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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툼 Mar 15. 2022

미뤄둔 것들

코로나 확진

첫째 날, 목이 따끔거린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라며 고개를 가로저어 본다.  

자가진단 키트를 한다. 음성이다.  

그러나 둘째 날이 되니 목에 가시가 박힌 것 같다. 

느낌이 싸하다. 

양성이다. 

자가진단 키트를 들고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했다. 

3.15일 이후부터는 병원에서 실시한 신속항원검사로 pcr검사를 갈음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이전이기 때문에 셋째 날이 되어서야 양성이라는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칩거에 들어간다. 


그동안 바쁘단 핑계로 미뤄두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치운다. 

청소부터 시작한다. 

집 청소부터다. 바닥에 뒤엉킨 채 굴러다니는 머리카락, 뿌옇게 된 거울, 어지럽혀진 책상들을 하나씩 정리한다. 

핸드폰 속 필요 없는 사진, 광고 문자, 안 쓰게 되는 앱들을 지운다. 

컴퓨터 바탕화면도 정리한다. 버릴 것은 휴지통에, 저장할 것은 웹하드에 올려둔다.  

물리적 환경을 정리했을 뿐인데, 머리가 가볍다. 


만년필과 일기장을 꺼냈다. 

나의 일기장과 만년필



22.3.14(월)

지금 나는 어떤 마음일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잘 안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공존한다. 

그래서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손을 댄다. 

조바심이 나는 모양이다.

이걸 알아차렸으니 된 거다. 

내 마음을 도닥이고 하나씩 갈무리해보자. 

우선순위를 세우고 해 보는 거다. 

너는 할 수 있으니까. 

해내는 사람이니까.








이직을 하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느라 지쳤었다. 

업무를 파악하고자 나는 달려 나갔고, 내 마음은 미쳐 쫓아오지 못한 모양이다. 그래서 이게 뭐라고 뭉클하기까지 하다. 내 마음을 챙기기 위해 일기를 써야겠다. 


이렇게 나는 코로나를 빌미로 미뤄두었던 것들을 하게 되었다. 기깔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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