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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성 Dec 02. 2019

내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2주 전 우아한테크코스 2기 1차 합격자 발표를 했다. 1차 합격자 발표를 한 후 불합격한 친구들이 불합격한 이유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다. 다른 일도 많은데 1:1로 다른 피드백을 주는 것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형별로 나눠 답변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 팀원들에게 각 유형별로 내용을 정리하고 피드백할 것을 요청했다.


몇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피드백이 없어 궁금해했는데 오히려 나에게 피드백을 했다.


포비~ 불합격한 친구들에게 주는 피드백에 대해서 저희끼리 논의를 해보았는데요. 지원자 별로 어떤 이유 때문에 우테코에 떨어졌다는 걸 알려주는 것도 좋지만, 혹시 공통 피드백 형식으로 우테코뿐만 아니라 회사나 학교에 지원할 때에도 도움이 될 피드백을 전달하는 건 어떨까요? 

불합격자뿐만 아니라 우테코에 관심이 있는 잠재적인 지원자들을 포함해서 합격자들에게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ㅎㅎㅎ
예를 들면 포비 블로그에 아래와 같은 글 한편 써주시고 이 링크를 불합격자 친구들에게 전달하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 코딩 테스트 관련 피드백
  - 알고리즘 역량이나 풀이 속도보다는 문제를 명확하고 꼼꼼히 이해하는 게 좋다.
- 자소서 관련 피드백
  - 작성 시 증거를 같이 제시하라
  - 자소서 항목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답변을 해라 (ex 우테코 지원 동기 항목에서 우형에 오고 싶다는 말을 쓴다든지.. 꼭 우테코 아니더라도 될 것 같은 답변을 쓰는 친구들이 있음)
  - 생각보다 행동이 무겁다(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은 이유 항목에 만들고 싶다는 말만 쓰고 실제로 이를 위한 행동을 기재하지 않은 친구들이 있음)

팀원의 피드백을 받아보니 1:1로 짤막하게 무의미한 피드백을 하는 것보다 앞으로 다른 곳도 지원할 때 참고할만한 의미 있는 피드백을 작성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우아한테크코스를 리드하고 있는 박재성이라고 합니다.

어제 불합격 메일을 받고 아쉬워하고, 평가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 메일을 씁니다.

개인별로 메일 회신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개인별로 쓰면 시간적인 부족함 때문에 짧은 의미 없는 피드백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전체를 대상으로 글을 쓰게 됐어요.

먼저 우아한테크코스 평가 과정에 대해 설명할게요.
우아한테크코스 1차 평가는 지원서와 온라인 코딩 테스트 점수를 종합해 평가했습니다.
우아한테크코스는 온라인 코딩 테스트 점수는 일정 기준 점수를 넘으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기준 점수를 넘으면 그 이후 평가에서는 7문제 모두 맞춘 사람과 최소 점수를 받은 사람을 동일하게 평가합니다.
기준 점수를 넘으면 지원서를 통해 우아한테크코스의 인재상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했습니다.

맞습니다.
자기소개서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평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평가가 완벽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평가를 할 수밖에 없어 다소 아쉽네요.
따라서 이번 우아한테크코스에 불합격했다고 해서 여러분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저희가 여러분의 역량을 몰라봤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이번의 불합격으로 인해 프로그래머로 성장하는데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지속해서 도전해 나갔으면 합니다.
그것이 여러분을 불합격시킨 우아한테크코스에 복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곳에 도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가지 제 생각을 공유해 봅니다.

코딩 테스트의 경우 알고리즘 역량이나 풀이 속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문제를 명확하고 꼼꼼히 이해하는 역량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래머에게 속도가 빠름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요구사항을 명확히 이해해 버그 없는 프로그래밍을 구현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거든요.

