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켜면 생각이 꺼지고
눈을 끄면 생각이 켜진다
눈꺼풀 아래에서 생각을 읽어 넘기는
꺼진 눈의 손이 바쁘다
우주가 땅으로 떨어질 즈음
자꾸만 힘이 빠져버리는 다리를 일으켜 세운다
기어서 교실 밖을 도망치려 했다
등에 업힌 친구를 달고 세 개의 문 앞에 엎드렸다
복도 끝이 전부 어두운데 어디로 가야 하지
조용하고 깨끗해 보이는 복도로 가려했더니
친구가 앞을 보라며 말린다
거울 뒤에 머리카락과 원피스를 입은 실루엣
거미줄이 잔뜩 쳐있는 복도 하나와
어떤 이인지 모르는 사내가 있는 복도 하나가 남았네
그래도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야지 싶어
친구를 매달고 기어갔더니 거기도 쓰레기장이다
다만 우리를 앉혀놓고 따뜻한 차를 건네는 손길
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돼하고 힘없는 다리를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