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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성 Sep 02. 2019

NEXTSTEP이 걸어온 길 1

자바지기님은 개발자 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큰가 봐요. 지난번 이야기할 때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시네요.


순간 무엇인가로 한대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개발자를 만날 때마다 NextStep을 통해 만들고 싶은 개발자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개발자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NextStep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만들고, 조금씩 성장해 나가면서 같은 꿈을 꾸는 개발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NextStep이 걸어가려고 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나는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럼에도 같은 관심사를 가진 개발자들을 만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NextStep을 통해 만들고 싶은 개발자 마을에 대한 생각이 크긴 한가보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NextStep이 걸어왔던 길과 앞으로 걸어가고 싶은 길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쓴다. NextStep이 걸어가려고 하는 길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이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은 2019년 9월 현재 내가 꿈꾸는 NextStep의 미래이다.


NextStep을 시작하기 전

흐르는 강물과 같이 살자.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내가 절대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목록 1순위는 사업이었다. 나는 절대로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하지만 지금 NextStep이라는 이름으로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NextStep의 시작은 소박했다. 2016년. 네이버에서 설립한 NEXT라는 소프트웨어 교육 기관이 문을 닫으면서 '개발자의 길을 다시 걸을 것인가? 교육자의 길을 지속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며칠을 고민하다 고민만 하지 말고 내 교육이 재직자들에게 수요가 있을지, 의미가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패스트캠퍼스(이하 패캠)를 통해 자바 웹 프로그래밍 교육 과정을 열었다. 생각보다 강의료가 비싸서인지(8주 과정에 130만원대였다.) 모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수요가 없지는 않았다. 마케팅 비용이 좀 들기는 했지만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모집을 마감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그렇게 패스트캠퍼스를 통해 두 번의 재직자 과정을 진행했다. 두 번의 재직자 과정을 통해 내가 교육자의 길을 걸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NEXT 교육이 취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과정이었기 때문에 이런 도전을 통해 재직자 교육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은 나에게 큰 소득이었다.


교육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후 기업 교육도 하면서 NEXT를 마무리해 나갔다. NEXT는 문을 닫기로 결정한 후 모든 학생을 졸업시키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학생 수도 줄어들면서 시간적인 여유도 있어 기업 교육을 병행할 수 있었다. NEXT가 문을 닫는 것은 정말 큰 아쉬움이었지만 재직자 교육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큰 행운이었다.


NextStep 시작

2017년 3학기를 끝으로 NEXT의 모든 교육 과정이 끝났다. 2018년 초 독립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목표는 '1인 교육을 하면서 시간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면 충분하다'였다. 그런데 어떤 주제로,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2016년 패캠에서 진행한 두 번의 재직자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 힘듦의 가장 큰 원인은 수강생의 실력 차이가 너무 커 내가 목표로 하는 강의를 도저히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수강 가능한 개발자와 어려운 개발자의 비율이 8:2, 9:1 정도라면 진행할 수 있겠는데 두 번 모두 5:5 정도의 비율이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1차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새로운 과정을 설계하면서 한 가지 더 도전하고 싶었던 과제는 강의식 교육보다는 1:1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 1:1로, 의미 있는 피드백을 제때 할 때 수강생의 실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한 첫 번째 교육 과정이 클린코드를 위한 TDD, 리팩토링 with Java이다. 이 과정은 패캠에서 진행한 자바 웹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웹 프로그래밍 내용을 줄이고, 순수 자바로 TDD, 리팩토링, 객체지향 설계 연습을 하도록 설계해 난이도를 낮추었다.


주입식 강의를 줄이고, 1:1 피드백에 대한 과제는 코드 리뷰를 통해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과정을 설계했다. 수강생은 교육 과정에서 제시한 미션을 구현하고, 코드 리뷰를 통해 피드백을 받으면서 완료한다. 오프라인 강의는 일주일 동안 구현한 미션에 대한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한 사이클이 끝나는 방식이다. 총 4개의 미션을 완료해야 과정을 수료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교육 방식은 교육자 입장에서는 1:1로 코드리뷰를 하는 것이 큰 부담이다. 반면 수강생 입장에서도 회사 생활과 미션 구현을 병행해야 하는 것 또한 엄청난 부담이다. '수강생들이 회사 생활과 병행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됐지만 일단 도전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패캠에서 진행한 두 번의 재직자 과정이 교육자로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지만 새로운 재직자 과정을 설계하는데도 정말 큰 도움을 주었다. 이런 경험을 통한 가장 큰 소득은 초반 설계와 생각만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말고 부족함이 있더라도 일단 도전해 보면 그 과정 속에서 다음 단계로 도전하고, 해결할 과제를 찾을 수 있다는 경험이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과정을 오픈했다. 아무런 마케팅도 하지 않았다. 모집이 잘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모집이 잘 되지 않으면 그때 마케팅하면 되지라는 정말 순진한 생각으로... 그런데 모집이 마감됐다. 그것도 3일 만에. 처음에는 과정 설계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교육을 시작하고 수강생들에게 물어보니 이전에 진행했던 패캠 교육 과정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2기 모집을 장담할 수 없었다. 새롭게 설계한 교육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라 이전 교육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대기 수요가 사라지면 더 이상의 모집은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기 교육 결과는 우려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 회사 생활과 병행하면서 미션을 구현하는 것이 큰 부담인 것은 맞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하는 수강생이 예상보다 많았다. 교육에 대한 설문 결과 "프로그래밍에 대한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코드리뷰를 처음 받아봤는데 너무 좋았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이 교육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2기 모집을 시작했다. 1기보다 더 많은 인원을 모집했다. 아무런 마케팅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모집이 마감됐다. 그것도 하루 만에... 


