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다가 울었다
여느 때처럼 소설을 쓰고 있었다.
오히려 주변에 소리가 있으면 집중을 못해서
평소에는 노래를 켜두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노래가 듣고 싶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 속 인물이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성실히 살았을 뿐인데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그 사실에 망가진 인물의 과거를 쓰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앞으로 함께 행복해지자는 노래 가사에
가슴이 울렁거리며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인물이 그 순간 느꼈을 감정이
자꾸만 울컥울컥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결국 소리 내어 펑펑 울고 말았다.
왜였을까,
최근에 딱히 울만큼 힘들지도 않았는데.
인물의 사연이 그다지 기구하거나 특별한 것도 아니었는데
너무나 보편적이어서, 과거의 내가 떠올라서 그랬던 걸까.
나는 한순간에 그 인물이 되어 있었다.
취미가 아닌 학문으로서 소설에 접근했을 때
가장 처음 배운 가르침은
'소설 속에서 빠져나오라'였다.
작가가 소설에 너무 크게 개입하거나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면 안 된다고.
작가는 멀리 서서 소설을 바라보며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그 말이 맞다고도, 틀리다고도 못 하겠다.
과도하게 나의 감정을 쏟아내는 건 소설이 아니라 일기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내가 그 마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찌 적어낼 수 있겠나.
글자란 사람과 사람을 잇는 통로다.
글자로서 누군가에게 넘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그 옆에 있어야 한다.
저 멀리 하늘 위에서가 아닌, 바로 옆에서.
글자라는 거울을 통해 손을 잡는다.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어 서로를 마주 봐야만 알 수 있다.
정말 오래도록 소설을 써왔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소설 속에 나를 집어넣고 우는 것이 아닌,
소설 밖으로 나온 인물이 되어 울어본 것은.
글자로 만들어진 나의 세계에서
내가 만든 인물들은 또 다른 내가 된다.
그렇게 나의 글자는, 나의 세계는
살아 숨 쉬게 된다.
사진출처 : 언스플래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