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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Jan 16. 2016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내린 결심'

백수일지


 새벽에 깨어 있음은 창가에 놓인 꺼져가는 촛불처럼 위태롭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원래 낮에 깨어 있음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 않음은 편안한 침대 위에서의 무거운 몸도 뒤척이게 만든다.

행복했던 2015년 12월.


 바쁘게 움직였던 12월이 지나고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틈틈이 잡혀있는 일들을 하면서 1월을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오늘이면 그 일 마저도 끝이 나고 2월 5일의 행사 하나만을 남겨두고 굵직한 일들은 막을 내린다. 끝나가는 프로젝트 사이로 가끔씩 아는 실장님의 촬영을 도와드리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째서 인지 돈에 관련된 일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여운을 남기곤 한다. 물론 그마저도 없으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내 일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생각은 일에 임하는 나의 태도를 소홀하게 만든다. 일부로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일하는 내내 나도 모르게 기운이 빠져 있는 좀비 상태가 되어있는 것을 스스로에게 들키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렇게 일을 끝내고 나면 최선을 다하지 못함에 대한 죄책감과 끌려다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기분도 울적해지는 것 같다. 그런 루트에서 벗어나려면 다시 한 번 내 삶에 주체가 되어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나에겐 그런 시기가 찾아왔음을 알리는 증후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아마 집에 콕 박혀서 하루 종일  이런저런 영화를 미친 듯이 감상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때로 다시 한 번 축 쳐진 나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 좋아하는 영화의 특정 장면을 몇 번이고 반복 재생.


, 2013


 한 가지 스스로 재미있는 사실은 스무 살 초반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몰라 방황하던 시절에 하던 고민을,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공부를 하고 졸업을  앞둔 지금 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고민의 내용과 무게는 달라졌지만  이리저리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과 선택에 있어 많은 망설임을 반복한다는 점에 있어 스스로 실소가 나오는 부분이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곧 서른이 된다는 것과 이제는 좋아하는 일과 생계에 대한 부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과 고민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지만 알면서도 자꾸 떠오른다. 사실 쓸데없다고는 썼지만 결코 가벼이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걱정거리와 고민거리를 사고하는 과정 속에서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류중학교 역사의 벽 프로젝트 중. 공부하는 긍지 높은 학생이 되자.

 

그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잠 못 드는 불안한 밤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어젯밤에도 몸을 뒤척이다 모든 졸업생이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유학에 대한 생각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나 역시 동기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입 밖으로 많이 꺼내는 주제이기도 하고 막연히 가슴속에 품고만 있었던 유학에 대한 고민이 졸업을 앞두고 표면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주변에  뒤늦게 유학길에 올라선 형도 있고 졸업과 동시에 준비를 하는 동생도 곁에 있었지만 정작 나는 무엇인가 때문에 많은 망설이고 있다. 경제력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은    둘째치고 스스로 유학에 대한 정당성, 핑계거리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아니면  또다시 도전해야 할 긴 시간과 과정들이 두려워서 망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꿈을 찾아 방황하던 스무 살의 나는 서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겁이 많고 망설임이 많다. 


 하지만 고민과 걱정거리가 있다고 해서 스무 살 때처럼 마냥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도 없다. 이제는 어느 정도 그런 시간들을 즐길 줄도 알고 내 것이 아닌 것과 버려야 할 것들을 이전보다 빠르게 쳐낼 수 있을 것이고 적당히 균형을 맞출 줄도 안다. 나이 듬은 이럴 때 좋다. 괜히 먹는 게 아닌 듯 싶다.


 갈까 말까 하는 망설임과 고민이 찾아오면 망설이지 말고, 고민만 하지 말고 직접  그곳에 가봐야 한다. 가서 직접 경험하고 부딪혀 봐야 내 생각과 선택에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는다. 한 걸음  내딛어야 길이 보이고 방법이 보이는 것이다. 남들은 다 가는데 왜 나는 못 가고 이럴까 하는 고민을 하지 말고 어떤 과정을 걸쳐 어떻게 준비를 해야 그곳에 닿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 적혀 있는 뻔한 말들이지만 지금에서야 나에게 와 닿고 내가 결심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 옮겨 적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는 것과 그것들을 기록하며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는 것이 전부이지만 쌓이고 쌓인다면, 나중에 또 다른 망설임과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이 글을 보며 또 다른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줄거라 믿는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자.








반항이 전부였던 학창시절.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자. 오랜 시간 방황. 재수해서 어렵게 들어간 대학교 자퇴. 통쾌했다. 다시 들어간 학교에서는 사진예술을 공부했다. 열심히 했다. 서른이 다되어 드디어 대학을 졸업한다. 2016년 2월. 또 다른 고민과 선택의 시간. 무기력. 극복하자. 다시 쓴다. (사진/글_이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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