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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성 Dec 28. 2023

경쟁을 줄이며 사는 삶

나는 경쟁이 싫다. 
하지만 나는 경쟁하는 환경을 만든다.
삶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경쟁이 적은 삶

지독한 대학 입시 경쟁 때문이었을까? 12년(초, 중, 고)의 학창 시절 다른 사람을 이기고, 높은 등수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을까? 쓰레기 같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놓은 어른에 대한 원망이었을까?


나는 경쟁이 싫다. 특히나 무한 경쟁을 통해 선발이 되어야 하는 활동은 끔찍이 싫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대학교 합격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경쟁이 심한 환경에 지원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지원한 경험도 거의 없다. 하지만 경쟁하지 않는 삶은 또 그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잘 살아진다.


경쟁을 최대한 줄이며 사는 삶은 시작 단계가 참 힘들고, 고달프다. 어쩌면 무한 경쟁 속에 나를 밀어 넣는 것만큼 힘들고, 고달픈 삶일 수 있다. 두 방향 모두 힘들고 고달픈 삶이지만 둘 사이에 정말 큰 차이가 있다.


무한 경쟁의 삶은 성공했을 때 성취감과 자신감을 주지만 실패했을 때의 상실감은 너무 크다. 특히나 이런 실패가 반복되면 자존감을 갉아먹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경쟁을 줄이며 사는 삶은 나 자신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며, 내가 진정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 자존감이 서서히 높아진다.


무한 경쟁을 뚫고 시작한 삶은 사회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더 빠르고, 순탄하다. 하지만 경쟁을 줄이며 사는 삶은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외롭고, 힘들다. 사회나 모르는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괜찮다. 정말 힘들 순간은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때이다. 물론 주변의 인정을 받기 위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가는 길이 멀고, 힘들고, 지칠 때 가까운 사람의 지지는 큰 힘이 된다.


경쟁하는 환경을 만드는 삶

지난 30년 동안 경쟁을 끔찍이 싫어하고, 경쟁하지 않는 삶을 살려 노력했다. 그런데 경쟁을 끔찍이도 싫어한 나는 무한 경쟁을 하는 환경을 만드는 삶을 살고 있다. 그 경쟁의 무게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제 우아한테크코스(이하 우테코) 6기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지난 5년 동안 우테코가 교육에 집중한 만큼, 이름의 크기가 커진 만큼 경쟁의 크기는 더 커지고 있다. 우테코를 시작하고 이어가는 입장에서 지원자의 수가 많아지고, 경쟁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기쁨도 있다. 하지만 선발 과정에서 탈락하는 수 많은 지원자를 보며 안쓰러움, 미안함의 크기도 크다.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합격을 예감하는 지원자의 글(이 지원자는 최종 합격했다.)을 읽을 때면 더 아프다. 무엇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옆의 친구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던 과거의 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교육 시스템의 폭력에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나는 무한 경쟁을 줄이고, 폭력적인 교육의 대안으로 우테코를 시작하고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무한 경쟁은 커지고, 우테코 교육의 일부는 아직도 폭력적이다. 삶은 참 모순 덩어리다.


삶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삶이 모순으로 가득하다.'라고 여기서 포기할 것인가? 도전을 멈출 것인가?


'삶이 모순으로 가득하다.'는 것은 우리 삶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무한 경쟁에서 탈락한 경험을 극복하는 과정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성장하게 만든다.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만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용기를 만들 수 있다. 나의 속도로 삶을 살게 만들며 자존감을 높여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의 불행이 미래의 행복이 될 수 있다. 삶은 그런 것이다. 단, 지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실패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나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때 그런 행운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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