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평, 나름 넓다고 생각한 집에서 살다가 24평 신축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어 반강제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혼한 지 20년이 지나 망가진 물건들은 정리하고 새로 사려고 마음먹고 SNS상의 예쁜 집들을 살펴보았다. 젊은 주부들은 놀랍도록 살림을 잘하고, 예쁜 물건들도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여태 뭐했나 싶더라. 남의 집 물건을 동경하며 비우고 채우고를 반복했다. 그러던 와중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었다.
왜 그토록 내가 주인이 아닌, 물건이 주인인 채 살았는지, 후회가 일었다.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닌 미니멀 스타일을 좋아한 것이고, 쇼핑중독에 빠진 것이다. 그동안 쓴 돈을 모았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도 가끔 후회를 한다. 늦었다고 시작한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했으니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보자 다짐한다. 그리고 언제가 다시 스멀스멀 올라올지 모를 충동구매를 막고 물건에 휘둘릴 때마다 계속 보고 또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필사했다. 나도 저자처럼 득도(?)한 삶을 꿈꾼다.
"물건을 손에 넣지 않은 현재에서는 그 물건을 손에 넣은 후 미래에 느낄 기분을 좀처럼 상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물건을 계속 원하고 물건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간절히 원했던 물건을 손에 넣은 뒤 싫증을 내고 다시 새 물건을 원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무한루프 현상에 빠지고 만다."
"당신은 지금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광고에 현혹되고 있다. 그런 당신을 버려라."
"물건이 적으면 감사할 줄 알게 된다. 감사하는 마음이 새로운 자극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물건을 새로 사거나 늘리는 자극보다 확실히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
"나는 필요한 물건을 모두 갖고 있고 부족한 물건은 없다. 정말 최고의 기분이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_사사키 후미오]
1년가량에 걸쳐 물건을 서서히 정리했다. 물건을 비우는 데 있어 제일 간편하고 빠른 방법은 쓰레기봉투에 넣는 것이지만 쓸 수 있는 물건을 버리는 것에 죄책감이 느껴져 느리게 비움을 한다. 생활용품은 당근 마켓을 통해 나눔 하거나 판매를 하고, 책이나 옷 등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를 했다. 기부를 하니 연말에 기부금 명목으로 십만 원가량의 연말정산 소득공제 해택도 볼 수 있었다.
모아 찍기 한 위에 사진은 아래와 같으며, 긴 스크롤 압박이 있다.
나는 아직 미니멀리스트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다만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가는 중이다. 점점 간소해진 물건을 보며 여백의 미를 알아가는 중이며, 단 한 개의 물건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