자기소개서는 가능한 구체적으로 쓰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학습 과정의 경우 어떤 내용을 학습했다는 결과 위주의 내용이 아니라 어떤 내용을 학습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데 어떻게 극복했다와 같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야 공감을 얻을 수 있거든요. 
몰입 같은 경우도 힘든 과정을 어떤 과정으로 극복했으며 결과적으로 어떤 성취를 얻었는지, 성취를 얻은 부분이 있다면 github 주소, 동영상과 같이 구체적인 증거물까지 같이 제시하면 좋겠어요.

자기소개서에서 얻고 싶은 가장 큰 부분은 여러분이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얼마나 실행했는지를 보고 싶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이를 실행으로 옮겨 일정 수준의 성취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작은 성취라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의 깨달음들을 보여준다면 여러분의 합격률이 조금은 더 높아지리라 생각해요.

저도 더 많은 분과 같이하고 싶지만 아직은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소수의 인원만 선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네요.
앞으로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해 더 많은 분과 같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아한테크코스에 관심 가지고 지원해 주신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우아한테크코스 캡틴 박재성 씀

메일을 보낸 후 오히려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그중 몇 개를 소개해 본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피드백을 주신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메일 주소로 답장하면 박재성 님이 보실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업에서 이와 같이 피드백 메일을 준다는 것만으로도 제 입장에선 너무 감사합니다.  
메일에서 박재성 님이 지원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느껴져서 거기에 감동해 저도 이렇게 답장 메일을 보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덕분에 다시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우아한형제들, 테크코스 늘 응원하겠습니다~!
이렇게 지원했던 분들까지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도 역량이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꼭 좋은 자리에서 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사 과정에 아쉬움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은 가보군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답장까지 해주시는 모습에 정말 지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쉽게도 이번에는 인재상에 부합하지 못했지만 다음 기회에 꼭 참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아,, , 열심히 준비하면 오히려 원하시는 인재상과 멀어질까요...?
이런 프로그램 마련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꾸벅꾸벅.
피드백에서 언급해주신 것처럼 제가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다시 살펴보니 언급했던 경험에서 겪은 어려움과 이를 극복한 과정, 극복하고 난 뒤 얻은 것들에 대해 상세하게 적지 않아 저에 대한 판단을 보다 정확히 하는데 어려움을 드린 것 같습니다. 또한 코딩 테스트도 완벽히 문제를 풀지 못하여 정확하고 안정적인 코드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리드께서 주신 피드백을 디딤돌로 삼아 우아한테크코스가 바라는 인재상,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한 모습으로 다음번 지원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불합격해서 너무 아쉬웠지만 이번에 테크코스 준비하면서 코테도 경험하고 그동안 공부한 거 정리도 해보며, 결과를 떠나 준비 과정 속에서 제가 level up 한 느낌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실제로 코테에 임했을 때, 아 이런 부분이 부족했구나 라는 게 느껴지며 사실 불합격을 예감하였습니다. 

이 기회 놓친 건 너무 아쉽지만 우아한테크코스 커리큘럼과 함께 나한테 정말 필요한 코스인지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과정을 통해 java, spring, web, back-end 그리고 clean code / architecture 등 큰 그림을 경험한 거 같아 저한테는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생태 계속에서 제가 할 역할은 우선은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는 점을 이번 코테 보면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회 제공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우테코의 기술블로그나 유트브, hands on, 세미나 등등 다양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위와 같은 메일을 받고 며칠 동안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이었을까?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은 교육을 하는 업의 본질이었다. 

어느 순간 불합격한 친구들의 안타까움은 신경 쓰지 못하고 피드백을 요청하는 친구들의 메일을 빠르게 처리해야 할 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내가 업의 본질을 잊고 있지 않았다면 불합격해 마음 아파할 친구들을 위로하고, 다음 단계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어야 한다. 불합격 소식에 마음 아파할 사람에 대한 배려는 없이 일로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이번 일을 통해 얻은 또 하나의 소득은 내가 시킨 일을 무조건적으로 따르지 않고 늦게나마 불합격한 친구들을 위로하도록 깨닫게 해 준 팀원들이다. 내가 실수해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팀원들이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은 나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는 소중함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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