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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받지 않고도 “고맙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 나의 사람들.
당신이 안녕한 것만으로도 나의 오늘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저 가족이라는 끈으로 함께 묶였을 뿐이지만 나의 모든 것을 주고도 뒤돌아보지 않을 사람들.
면회를 온 남편의 눈빛을 보고 손을 잡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가 기억난다. 기억난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그때의 공기, 기분, 남편의 표정과 말투, 목소리까지. 방금 전의 일을 회상하듯 생생하다. 면회 때 남편은 자신이 어떤 기분으로 나를 위해 기도하고 회복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려주었고, 가족들이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이 기도하고 응원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게 참 많은 도움이 됐다. 지금 나의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남은 생을 지키기 위해 살아야겠다고. 남편과 우리 아이와 지금 나를 위해 기도하고 눈물 흘리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프기 전에도 그랬듯이, 가족은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이때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원래도 그랬던 그것을! 내가 이제는 매 순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수술 후 목소리가 잘 나오면서부터는 부모님들과 통화도 자주 했다.
부모님들은 나를 위해 주시기만 하는데 “고맙다”라고 하셨다. 잘 버티고 회복하고 있는 것만으로 고맙다고 하셨다. 내가 부모님을 위해 하고 있는 것이 없는데 고맙다고 하시니 처음엔 의아하기도 했다. 오히려 슬픔과 고통만 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근데 부모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니 알겠다.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지내면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주고 있는 것만으로 고마웠다. 보내주시는 사진 속 환한 웃음을 보면서 마음이 아픈 것과 동시에 고맙고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의 고마움이 어떤 느낌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부모님의 “고맙다”는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