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눈 녹은 길처럼 먼지가 잔뜩 내려 질퍽해져 있다.
만료 통보를 받은 이후 책상은 먼지공장이 되었다.
주기적으로 물티슈와 화장지를 번갈아 사용하며 뽀득뽀득 닦아주었던 '내 책상'이었다.
책상 위의 물건들도 '내 물건' 취급하며 애정을 쏟았는데, 이젠 아무것도 '내 것'이 아니다.
애초에 내 것은 없었는데.
아끼던 필기도구는 제일 아끼는 분이 사용해 주시길 바라서 전부 한 분께 전달드렸다.
남은 필기도구는 그다지 쓸만한 것이 없고,
나름 질서를 만들어 정리했던 것들도 이제는 여기저기 널브러뜨려 놓았다.
귀찮다는 생각조차 하진 않았지만, 그냥 그렇게 됐다.
일은 여전히 들어오면 열심히 해주고 있지만,
이전만큼 죽을 둥 살 둥 정도의 마음으로 하진 않는다.
같은 일이지만 일일 아르바이트 체험하는 듯이.
12월에 할 수 있는 일을 끝냈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이 없다.
먼지 쌓인 책상처럼 먼지인간이 되어 조용히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길 뿐이다.
개인 물건마저 다 빼고 나면 책상과 보지도 않는 오래된 자료와 그것들을 갉아먹는 먼지만 남겠지.
켈록켈록.
빈자리가 될 테니까 기침소리는 안 들어도 되겠네.
네 위에는 이제 뭐가 올라갈까?
잡동사니.
지금과 별로 다르진 않겠구나.
희망과 절망 사이 그 어디쯤에서 줄타기하는 중.
그래도 지내면서 일부의 마음은 얻은 것 같아 감사하다.
다들 잘 지내시길.
새벽기도 중 당신들을 떠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