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과거를 뒤적거렸다.
집안도 열심히 치우고, 아주 적은 확률로 강아지 응아 누이기와 인스턴트 데우기 난이도의 밥 차리기 등을 하며 내 기준으로는 나름 부지런하게 살려고 노력 중이다.
남에게는 일상 정도의 일도 아니겠지만 어쨌든 나에겐 그렇단 소리다.
그런데 저런 일만 하니 심심함이라는 감정을 오랜만에 느끼게 되었다.
게임을 너무나 신나게 하기엔 나는 너무 낡은이가 되어버렸고(하지만 며칠은 미친 듯이 했지ㅎ),
산더미같이 쌓인 옷정리나 책 읽기 등 너무 하기 귀찮은 걸 제외하고 나니 정말 잠자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는 것이다.
서랍을 뒤적였더니 아득하게 먼 시절의 물건을 찾아냈다.
비즈(구슬)와 십자수 실을 발견했습니다!
저런..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10년 20년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오래된 만큼 상태가 좋거나 수량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꺼내 볼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몇 안 되는 물건이다.
추억이라고 여겨지면 뭐든 버리지 않는 습관 덕분이다. 지금은 생사 유무도 모르는 친구들과 주고받은 작은 쪽지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모래성을 쌓듯 혼자 무리하게 붙잡고 있는 기억일 테지만 영영 잊힐 때까진 그래도 계속 만지고 싶은 부드러운 알갱이들이다.
그래서 아래는 몇 개 남지 않은 구슬로 꿴 팔찌이다. 시작을 어떻게 하는 지도 까먹어서 유*브에 검색해 본 건 안 비밀이다.
어릴 때 학교 특별활동수업? 그런 게 있었는데 그때 비즈공예 수업을 선택하여 재밌게 했었다.
인형 만들기 십자수하기 등등 입 다물고 조용히 할 수 있는 것들...
하지만 결과물을 들고 엄마에게 가져다주면 항상 반응이 좋아서 기쁘게 가지고 집으로 향했던 기억이 있다.
그중 비즈공예의 다양한 액세서리는 실제로 엄마가 한동안 끼고 다닐 만큼 마음에 들어 하셨다.
순 싸구려 구슬로 만든 건데도ㅜㅜ
지금도 여전히 금팔찌 하나 사주지 못하는 경제력을 가지고 있어서 몹시 슬픈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어쨌든... 거기까지!
그런 건 묻어두고 시작하는 방법을 알아낸 후
내 마음대로 근본 없는 팔찌를 만들어 보았다.
기초로만 할 줄 알아서 몇 시간 걸리진 않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눈과 손이 예전과 같지 않았다는 것이다.ㅎ...
완성본은 아래와 같다.
도면도 볼 줄 모르고, 재료도 충분치 않고,
만드는 방법도 다 까먹은 내 팔찌.
엄마 팔목에 신기하게도 딱 맞는다.
(사실 좀 여유로움ㅋ)
엄마가 기뻐하며 티슈에 싸서 소중하게 가져간다.
아직도 내가 애기로 보이나 보다.
엄마가 소중히 품은 건 내가 만든 팔찌가 아니라 날 향한 사랑이겠지.
엄마가 늙지 않으면 좋겠다.
검버섯이 핀 팔을 보이기 싫은 엄마.
티슈 위에 올려서 사진을 찍었다.
티슈처럼 새하얬던 엄마의 청춘을 내가 다 잡아먹어버린 것 같다.
머리카락으로 옮겨간 하얀 엄마의 청춘이 얄미워 엄마에게 늘 염색을 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