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고 말하는 게 뭐가 나빠?

말하고 나면 좀 괜찮아진다니까

by 담작가

죽고 싶다.

떡볶이를 먹고 너무 배가 불렀던 어제도 그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고,

두툼한 매트리스 위에서 눈을 뜰 내일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죽지는 않았다. 죽으려는 시도조차 안 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나는 늘 치열하게 생존한다.

배 고파서 배를 불렸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생각을 정리하고, 피로한 몸을 뉘어 수면을 취할 것이다.


죽고 싶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과하게 친절해진다.

어머,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어? 열심히 하다 보면 괜찮아질 겁니다. 힘들면 조금 쉬면 돼.

아니, 그런 말을 원해서 답정너처럼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고요. 그렇게까지 말하면 부담스러워.

그냥 죽고 싶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내가 좋아서 태어난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하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서 억만장자가 될 가능성도 낮은 걸. 태어나고 싶은 몸뚱이 골라서 태어난 것도 아니라면 죽음이라도 내 맘대로 하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마음 같아선 고통 없이 칵 죽어버리고 싶다. 잠들듯이 죽는 약도 있다던데, 요즘 같은 세상에는 내 집 마련보다 그쪽이 훨씬 이득이라고 본다.


어쨌거나 내 마음대로 죽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프게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그냥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싶다. 피곤하고 귀찮고 지쳤을 때, 근본적으로 내가 살아있는 게 문제라고 느낄 때, 그냥 죽고 싶다고 그깟 한 마디 뱉는 게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 죽음이라도 내 마음대로 말하면 안 된단 말인가? 내가 내 목숨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뭐가 그리 나쁘다고.

하루하루 어떻게든 의미 부여하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힘들다. 그런 나날들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다. 그럼 포장해서 말할 필요 없다. 그냥 내뱉으면 된다. 왜 늘 거지 같은 상황에서도 밝고 당차야만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안 생겨 먹었는데.


일렁이는 삶을 견디기 벅찰 때마다 난 살기 귀찮다, 죽고 싶다, 그렇게 중얼거린다.

물론 너무 많이 해버리면 삶의 의지를 다 소진해버릴 수도 있어서 주의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굳이 돌려 돌려 포장해서 말하고 싶진 않다. 세상 누구나 밝고 긍정적으로 사는 건 아니잖아. 그렇다고 어둡고 부정적인 아이가 항상 구질구질하게 살란 법도 없고 말이야.

괴롭고 피곤한 삶, 사실은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서
바락바락 눈물 참아가며 독기를 품는다.
내가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계속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외침.
어떻게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거란 다짐.
그렇게 하기 위해 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나를 만들기 위한 믿음.

그래서 난 앞으로도 그냥 죽고 싶다고 빼액 소리 지르면서 아득바득 이 갈며 살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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