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변화를 싫어한다.
아니다. 나는 변화를 좋아한다.
무슨 말 장난이냐고?
나는 잦은 변화는 싫다.
하지만, 정말 변화가 필요할 때의 변화는 좋아한다.
코로나 이후 개발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우아한테크코스(이하 우테코)는 순항 중이었다.
취업률은 높았고, 경쟁률도 해마다 높아졌다.
외부 기업의 인식 역시 긍정적이었다.
모든 게 잘 굴러갔다.
그러나 그게 문제였다.
도전할 문제가 적었다.
점점 매너리즘에 빠졌다.
재미가 없었다.
새로운 교육 실험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문제를 느끼지 못할 때,
변화를 설득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떠날 시점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남기로 결정했다.
우테코의 변화에 주저할 이유가 사라졌다.
외부 환경도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았다.
펜데믹은 끝났고,
거품은 꺼졌고,
시장은 식어갔다.
개발자 수요는 줄었고,
AI의 빠른 성장은 그 속도를 더 빨리 당겼다.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바뀌고 있었다.
우테코는 더 이상 현재 방식이 유효하지 않았다.
변화의 타이밍은 분명했다.
2024년 연말, 우테코 실 워크숍에서
나는 내 안의 고민들을 꺼내 놓았다.
우테코 입장에서 고민
DH와 우형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교육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
코치 입장에서 고민
경제적 자유를 유지하면서,
인류애를 잃지 않고 코치의 길을 지속할 수 있을까?
나의 삶
오래,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으려면
나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고민의 끝에서 나는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우테코를 ‘취업 준비생만을 위한 교육’에 가두지 않는 것.
내가 정의하는 내 일의 본질은
‘함께,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그런 환경은 재직자에게도, 기업에게도,
더 다양한 학습자들에게도 필요하다.
우테코, 코치, 나의 고민을 풀 수 있는 열쇠는
교육의 경계를 확장하는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나는 선언했다.
"나는 떠나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느낀 빡침이 나를 남게 했다.
남아서 우테코 2.0을 설계하고,
우형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겠다.
이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함께 동참해 주면 좋겠다."
나는 '린치핀'이라는 개념을 꺼냈다.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이라 생각했다.
이 책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사람을
더 인간적이고, 더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더 성숙한 사람이다.
열정과 활력이 있는 사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사람
우선순위를 협상할 줄 아는 사람
불안에 떨지 않고 유용한 판단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이 인재상을 통해,
우테코와 코치가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 진심은 오염되기 시작했다.
‘린치핀’은 ‘린치핑’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개인 브랜드의 상징처럼 소비되었다.
회의 때마다 ‘린치핀’ 얘기만 나오면 웃음부터 터졌다.
나는 1:1을 통해, 오염된 의미를 다시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그러는 사이,
린치핑 행성 캐릭터가 생기고,
이모지로 이 캐릭터가 사용되고,
우테코만의 색깔이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교육자로 살며 배운 것이 있다.
새로운 개념은 한 번에 전달되지 않는다.
준비하는 사람은 수없이 고민하고, 정리하고, 연습해도
듣는 사람은 한두 번 말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많은 리더는
“이미 얘기했는데 왜 못 알아듣느냐”며 화를 낸다.
타운홀 한 번, 1:1 한 번으로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나는 그게 교육자로서 얼마나 무모한 기대인지 알고 있다.
직장 생활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많은데
이런 일로 화를 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오해를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소통할 때,
팀은 더 단단해진다.
린치핀은 오염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문화와 언어를 만들었다.
그게 바로 팀이 단단해지는 방식 아닐까?
나는 지금
우테코 2.0을 준비하고 있다.
우형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변화를 선언했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 함께할 이들이 곁에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