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STEP 교육의 시작과 2019년 9월까지의 과정은 NEXTSTEP이 걸어온 길 1 글에서 언급했다. NEXTSTEP이 지금과 같은 교육 방식으로 운영하게 된 이유와 NEXTSTEP이 지향하는 교육 모델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정리해봤다.
나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은 '강의를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의를 통한 주입식 교육 경험 밖에 없는 내가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려운 도전 과제이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지식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 내가 믿는 교육 세상이다.
2012년. 교육자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마음 속으로 다짐했던 가장 중요한 것이 '내가 싫었던 교육 경험이 아닌 좀 더 즐거운 경험을 전달하자.'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가 주입식 강의였다. 나는 주입식 강의 수업이 너무 싫었다. 그런데 주입식 강의 아닌 다른 대안을 찾는다는 것이 너무 막막하고 힘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교육의 전부는 주입식 강의 수업이었는데 당연하지 않은가?
이런 고민을 안고 교육을 하던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글이 교육자로서 나의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되었다.
좋은 교육이란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즉, 강의를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 침묵으로 가르치기 본문에서
침묵으로 가르치기 책의 위 글을 읽은 후 '강의를 최소화하면서도 학생의 배움을 최대화하는 것이다.'라는 목표가 생겼다. 방향성과 목표는 확실히 정해졌는데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Next라는 교육 환경 때문이었을까? 내가 시도해볼 수 있는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각 주차별 요구사항을 과제로 제시하고, 수업 중에는 토론과 라이브 코딩
짝 프로그래밍을 통한 학생 상호간 학습
온라인/오프라인 코드 리뷰
동영상을 통한 개인 학습 후 수업 중에는 토론과 라이브 코딩
프로젝트 기반 수업
단계별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뼈대 코드와 힌트를 통한 문제 해결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수 많은 실패와 좌절을 했다. 하지만 가끔씩 얻는 작은 성공 경험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이 작은 성공 경험들을 NEXTSTEP을 통한 교육을 시작했다.
NEXTSTEP의 가장 핵심적인 교육 모델은 주입식 강의를 줄이고, 1:1 피드백에 대한 과제는 코드 리뷰를 통해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과정을 설계했다. 수강생은 교육 과정에서 제시한 미션을 구현하고, 코드 리뷰를 통해 피드백을 받으면서 완료한다. 온/오프라인 강의는 1주일(또는 2주일) 동안 구현한 미션에 대한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한 사이클이 끝나는 방식이다.
내가 이 방식으로 교육 과정을 진행하는 이유는 1:1 피드백이 교육생의 역량을 향상하는데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라 믿기 때문이다.
내가 교육을 시작하면서 교육생에게 하는 말이 있다.
내 교육 철학 중의 하나는 '내가 너무 열심인 교육을 하지 말자.'이다.
이 말의 의미는 '교육 콘텐츠를 잘 만들고,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는 나를 위한 공부이지 여러분을 위한 교육이 아니다.
나는 여러분을 고생하게 만들 것이다.
여러분이 더 많이 고민하고, 머리를 쓰게 만들어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내 목표 중 하나이다.
나의 역할은 여러분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고통스러운 부분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나는 그런 교육이 여러분의 역량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위와 같은 교육 철학을 가지고 과정을 설계하다 보니 온/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강의라기보다 개인별 미션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코드 리뷰가 교육 과정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되었다.
교육 모델을 위와 같이 설계하면서 두려움도 있었다. 가장 큰 두려움은 "강의료는 비싼데 배우는 것이 너무 없는 것 아냐?"라는 피드백을 받을 것 같았다. 다른 교육 과정에 비해 온/오프라인 강의 시간도 짧고, 온/오프라인 강의에서 전달하는 지식도 많지 않은데 코드 리뷰만으로 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고 과정을 운영한 결과 기존 교육 과정에 비해 훨씬 더 만족도가 높은 교육 과정이 만들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교육 모델에 대한 확신이 드는 이유는 수업 끝까지 참여하는 교육생의 참여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교육 모델로 수업을 진행하기 전의 수업 참여도를 보면 과정 중반이 지나면서 서서히 이탈자가 발생해, 과정이 끝나갈 즈음에 1/3 정도가 출석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미션 + 1:1 피드백을 하는 구조로 진행한 결과 마지막 수업의 참여도는 95% ~ 100%를 유지하고 있다. 수업의 참여도가 높다고 의미 있는 교육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오프라인 수업의 참여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 과정에 만족하고 있으며,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과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미션 진행 과정과 미션 완료율은 얼마나 될까? 이 교육 과정의 대부분은 재직자이다. 미션을 완료하려면 매일 2, 3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재직자들이 매일 2, 3시간을 투자해 미션을 진행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클린코드를 위한 TDD, 리팩토링 with Java 6기의 미션 진행 과정을 그래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클린코드를 위한 TDD, 리팩토링 with Java 교육 과정은 총 4개의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 그림에서 연두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미션을 완료한 부분이다. 프로그래밍 역량을 높이기 위한 개발자의 열정이 보이는가? 이런 열정적인 개발자들을 보면 나 또한 많은 에너지와 힘을 얻는다.
위와 같이 열심히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4개의 미션을 모두 완료하는 개발자는 15% ~ 20% 정도이다. 기간 내에 미션을 완료하기에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동영상 과정과 같이 수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하는 과정도 완료율이 5% ~ 10% 정도로 알고 있다. 하루에 2, 3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적극적인 교육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미션 완료율이 15% ~ 30% 정도라는 것은 상당히 높은 완료율이다.
미션 기반, 1:1 피드백 교육 모델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NPS(Net Promoter Score)가 높다. NPS는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 고객들이 실제로 생각하는 바를 알고 계시나요? 고객 충성도가 형성되어 있나요? 고객들이 브랜드나 제품을 친구들에게 추천할 정도로 만족해 하나요?"와 같이 교육생의 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한다.
NEXTSTEP은 교육이 끝난 후 "본 과정을 다른 개발자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설문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NPS가 50%만 넘어도 의미 있다고 한다. 온라인 코드 리뷰와 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한 1기부터 7기까지 NEXTSTEP 클린 코드 교육 과정의 NPS는 80% 전후로 나온다.
NPS가 80% 전후로 높다 보니 교육을 들은 교육생이 다른 개발자에게 추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마케팅이 되고 있다. 교육생들을 통한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로 인해 NEXTSTEP은 아직까지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모든 교육 과정이 수강 마감되었다.
이와 같이 적극적인 참여와 높은 완료율, 높은 NPS가 가능한 이유는 점진적으로 설계한 미션과 1:1 피드백의 효과라 생각한다. NEXTSTEP은 이 교육 모델이 개발자를 성장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 모델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더 많은 교육 과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NEXTSTEP이 이 교육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웹 백엔드 교육 과정 로드맵과 다른 영역으로의 확대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