌든 한 명은 처리해야해요.”

“다미가 죽지도 빙의되지도 않은건 루시퍼의 뜻이에요.”

“거래처는요?”

“돈은 충분히 있어요. 어차피 정리할건데 돈 조금 덜 있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에요.”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그러면 이 세상에는 아무 문제 없어요. 그 불만 가득한 얼굴과 마음 빼고요.”

세르히오도 인상이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거래처 사람들이 가만 있지 않을 수도 있어요.” 신도도 지지 않고 노려보며 맞섰다. 세르히오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의 양어깨를 잡았다.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군요. 걱정마요. 제가 출국하기 전에 알아서 할게요.”     









사람은 누구나 정의를 원하는 법이다. 문제는 원한다는 정의가 모두 각자의 정의이고 그것이 서로 맞지 않는데에 있으며 나쁜 사람도 정의를 원한다는 법칙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인천의 한 부둣가 창고에서 인간 말종으로 불릴 만한 사람들이 열 명 넘게 모여있었다. 그 중 두 명이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고 나머지는 쇠파이프, 각목, 칼 등을 각자 하나씩 들고 두 명을 둘러싸 서있었다.


“어이, 스페인 양반.”

“예압.”

“물건을 1년에 한번 보낼까 말까하는 그런 황당한 계약을 맺은 이유가 뭔지 말해줘?”

세르히오는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성 때문이야. 아무리 가끔이여도 보낼 때에는 확실히 보낸다.”

“그랬지.”

“근데 그 확실성을 깨버렸어. 감히 나를 상대로.”

“그래서 사과하잖아. 필요하면 지금 내가 나가서 애하나 잡아올게.”

“장난해? 그딴 짓 하다가 경찰에 뒷덜미라도 잡히면 어떡할려고? 당신네 물건은 절대 뒤탈이 없을거라 그래서 계약을 했더니, 나만 아주 우습게 됐어.”

“미안하군.”

“사람은 약속을 지켜야 하는거야. 난 약속 안지키는 놈들을 제일 싫어해.”


이 말을 듣고 세르히오는 크게 웃었다. 고개를 돌려 자신과 가장 가까이 서있는 사람을 보며 같이 웃자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그 남자가 검지와 중지로 눈을 찌르겠다는 위협시늉을 했다. 세르히오가 웃기를 멈추고 헛기침을 한 뒤 다시 대화 상대방을 쳐다봤다.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를 하는군. ‘난 이런 놈들을 제일 싫어해’, ‘저런 놈들을 제일 싫어해.’ 어떻게 그걸 확신하지?”

“뭐?”

“네가 약속 안지키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면 너 주변에 약속 저버린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거지. 만약 네가 계속 맞고 살았다면 이유없이 때리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했을걸.”

“지금 나랑 말장난할 때인 것 같아?”


“가치관은 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야. 나의 가치관은 루시퍼께서 창조해주셨지.”



둘의 대화를 듣고 서있는 사람들이 세르히오의 말에 크게 웃었다. 병신이라는 단어가 웃음소리에 섞여있기도 했다. 세르히오는 자신을 향한 비웃음에 같이 미소지었지만 세르히오의 대화상대는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물건 보내. 안그럼 오늘 죽는다.”

그의 말이 끝나자 야구방망이 하나가 세르히오의 어깨에 걸쳐졌다. 



세르히오는 그 야구방망이가 베개라도 되듯이 기댔다.

“어우 스윗 헐트.” 

야구방망이의 주인이 욕을 하며 방망이를 들어 세르히오의 머리를 깨버리려고 했지만 다른 부하들이 그를 제지했다. 

“다시 말한다. 물건 보내. 서로 좋게 끝내자고.”

“난 오늘 밤에 스페인으로 출국해. 여기 시설도 곧 정리할거고.”

“이미 들었어, 그 얘기.”

세르히오는 두둑 소리를 내며 목을 풀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 왜 온 줄 알아? 정리는 깔끔해야지.”

십오분 뒤 얼굴의 피를 구찌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유유히 걸어 나오는 세르히오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