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살아있다] 리뷰
#살아있다
줄거리
하루아침에 좀비 사태로 뒤집어진 나라.
가족도, 식량도 없는 집에서 홀로 눈을 뜬 준우.
전화 속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은,
“꼭 살아남아야 한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해시태그는 현대인의 목숨줄이다
숨은 의미 찾기
세상에는 많은 좀비 영화가 존재하지만, 그들을 대략적으로 나누면 보통 두 가지다.
1. 좀비 바이러스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내용
2. 좀비 사태에서 정해진 목적지로 도달하는 내용
뭐, 이 큰 뼈대에 소재를 더하는 식이다. 보통 가족이나 사회문제를 더하는 게 서사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부산행'이 가족 소재를 더한 좀비 영화 중에서는 서사가 괜찮았다고 본다. 만화로는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도. (물론 내가 본 것 한정이고, 최근 본 것 중 기억에 남는 게 이것뿐.)
영화 평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내가 보기엔 적어도 평타는 친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좀비 영화는 액션이 반은 먹고 들어가니까. 오히려 어중간한 이야기를 감성팔이 하듯이 풀어내려고 하기보단 적당히 동료로 버무리고 액션을 살린 게 좋았다고 본다. 사실 좀비 이야기 볼 때 서사 기대하면서 보기보다는 좀비 나오는 장면 보고 싶어서 보는 것 아닌가?(아니라면 죄송.)
준우는 본디 게임방송을 하는 사람이었다. 밖으로 나가기보단 네트워크로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와이파이와 데이터가 모두 끊겨버린다. 준우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몇 번인가 인터넷 방송을 하거나 영상 녹화를 하는 듯한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실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아닌 혼자만의 기록을 남기는 정도에 그친다.
이런 준우의 앞에 등장한 유빈. 옆집과도 교류를 안 하는 현대인에게 '앞동 아파트 주민'은 사실 이웃으로 정의하기엔 서먹한 면이 있다. 그러나 좀비 사태에 그런 이웃 거리를 따질 때인가. 나랑 같은 '사람'이라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게 누구든 반가울 수밖에. 준우는 인터넷에 안 터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야 촌스럽고 답답한 오프라인 방식으로 사람을 사귀게 된다.
여기에서 뭐 현대사회에서 느끼는 소외감이라든가, 뭐 이런 모습도 살짝 엮긴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SNS를 통한 구조 과정의 모습이 전혀 담기지 않아 아쉬웠다. 마지막 결말이나 포스터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나올만한 적절한 흐름이 없었달까. 맨 앞에 던진 떡밥을 물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물고기가 뜬금없이 잡혀서 끄집어내는 느낌이었다. 하다못해 창문에다가 '#살아있다'라고 쓰던가.
보통은 용두사미라고 하는데, 이 영화는 과정 없이 결론만 화려했다.
지금까지 SNS를 악용한 범죄를 다룬 작품들은 많았다. 가깝게는 네이버 웹툰에서 다루는 '살人스타그램', 영화로는 '서치', '스마트폰을 떨어트렸을 뿐인데', '언프렌디드' 등등. 내가 아는 작품 내에서만 꼽아도 이렇게 많다. 아마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렇듯 사실 SNS라고 하면 단어 자체에 약간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처음 페이스북이 나올 때만 해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연락이 끊긴 친구를 찾는 기능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십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장점은 더 이상 장점이 아니게 되었다. SNS를 이용한 범죄가 실제로 있었고,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오히려 친구추가 하기 싫어서 자신의 이름이나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게 요즘 SNS를 이용하는 현대인의 자세이다.
그런데 영화 내에서 사람들은 좀비 사태가 발발하자, 자기 집 주소를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동시에 '#살아있다'라는 해시태그를 남긴다. 아마 무기력하게 앉아서 구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남긴 것이겠지.
일반적인 아포칼립스 작품이었다면 분명 악역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을 것이다. 꼭 이런 멸망한 세계에는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인간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그들은 해시태그를 지도 삼아 사람들을 약탈하러 다녔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아예 다른 노선을 걷는다. 해시태그 덕분에 구조대가 구조를 할 수 있게 된다. '좀비'라는 특수성을 제외하더라도 SNS를 긍정적인 소재로 활용한 작품이 얼마나 있었나 싶다.
어떤 작품에서는 해시태그로 범죄를 일으키는가 하면, 어떤 작품에서는 해시태그로 사람을 구한다. 가장 소름 돋는 건, 충분히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SNS에 어떤 해시태그를 쓰느냐에 따라 우리 목숨이 오락가락한다는 게, 무섭지 않은가?
해시태그가 우리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부디, 당신도 조심하길.
좀비 영화는 그냥 좀비 영화다
감상평
영화가 개봉했을 때만 해도 딱히 관심이 없었다. 두 주연 배우의 연기 스타일이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 게 제일 컸다. 그런데 막상 보니 연기도 괜찮고,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 영화도 꽤 재밌었다. 많은 사람들이 실망한 것 같기는 한데, 그런 사람들한테 나는 말해주고 싶다.
"좀비 영화는, 그냥 좀비 영화다."
이 세상에는 인류의 지식으로는 알아낼 수 없고, 보고 듣지 못한 것이 넘쳐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세상의 99퍼센트를 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어쩌면 우리는 세상의 1퍼센트조차 제대로 모르고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마당에 좀비라는 게 실제로 존재할지 어쩔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다만 인간의 상상을 바탕으로 하는 '좀비'라는 소재에 어떤 큰 기대를 거는 건 욕심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좀비 영화를 보는 궁극적인 이유는, 사실 우리가 궁금해하며 만든 '좀비'라는 것을 구경하기 위한 게 아닐까. 영화마다 좀비 특성도 다르고, 전파방법도 다르고 하니 말이다.
물론 좀비가 나오면서 서사까지 쩌는 작품도 분명히 있겠지. 그렇지만 애초에 그걸 기대하고 보기에는 좀비라는 괴생명체가 주는 짜릿함과 스릴감이 너무 크단 말이다. 좀비한테서 도망치고 살아남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