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림'은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몸짓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스위트홈] 리뷰

by 담작가
스위트홈
줄거리

교통사고로 가족이 다 죽고 고아가 된 차현수.

그린홈 아파트에 이사 와서 그가 결심한 것은 단 한 가지.

8월 25일 - 자살

그런데 내가 죽기 전에, 세상이 망해버렸다.


'머뭇거림'은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몸짓이다
숨은 의미 찾기

스위트홈은 그동안 봐 왔던 재난 영화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띤다. 특정 바이러스에 의한 것도 아니고, 거대한 자연재해 때문도 아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 그 욕망 때문에 사람이 괴물로 변한다. 자신의 욕망과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그리고는 욕망 충족을 위해 사람들을 공격한다.

그야말로 인간 스스로 인간을 파괴하는, '인재(人災)'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괴물과 인간의 경계를 정확히 가르려고 애쓴다. 그들은 머릿속으로 '인간≠괴물'이라는 공식을 세운다. 그럼에도 함께 있던 주민이 괴물화 초기 증상을 보일 때는 밖으로 내쫓지 않는다. 이건 단순히 정들어서라고 하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인간과 괴물, 우리는 그 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까?

마음속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이들은 괴물이 된다. 그러나 사실 욕망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린홈 주민들 역시 괴물 화가 진행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지만, 그들이 모두 욕망이 없어서 괴물이 되지 않는 게 아니다. '아직' 괴물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괴물이 될 가능성은 있다. 결국 '인간=괴물'인 셈이다.

그렇다면 괴물을 인간이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도 없다.

괴물은 그저 인간 내면의 모습이 형태화 된 것일 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괴물 하나쯤 마음에 품고 산다. 그렇다면 사실 괴물이 우리의 진짜 모습은 아닐까?


이런 절망적인 추측에도 불구하고 대체 인간으로 남아있는 자들과 괴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민해봤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흡혈괴물은 사람이 보이면 바로 혀를 뻗는다. 환자복을 입고 있는 걸로 봐서는 인간일 때 입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흡혈을 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는 욕망이 강렬해져서이지 않을까, 싶다. 이 괴물에게 있어 피를 빨아먹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상관없다. 그냥 피를 빨아먹으면 그만이다.

슈퍼마켓 주인의 아내는 남편을 찔러 죽이고 싶은 충동에 칼을 들고 찾아간다. 그러나 칼을 들고도 찌르지 않고 나온다. 눈앞에 있는데, 그냥 찌르기만 하면 되는데 죽이지 않는다. 그녀의 욕망이 정확히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십 년간 자신에게 폭력을 일삼은 남편이 밉고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죽이지 않는다.

현수는 아이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모니터를 던진다. 무서워서 그 장면을 보고도 주저앉았지만 결국 아이들을 돕는다. 모른 척할 수 있었다.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자신의 전부였던 컴퓨터 모니터를 집어던진다. 이는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이룰 수 있는 순간 앞에서 늘 망설인다.

현수는 외면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고, 슈퍼 주인은 살인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법의식이 철저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법도 인간이 만든 틀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우리 나름의 기준과 윤리 의식을 갖고 살아간다.

그래서 인간의 선택에는 '머뭇거림'이 발생한다.

지금 내 욕망을 이루기 위해 하는 행동이,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슬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괴물과의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머뭇거리기를, 망설이기를, 그래서 괴물이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이런 세상에서 전사는 누구인가
감상평

난 계속 인간이 괴물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 맴돈다.

난 인간일까, 이미 나도 괴물이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만 계속하다 보니 다음 편이 궁금하다기보다 원작이 다시 보고 싶어 졌다. 원작에서는 이런 점을 섬세하게 다뤘던 것 같은데 드라마에서는 보여주기 급급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좀 남는다.


스위트홈이 공개되고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건 OST였다.

드라마 내에 이매진 드래곤스의 '워리어'가 OST로 삽입되면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 롤 생각난다 등등. 말이 많아지자 감독은 "연약하지만 거대한 괴물과 맞서 싸우는 한낱 인간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배경음악으로 선택했다."라는 대답을 남겼다.

그래서 많이 아쉬웠다. 오히려 나는 이 노래를 중의적인 의미로 삽입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 어린 시절 너는 멀리서 지켜보며 기다려야만 했지
하지만 넌 그들이 경기를 하는 동안 너 역시 이 일을 할 사람이 될 거란 걸 알고 있었어

2. 나 때문에 울지는 마
이건 모두 다 내가 원해서 벌인 일이니까

3. 이제 우리의 시간이 왔어, 더는 포기하지 마
우린 이 세상을 이끄는 전사들이야

이 가사에서 우리는 장난감 대신 칼을 달라고 하는 수영이나, 홀로 칼을 들고 괴물과 싸우러 달려드는 재헌이나, 다 같이 괴물을 잡으려 협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런데 만약 이 노래 가사를 인간이 아닌 괴물에 입장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괴물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욕망대로 움직이는 것을 방해하는 인간들을 처단하는 행위가, 전사처럼 비칠 수도 있지 않을까?

오히려 나는 괴물과 인간의 욕망이 충돌했다고 생각했다.

괴물이 원하는 것은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므로, 욕망 그 자체다. 괴물의 욕망이 인간들의 살고자 하는 욕망과 강하게 부딪히면서 갈등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것은 어찌 보면 현실 세계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현실에서 인간들은 늘 저마다의 욕망을 충족하려고 하고, 때론 그것이 타인의 욕망과 상충할 때가 있으니까.


실망한 부분도 많고, 예상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자세한 건 시즌 2를 보고 판단하고 싶다. 지금 성급하게 결론 내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제작진이 입맛대로 원작을 손봤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는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건 '서이경'과 '정의명'의 역할일 텐데. 과연 얼마나 해줄지 걱정스러우면서도,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해서 시즌2를 기다려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