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밥부터 차려주시던 날

추운 겨울날의 따뜻한 상

by 출동 후 기록

외래진료가 예약되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분주하다.


미리 예약된 시간에 맞춰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는,

외래진료가 일상이 된 노부부가 있다.


할아버지는 좌측 편마비가 있어 혼자서는 움직임이 쉽지 않다.

집에서 환자 보호자는 할머니 한 분 뿐이다.


그래서 병원에 가는 날마다

집과 병원을 오가는 길은

늘 사설구급차의 도움이 필요하다.

혼자서 할아버지를 간병하며

오랜 시간을 그렇게 살아왔다는 듯,

도움을 요청하는 말도 설명도 길지 않다.


그날은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외래진료 시간에 맞춰 서둘러야 했지만,

할머니는 상차림에 정신이 없다.


"어머님, 식사 안 하셨어요?

외래 진료 시간이 있어서 얼른 준비하셔야 하는데요..."


나의 물음에 할머니는 대답한다.


"아니. 선생님들 밥 못먹고 일하잖아

그래서 일찍 불렀어

아직 시간 여유로우니까 밥먹고 있어

그동안 내가 얼른 준비할게."


감사한 마음과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상 위에는 따뜻한 밥과 국, 고구마.

그리고 소박한 시골 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화려하지도, 정성스러움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밥 한끼 먹여 보내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는 반복되는 진료에도

노부부는 힘든기색 하나 없이 웃고 있다.

"그래도 저번보단 나아졌대.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힘들텐데 항상 너무 고마워"


간병하느라 누구보다 힘들 텐데도,

우리를 먼저 걱정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시는 할머니.

추운 겨울을 잊게 하는 훈훈한 온기와 시골 인심이 가득했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갈 한 장면일지 모르지만,

그 날의 밥상은 나에게 오래 머무르고 있다.

늘 응급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일하다 보면

숨 돌릴 틈 없이 하루가 흘러간다.


하지만 이렇게 예기치 않게 마주하는 따뜻함이 있어

이 일도, 이 시간도

오늘 하루 또 버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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