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점심시간
회사건물은 전면 통유리로 지어진 신축 건물이라 빤짝빤짝 한데다가 무엇보다 위치가 아주 훌륭해서 어느쪽으로든 조금만 걸으면 청계천, 인사동 또는 서촌이 나오고 을지로와 명동도 멀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곳이 가까운 것은 서울 시내가 원래 좁기 때문이겠으나, 어찌됐든, 맛집도 많고 놀 곳도 많은 그런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회사 앞에서 콩나물국밥을 먹고, 건물 앞에 마련된 나무 의자 앞에 서서 잠시 햇빛을 쬐고 있는 중이었다. 오래된 동네다 보니, 삐까뻔쩍한 회사 건물 바로 앞에는 피맛골 시절의 작은 건물들 몇 개가 남아 있었는데, 땅 값이 비싼 지역인만큼 '왜 고층건물을 올리지 않을까?'로 잠시 화제가 되어, 구청 앞이라 허가가 안날 것이다, 누군가 알박이를 하고 있다, 자식이 여럿이라 서로 마음이 안 맞는다 등의 추정을 하다가, 그 사정이 뭐든지, 이런 시내에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본인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어련히 알아서 잘 먹고 잘 살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작은 건물에는 치킨호프집, 테이크아웃 카페, 라면가게, 도장가게 등이 오밀조밀 입주해 있었다.
"저건 오피스텔이죠?"
다들 새삼스럽게 치킨집 옆에 있는 건물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건 매우 좁다랗게 보이고 벽이 우중충한 카키색의 5층쯤 되는 건물이었다. 주위에 높은 건물들이라 창문 열면 안이 보일 것 같고 낮에는 그렇다 치더라도 밤에는 주위 술집 때문에 시끄러울 것이 뻔한데, 오피스텔이라니.
"저기 은근히 비싸요. 보증금 천만원에, 월 50만이라고 하더라구요."
"생각보다 싸지는 않네. 근데, 어떻게 잘 알아?"
"제가 천안에서 출퇴근하려니 힘들어서 주변에 좀 알아봤는데, 월 45면 시내에서 정말 싼 거더라구요. 경희궁의 아침이나 르미에르는 월 100만원, 110만원씩 하는데요."
"월세가 100만원이라니, 집세 내고 나면, 뭐 남는 것도 없겠네요."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리 월세가 싸더라도 이 시내 한 복판에 사는 이유가 뭘까? 근처에서 새벽에 일 다니는 사람인가? 등등 상상을 하다가, 그래도 집이 회사랑 가까운 게 최고지. 출퇴근 멀어 봐~라며 호구조사에 들어갔는데, 천안에 사는 인과장을 비롯하여, 마이사는 중계동, 박부장은 마포, 김차장은 일산, 김과장은 방화동, 김대리는 인천에 살고 있었다. 확실히 우리나라는 김씨가 많다.
"마포 정도면 뭐 걸어다녀도 되겠구만."
"걸어다녀요?"
"이사님 요즘 매일 자전거 타고 다니시잖아. 중계동에서."
"와 대단하시다."
"이사람들아, 자네들도 운동을 해야지."
마이사는 박부장의 배를 보면서 말했다.
"유대리는? "
"저는...저는 가까이 삽니다."
"가까이? 가까우면 뛰어다니게."
하하하하
그리하여, 사람들은 다들 멀리서 다닌다는 사실에 놀라며, 좀 가까운 데 살았으면 편하겠다고 생각하며, 다음 달에는 운동을 시작할꺼라고 다짐하면서, 오후 근무를 위해 사무실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