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1 티스푼 팔아요
흥미로운 인스타툰을 발견했다. 어릴 적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소재로 다루는 만화였다. 날 것 그대로의 언어와 사건들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물론 그걸 보며 즐겁고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어릴 적 내가 겪었던 또 다른 상처를 떠올리게 되었고, 이미 지나가버린 그 시절을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왜 불행한 이야기로는 돈을 벌 수 없죠?"
작가는 자신의 Q&A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동안 이 말에 아주 깊이 매료되었다. 그러게요, 사람들은 대체 왜 진창에서 허우적거리는 이야기는 왜 돈을 벌 수 없는 것처럼 굴까요? 사실 대가리 꽃밭만 가득 채우려는 이야기보다 비참하고 처절한 이야기들을 더 궁금해하면서.
내가 이렇게 장담할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한 통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동안 '퇴준생 보고서'를 쓰며 긍정적이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직장생활에 지치고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매거진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읽는 것도 아닌데 '너무 솔직함'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다.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기에 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봐 걱정되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징징거리고 투덜거리기만 해서는 남들이 나를 비난할지도 모른다고, 나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조차 사랑받는 자아를 만들기 위해 발악했던 거겠지.
하지만 우연찮게 써냈던 '직장 왕따기'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런 걸 정말 써도 되는 건가?'
솔직하게 말하면 소재거리가 없어서 주머니를 뒤지다가 '이거라도...' 하며 써냈던 케케묵은 감정이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그 글은 브런치 내에서 가장 인기글로 등극했다. 메인도 몇 번 오르고 구독자도 많이 유입되었지만 내 브런치는 금방 가라앉으며 다시 조용히 흘러갔다. 그래도 나는 몇 번 더 솔직함을 가장한 어두 칙칙한 이야기를 쓰기도 했고, 심지어는 그런 브런치 북과 매거진도 개설했다.
사람들은 남의 긍정적이고 밝은 부분보단 부정적이고 어두운 이야기에 더 호기심을 많이 가진다.
아마 누구나 그런 비슷한 아픔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습다. 모든 행복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모든 우울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누군가는 행복한 이야기를 들으며 배 아파하고 자신의 하찮음에 대해 슬퍼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우울한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아픔을 위로받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
다만 짜증 나는 건, 물론 보잘것없는 브런치 채널이라도 왜 내 아픔은 돈이 안 되는가, 라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꾸준함이려나. 그렇다면 꾸준히 우울한 이야기를 써 봐야지. 언젠가는 돈이 될지도 모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