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2
내 입 안에 남아있던 마지막 사랑니를 뺐다.
치과에 갔을 때부터 이 사랑니는 썩어서 꼭 빼야 한다고 했다.
이로서 나는 사랑니 없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왜 그 사랑니를 보여달라고 하고 싶었을까.
사랑니를 뽑을 때마다 왜인지 모르게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의사는 내 입 안을 훤히 들여다보는데 정작 나는 내 사랑니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 채 영영 보내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달라고 할까, 생각할 즈음에는 이미 솜을 물고 계산을 하는 중이었다. 막상 치과의자에서 내려오니 뽑은 이를 보여달라고 하기도 뭣했다. 그래서 결국 사랑니가 어떻게 썩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그냥 사랑니를 잃어버린 채 집에 왔다.
어차피 썩은 이였다. 썩었다고 했다.
이왕 뽑아서 버려버린 이, 그냥 내가 앓고 있던 고민이 쑥 뽑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 안에 있던 문제와 고민들, 온갖 나쁜 것들을 그 이 한 조각과 함께 뽑아버렸다고 말이다. 들여다봤자 고민만 깊어질 것이 뻔했을 걸? 내가 품었던 것이 뭐였는지는 몰라도 그냥 헤어지기로 했다.
아마 문제를 내 눈으로 보고 있으면 더 애지중지 감싸고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제를 일으킨 자식을 감싸는 부모처럼. 나는 때때로 내게서 자란 문제들을 바로잡지 않고 점점 더 키우는 경향이 있으니까. 사랑니야 남이 뽑아주면 그만이지만 내 문제들은 그러기 쉽지 않다. 나 혼자 마취하고 필요한 부분만 서걱서걱 도려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된 이상, 내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내가 마음이 무겁더라도, 그건 이미 사라진 것의 잔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그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지난번 사랑니를 뽑아냈을 때 허무했던 것은, 썩은 이가 남아있어서 그랬나 보다. 마지막 사랑니까지 보내버리고 나니, 이제 다신 이 일로 치과 냄새를 맡으며 대기석에 앉아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통쾌하다.
눈앞에 문제가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아 고민하는 일은 그만두자. 문제는 내 자식이 아니다. 내 자식은 오로지 내가 써낸 글과 내가 입증한 결과들 뿐이다. 눈에 또렷이 보이는 것들에 집중하자.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들에 집착하지 말고. 이제 나는 앓던 이를 뽑았으니 그야말로 자유다.
아무 걱정도, 아무 고민도 하지 말고 새롭게 시작하자. 모든 안 좋은 기운은 그 이 하나가 가지고 내게서 사라졌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