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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툼 May 13. 2022

물욕

미니멀 해지는 중

 한동안은 물건을 비워내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1년간의 느린 비움을 하였으나 많은 양을 비워내다 보니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것에 은근 겁이 난다. 궁극이 미니멀 라이프의 저자 아즈마 가나코는 '쇼핑할 때는 그것을 버려야 할 때를 생각하라'라고 했다. 미니멀을 추구하기 전에는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거다. 그러나 이젠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 물건을 사는 데는 몇 초면 족하지만, 비우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곱절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30일이 지난 후에도 사고 싶으면 사자!라는 나름의 규칙을 만들었다. 다이어리에 적어놨다. 갖고 싶었던 그 물건이 뭐였는지 글로 옮기려니 기억이 나질 않아. 한 달 전 메모를 들춰본다.  

어처구니 메모

 '4/10 스피커가 갖고 싶다'라고 적혀있는데, 밑줄로 지운 후 그 옆에 적은 말이 더 가관이다. '집에 있는 게 블루투스 됨'  

하...... 정말 너무 부끄럽다. 사진을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되었다. 하지만 이리 어리석은 나도 나인걸 싶어 드러낸다. 


 우리 집에는 카카*스피커가 있다. '카'가 들어가는 소리만 나도 귀를 쫑긋하고 멜*과 연동된 노래를 들려준다. 하지만 핸드폰과 연동이 되지 않아 스피커가 갖고 싶었던 거다. 내 플레이리스트를 스피커로 음질로 듣고 싶었다. 스피커를 사고 싶다고 가족들에게 얘기를 꺼냈더니, 딸이 카카*스피커도 핸드폰과 연결이 된단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민망했었다.  


 이렇게 한차례 민망함으로 물욕이 해결되었다. 나의 어리석은 과오를 안주삼아 내 플레이리스트 노래를 안주삼아 불금을 마무리한다. 

지인이 보내준 동굴 와인

 부자는 아니어도 돈 걱정 없이 사는 법의 저자 요코야마 미츠아키의 글로 물욕을 다스려 본다.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몇 천 원짜리 물건이라도 철저하게 '물건=돈'이라는 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건'이란 '돈'이 겉모습을 바꾼 것뿐이다. '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가는 중이다. 나는 언제쯤 물욕에서 벗어난 초연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날이 오긴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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