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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청춘이여, 무엇을 그토록 두려워하는가.
애초에 가진 것도 없어 잃을 것도 없으면서
그게 무어라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꾹꾹 쥐어 잡고 놓으려 하지 않는 건지.
무기력한 하루에
이곳저곳 몇 군데 상해버린 육신은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느라 분주했지만,
빈곤한 정신은 오늘 하루 똥파리처럼 똥 주위를 서성거렸다.
이미 종잇장 구겨지듯 구겨지고 찢겨버린,
값비싼 척 붙잡고 있었던 푸르름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을 오늘 보았다.
절대로 절대로 무너져 내리지 않을 것 같았던 아성이 무너져 내렸다.
너무 어이가 없게도
정작 한 마디 조차 내뱉지 못할 거였으면서
속으로 뭉그러지고 썩게 내버려 두었다.
무엇이 이토록
그 푸르렀던 이상의 날개를 꺾어 버렸을까.
..
막연하게 어딘가에 기대고 싶었던 하루였다.
소리도 지르고 싶었고,
나 스스로를 너무 초라하게 무너뜨린 하루였다.
그래 봤자 제자리로 돌아올 거였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