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 안내
최근에는 잠시 독립서점의 책방지기를 맡고 있다.
근무요일과 시간은 매번 다르지만 손님이 올 때마다 성의껏 응대한다.
조용히 구경하다 가고 싶어 하는 분들 앞에서는 입을 다물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분들과는 나름 짤막한 대화도 나눈다.
그 와중에도 어느 손님이건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창피함을 무릅쓰고서라도 꼭 해야만 하는 일.
내 책을 홍보하는 일이다.
"책 한 권만 추천해 주실래요?"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책을 추천해 달라는 손님 앞에서 우물쭈물거렸다.
고민하다가 내 책을 추천했지만, 차마 내가 작가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너무 속 보이는 것 같아서? 아님, 별로라고 할까 봐?
뭐가 됐든 그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제가 그 책 작가예요."
처음 내가 말을 꺼낸 것은 내 책을 구매하겠다고 들고 온 첫 손님에게였다.
막상 해보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제야 의문이 들었다. 내가 왜 부끄러워했지?
읽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건, 나는 나의 최선을 다해서 써냈다.
겨우 한 권의 책으로서 나의 창작능력을 전부 평가받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성실하고 끈기 있게 써냈기 때문에 한 권의 책으로라도 완성된 것 아니겠어.
그러니 나만큼은 절대 내 책을 내 책이라 말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아야지.
내가 아니면 누가 말해주겠어, 누가 팔아주겠어.
그 후로는 소설책을 사서 나가는 손님을 급하게 붙잡아 내 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말 전업작가로 살고 싶다면, 인세로 벌어먹고 살고 싶다면,
소극적인 태도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까.
적극적으로 나서서 내가 나인 것을 알려야만 누군가 한 번이라도 눈길을 줄 테니까.
그렇게 마음을 바꾸니 이제는
내 책을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은 손님에게
그 책에 관심 있냐고 먼저 묻는 지경까지 왔다.
언더커버보스처럼 내가 그 책 작가라고 밝히자
화들짝 놀란 손님을 보내고 나서야
깜빡해서 북토크를 홍보하지 않았다고 자책하는 내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낯설다.
내가 쓴 책을 내 손으로 직접 판매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두근거림이다.
내 독자가 될 사람과 마주하면 설레면서도 동시에 두렵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되어서는
책 내지에 소중하게 이름을 적어드리곤 가름끈을 달아드린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 복잡 미묘한 맛.
여전히 내가 글자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이,
아직도 내가 적어가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담자연 [심장개업] 북토크
2025년 9월 5일 금요일 오후 8시
석계역 1번 출구 앞 <땡땡섬>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진 출처 : 언스플래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