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거미줄이 엉겨있는지
끈적한 피로가 몰려온다.
활자는 검은색이고
종이는 하얀색 혹은 누리끼리한 시간의 색이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정리하지 않았다.
공허의 시간 속에서 무중력 상태로 떠다니며,
닿을 리 없는 곳을 향해 팔다리를 휘저어본다.
흘러내리는 시계 그림처럼 시계는 일그러지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노잼시기라고 깔깔거렸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탄산이 빠졌다.
머리를 조이던 볼트가 헐거워져 가는 것일까.
드라이버는 어디에 뒀었지 하고 뒤적여보니
벌겋게 녹이 슬어 있다.
그래서 전동드라이버를 사고 싶어 하는 거야.
소화기처럼 놔둘 거야.
파상풍이 무서워 예방주사를 맞았다.
죽음보다 썩어가는 과정이 아파서 무서워.
얼마간 걷다가 다리를 삐었는데 잘 낫지를 않는다.
구더기가 끌면 어떻게 해야 하지.
최악으로 치닫기 전에
하루에 한 번씩 머리를 감고,
눈에 사는 거미를 쫓아내 보려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