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성 Sep 11. 2023

두려운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 하나

삶을 살다 보면 두려운 일이 종종 발생한다. 미래가 불확실한 만큼 두려운 감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 두려움 중에서도 가장 큰 두려움은 아무도 걸어가 보지 않은 길을 걸어갈 때가 아닐까? 검색을 통해서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곳이 없을 때 막막함과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참고할 만한 곳이 없는 상황에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때 좋은 접근 방법은 뭘까? 이 경우 최근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해결 방법은 '실패를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도전을 빠르게 하면서 경험을 쌓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라고 한다. 흔히 이 방법을 애자일 접근 방식이라고도 한다. 나도 이 접근 방식에 동의하고 유용하게 사용하는 접근 방식이다. 그런데 새로운 시도를 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1년에 한 번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즉, 빠르게 자주 시도하고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고 싶지만 빠르게 자주 시도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우아한테크코스 선발 과정에서 직면한 문제

우아한테크코스(이하 우테코)는 프로그래밍 역량을 쌓아 개발자로 취업하려는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10개월 교육 과정이다. 우아한형제들(이하 우형)이 무상으로 운영하는 교육 기관으로 2023년 현재 5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초 우테코 1기를 시작하기 위해 선발 과정을 준비할 때의 일이다. 우테코가 처음 시작하지만 2018년부터 개발자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우형이 진행하는 무상 교육 과정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상 교육인 만큼 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우테코 교육이 정말 필요한 지원자와 프로그래밍에 대한 진정성을 가진 지원자를 선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추가로 선발 과정이 선발만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선발 과정에서도 배움과 성장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였다.


'좋은 지원자를 선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발 과정에서 배움과 성장을 만들자.'는 목표는 우테코 본 과정과 유사한 형태로 3주 간의 프리코스를 두는 것으로 했다. 지원자들은 우테코의 교육 방식을 미리 경험할 수 있어 좋고, 우테코는 우테코의 교육 방식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지원자를 선발할 수 있는 장치라 생각했다. 지원자들은 우테코에 합격하기 위한 간절함이 큰 만큼 3주 간의 프리코스에 집중할 것이며, 그로 인한 배움과 성장이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남은 문제는 '우테코 교육이 정말 필요로 하는 지원자와 프로그래밍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지원자를 선발한다.'는 목표였다. 이를 검증하기 위한 기존의 접근 방식은 서류를 통해 1차 검증하고, 서류에 작성한 내용이 사실인지와 인성적인 부분을 검증하기 위해 면접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발 과정에서 당연시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선발 과정의 마지막 단계로 면접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 면접관을 선발하고, 공정한 선발을 위해 면접관에 대한 교육 또한 진행해야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019년 1월에 교육 준비를 시작했고, 5월에 과정을 시작하려면 3월부터 홍보 시작과 선발을 진행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챙겨야 할 일도 많고 빠듯한 일정인 만큼 기존의 선발 과정을 따르면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한 부분이 있었다. '면접관을 선발하고 교육하는데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데 그만큼의 공정성과 효과가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다른 대안은 없을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대안이 떠오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면접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다

사실 마음속에 한 가지 대안은 있었다. 면접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말도 안 되는 해결책 아닌가? '우테코 교육이 정말 필요로 하는 지원자와 프로그래밍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지원자'를 찾기 위한 방법이 면접이라는 장치인데 면접 없이 우테코가 원하는 지원자를 선발한다는 것이 좋은 방법인가?


우테코를 리딩하고 있는 만큼 리더인 내가 결정해야 할 문제였다. 리더인 내가 결정하더라도 팀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기존 방식 데로 면접을 추가하면 됐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기존의 방식으로 무작정 따르고 싶지 않았다.


며칠 고민 후 '우테코는 면접을 하지 않고 최종 선발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결정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자신은 없었다.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 나의 솔직한 생각을 전하기로 했다. 


우테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방식의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두려움 때문에 더 큰 도전을 하기 어렵지 않을까? 면접 과정을 없애는 것이 무모한 도전일 수 있지만 지원자들을 믿고 한번 시도해 보자. 만약 1기 지원자들이 우리가 기대한 모습과 다르다면 2기 선발할 때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보자.


내 진심이 전해진 것일까? 이 내용을 전달한 후 면접을 하지 않는 것에 의구심을 가지기보다 면접을 하지 않더라도 우테코가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는데 집중했다.


우테코는 현재도 면접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진심이 지원자들에게 전해진 것일까? 1기로 선발한 교육생이 보여준 우테코에서 학습 태도와 인성은 우리의 기대 이상이었다. 우테코는 1기들이 보여준 기대 이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2기 이후로도 면접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우리에게 믿음을 준 우테코 1기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항상 해결해야 할 새로운 문제와 만난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만나는 문제는 정답도 없고, 복잡도는 높은 문제이다. 이런 문제와 만났을 때 접근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닐 수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와 이때의 상황에 따라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정말 찾기 힘든 상황일 때 가끔은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먼저 시도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첫 시작 단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도전해 본 후 문제가 발생하면 조금씩 후퇴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가장 작은 단위의 도전을 해 안정화하는 것도 좋은 접근 방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가장 작은 단위의 도전이 두려움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런 접근 방식이 답이 없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적인 접근 방식이라면 괜찮지만 두려움 때문이라면 작은 성공에 만족하며 그 상태에서 더 이상의 진전이 없을 수도 있다. 내 두려움이 허용할 수 있는 한계까지를 처음 도전의 목표로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