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10
마침내 마침표가 찍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퇴고가 끝이 났다.
가장 어둡고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한 글이
어느새 희미한 볕에 일렁이고 있었다.
퇴고에 완전한 끝은 없다지만
그렇다고 끝낼 수 없는 끝을 위해
매달려 있을 순 없는 법이다.
편집자에게 넘기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해봐야 했다.
내가 지은 성을.
깊이 빠져있던 나만의 세계에서 나오기 위해 발버둥쳤다.
글을 객관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서 멀어져야만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서 벗어나,
독자처럼 봐야 하니까.
남들에게 보이는 건 수면 위에 비죽 솟은 모양 뿐일 것이다.
헤엄쳐 내려오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바다 아래 심연에서부터 쌓아올린 모든 것을
모두가 볼 수는 없다.
그게 작가의 특권이라면 특권인 것 같기도 하다.
내밀하게 숨겨져 있는 모든 글자들을 알고 있는 것.
내겐 기쁨이다.
난 수면 위에서 보일 가장 마지막 지붕만을 살피러 올라갔다.
수면 위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