새로운 과제와 새로운 교육 과정 설계

교육 사업은 순항하고 있었다. 최초 계획한 1인 교육을 하면서 삶의 자유를 누리면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었다. 그런데 수강을 희망하는 대기자는 계속해서 빠르게 늘고 있었다. 2기까지 교육을 마친 후 수강생의 만족도 또한 상당히 높았다. 다음 기수가 언제 열리는지에 대한 문의도 계속해서 들어왔다.


이때부터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최초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 관리하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1인 사업으로 마음 편히 살자.", "그 이상의 사업 확장은 하지 말자."라는 마음과 "이 교육을 더 많은 개발자가 수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또 다른 마음의 충돌이었다. 이 둘 사이에서 마음의 결정을 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 내가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의 틀을 깨면서 다짐한 것이 1인 사업만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너무도 빠른 시간에 이 다짐을 깨는 것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 같다. 2018년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어쩌면 이 일이 내가 기존의 생각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1:1로 코드 리뷰를 하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려면 리뷰어를 확장해야 한다는 논리로 합리화를 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도전 과제는 온라인 코드 리뷰를 나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의 리뷰어와 같이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고, 리뷰어를 교육하는 것이었다. 3기까지 교육을 마친 후 4기부터 여러 명의 리뷰어가 같이 리뷰하는 구조로 확장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1,2,3기 교육생 중 리뷰어 5명을 선발해 교육한 후 4기 교육을 시작했다. 수강생은 기존과 같은 수를 유지했다. 결과는 좋았다. 교육 초반 리뷰어들이 리뷰하는데 부담을 느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교육이 끝난 후 수강생의 만족도 또한 나 혼자 리뷰할 때와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 이에 자신감이 생겨 5기 교육에서 새로운 리뷰어 6명을 추가로 선발하고 수강생 인원을 늘려 진행했다. 수강생 피드백 결과 또한 이전과 같았다.


5기까지 교육을 진행하면서 클린코드를 위한 TDD, 리팩토링 with Java 과정은 안정화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확신이 들자 최초 패캠에서 자바 웹 프로그래밍 교육 과정을 시작했을 때 진행하고 싶었던 과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교육 진행 방식은 순수 자바 과정과 동일하다. 이렇게 탄생한 과정이 JWP NextStep - 라이브러리 & 프레임워크 구현 과정이다. 이 과정은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를 직접 구현해보고, Spring과 같은 프레임워크를 직접 구현하는 과정으로 순수 자바 과정보다 난이도가 높은 과정이다. 패캠에서 재직자 교육을 시작하고 좌절했다가 1년 반이 지난 후 다시 도전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약간의 불안감과 설렘이 교차하면서 과정을 오픈했다.


교육 기간이 1주일 더 길어져 부득이하게 수강료를 높였다. 마케팅은 역시 하지 않았다. 모집이 마감됐다. 그것도 2분 20초 만에...


새로운 사업의 시작

2019년 9월 현재, 교육 코스는 클린코드를 위한 TDD, 리팩토링 with Java와  JWP NextStep - 라이브러리 & 프레임워크 구현 두 개가 전부이다. 하지만 내 켵에는 나와 함께하는 10명 이상의 리뷰어가 생겼다. 이 자체만으로 지금까지 잘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나와 함께 교육자의 길을 걸어갈 교육자 또한 생기리라 기대한다.


교육을 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교육을 하면서 새로운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기회가 생겼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이야기는 NextStep이 걸어온 길 2에서 이어가 보겠다.



사족. 회사 이름이 NextStep인 이유는?

NextStep은 NEXT를 마무리하면서 쓴 "자바 웹 프로그래밍 Next Step" 책에서 가져왔다. Next Step이 현시점에서 다음 단계로 성장해 나간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교육 사업을 하는 회사 이름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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