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안 하기 기술

by 자씨


자기소개란에 쓸 수는 없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의 특기 중 하나였다.


아무 생각 안 하기 기술!


내가 이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 시기는 20대 초반 즈음이었던 것 같다. 아무 생각을 안 하려고 하면 꼭 어떤 생각이라도 난다는 사람들의 말에 정말 그런가 하고 해 봤다. 그리고 그때 나의 재능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말 아무 생각을 안 하려고 하면 안 할 수 있었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방금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확인해 봤는데 정말 그렇다.


이 기술은 좋은 점이 정말 많다. 힘들고 생각이 복잡할 때 잠시 생각을 멈출 수 있다. 그 순간의 공기와 분위기로부터 남몰래 잠깐 탈출할 수 있다. 눈앞의 예정된 고통에 대해 인내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마음을 리셋할 수 있다. 외면하고 싶은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그것으로부터 잠깐 벗어날 수 있다.


아무 생각 안 하기는 행복하고 좋은 상황일 때 그것을 극대화하는 데에 쓰이지는 않지만, 힘든 상황일 때 그것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생각보다 꽤 큰 도움이 된다.




나의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면, 수술 전 중환자실에 있을 때 이 기술은 나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종일 누워서 기계에 몸을 맡긴 채 시간을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나는 이 기술을 나에게 적용했다.


복잡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하면 그 생각 주머니 입구를 꽉 붙들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그 생각들을 덮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난 아무 생각 안 하기 기술을 썼다. 감정과 생각을 풍부하고 폭넓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리고는 울게 되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아 울지 않으려 했다. 눈물로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눈물은 그 감정을 인정하게 만드는 꼴이니 그것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지칠 때마다 스스로 그렇지 않다고 되뇌며 가스라이팅 비슷한 것을 했던 것 같다. 핸드폰으로 평소에 보지도 않았던 생각 없이 웃긴 영상들도 보고 작고 단순한 것들에 집중하려 했다.




혹시 큰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는 나약하고 힘없는 존재인 나를 느껴 힘들고 무기력하다면, 꼭 “아무 생각 안 하기”를 도전해 보길 권하고 싶다.


이 재능을 갖길 원하신다면 한 번 다음과 같이 해보시기를 바란다. 내가 어떻게 아무 생각 안 하는 순간으로 빠지는지 역으로 나열해 봤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니 안될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린다.)


1. “아무 생각 안 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몸에 힘을 쫙 뺀다.

2. 시선을 정확하게 한 곳으로 두지 않고 어떤 사물과 나 사이의 애매한 지점으로 둔다.

3. 시선과 별개로 나의 이마와 머리 위쪽의 어딘가에 집중한다.




삶이란 참 복잡하고 재미있다. 객관적인 일의 크고 작음이 그 일이 주는 행복과 고통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다. 때로는 아주 작은 일로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얻기도 하고, 큰 시련이 생각보다 큰 고통을 주지 않기도 하니 말이다.


행복은 작든 크든 조절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대로 나에게 다가오는 행복을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하면 된다. 반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은 때론 스스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음 조절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고통이 사라지지 않더라도 나의 마음속에서 그것을 인내하고 감내할 수 있는 잠깐의 여유라도 가질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나에게는 “아무 생각 안 하기”가 그런 방법이다. 당신에게도 그런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 나도 모르게 이미 있을 수 있으니 한번 생각해 보시기를. 그리고 없다면 한번 만들어보시기를.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아무 생각 안 하기” 기술을 연마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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