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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작가 Oct 12. 2024

슬프다

퍼즐을 맞추며 바뀌는 운명

슬픔
1. 슬픈 마음이나 느낌.
2. 정신적 고통이 지속되는 일.
슬프다
원통한 일을 겪거나 불쌍한 일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


심장이라는 구슬은 언제나 실 끝에 매달린 퍼즐.

미세한 진동에 겨우 맞춰 놓은 균형이 흔들리면

수 천, 수 만 조각의 퍼즐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조각들이 흐트러지면

갇혀 있던 슬픔이 아프게 몸속 여기저기를 찔러댄다.

이미 물이 채워진 욕조에 퍼즐 몇 조각이 풍덩 빠지고

욕조의 가장자리에서는 눈물이 무심코 흘러넘친다.


[심장개업] 속의 심장은 운명을 담는 주머니다.

유리로 만들어져 너무나 연약한 주머니.

단단히 여미고 살려고 하지만

작은 충격에도 너무 쉽게 부서지는.


살면서 한 번도 심장을 깨트리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종종 몇 개의 조각을 잃어버리곤 한다.

모든 조각을 찾아내어 완전한 심장을 만드는 행운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군데군데 비어버린 자국들은 내가 그것을 가진 적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퍼즐을 조악하게나마 끼워 맞추는 일에는

충격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저마다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정성을 들이거나, 찰나의 순간 쓸어 담거나.

정말 슬픈 일은 그렇게 간신히 쌓아 올린 심장이라도

언제든 다시 무너지고 부서질 것이며

그땐, 단 한순간이면 충분할 것이란 사실.


그래서일까.

누군가는 다시 맞출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영영 살아가기도 한다.

흩어진 채로, 바스러진 채로, 잃어버린 채로.

그렇게 누군가의 운명은 멈추게 된다.


산산조각 난 퍼즐을 다시 꿰매고 끼워 맞추는 사이

심장은 전과 얼추 비슷한 모양, 혹은 이전과는 아예 다른 무늬로

조금씩 변화한다.

그러니 우리는 슬픔의 대가로 발전하고

변화를 담보로 슬퍼하는 것과 같다.


매 순간 다른 모양의 심장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내 손으로 운명을 직접 바꿔가는 일만이

무한한 슬픔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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