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렇다고 말할 수 있어

by 담작가

내 인생은 늘 '그런 것 같아'의 연속이었다.

내 생각과 마음과 느낌과 주변의 상황까지도, 언제나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릴 적에 독후감을 쓰면 '그런 것 같다'는 말로 끝나는 문장 때문에 매번 지적을 받았다. 어른들은 내게 '그런 거면 그런 거지 그런 것 같은 건 뭐냐'며 타박을 했다. 한 때는 그 꾸짖음에 울컥했던 적도 있다. 나라고 '그렇다'라고 끝맺고 싶지 않겠느냐고.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이틀 밤 자고 일어나 보니 그렇게 생각 안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난 늘 '그렇다'고만 생각하고 살지는 않는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데' 사이에서 일단 '지금은 그런 것 같아'인 것이지. 그래서 난 지나치지 않은 것에 대해 확신하지 않는 나의 이런 말투가 조심스러운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지나간 것에 대한 '그랬다'는 과거형만이 확실한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과거형이라고 모두 옳은 걸까? '그랬다'는 나의 말조차 왜곡된 것이라면?

한동안 과거형도 현재형도 미래형도 모두 다 불확실하다는 두려움에 갇혀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인생을 언제나 '그런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살았더니 모든 것이 하늘 위의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기만 할 뿐, 땅 위에 가라앉질 않았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렇듯 내 상황뿐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다르다. 심지어 지금의 나와 한 시간 뒤의 나와 잠들 때의 나도 다르다.

그러니까, 지금의 나는 나인대로 '그렇다'라고 말하면 된다. 조금이라도 변한 뒤의 내가 말하는 '그렇다'는 다른 '그렇다'인 셈이다. 우린 매 순간, 시시각각 변화를 맞이하며 산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가 어찌나 안도했던지.


그렇다
1. 상태, 모양, 성질이 그와 같다.
2. 특별한 변화가 없다.
3. 만족스럽지 아니하다.

우린 뭉뚱그려진 자신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세밀히 들여다보면 1분 1초마다 내 인생의 무언가는 바뀌고 있다. 말을 내뱉고 숨을 들이 마쉬는 순간순간에도 수천, 수만 가지의 생각과 감정이 내 안에서 창문을 열었다가 닫는다. 지금 이 글자를 쓰는 순간마저도 나는 변하고 있다.

때론 변한 게 없는 것 같아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그런 내 모습마저 나다. 왜곡되거나 틀린 것이 아니다. 나 그냥 나인 채로 '그렇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내 생각과 감정이 무엇이냐고 자신을 추궁하거나 부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일뿐이다.

'나, 소설이 쓰고 싶은 것 같아'라고 말한다면 상황은 진행되지 않는다. '나 소설을 쓰고 싶어 - 근데 뭘 쓸지 잘 모르겠어 - 그럼 지금부터 무엇을 쓸지 생각하고 찾아봐야겠다' 이렇게 지금의 나를 인정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지금의 나는 과거와 미래의 내가 보기엔 조금 덜 멋진 사람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거와 미래의 나는 다른 나이고, 지금의 나는 그냥 지금의 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있는 그대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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