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글라이더 Vol.2

글라이더 Writing Rider

by 진우


라이더 Rider [미국] 말, 자전거,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 [한국] 배달하는 사람

글라이더 Writing Rider [한국] 글을 배달하는 사람


지난 삼월 삼십일부터 여기에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칠월 칠일, 오늘로 딱 백일 째다. 백일, 백점, 백 퍼센트, 백종원, 응? 여하튼 백이라는 것은 ‘가득 참’, ‘매듭’ 등의 뜻이려니. 그래서 나의 백일에게 나름의 칭찬과 의미 부여를 하고 싶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의 첫 목표는 일백일 동안 일백 편의 글을 쓰고, 일백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그리고 운 좋게도 그 목표는 달성한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히 내 깜냥에 이곳이 아니었다면 접하지 못했을 수많은 좋은 글들과 훌륭한 작가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면면을 읊지 않아도 이심전심, 이글전글이라 그분들과 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다시 한번 드려 본다.


백 다음에는 당연히 새로 시작하는 백 한 번째 글이어야 할 것인데 역시나 의미 부여하기 좋아하는 유치한 습관 때문에 어떤 글을 발행할까 나름 고민했었다. 서랍을 뒤져도 마땅한 것이 없다. 결국 눈길이 가는 것은, 언제나 마음으로 글을 나눠주시는 다른 작가님들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주간 글라이더를 나의 백 한 번째 글로 힘차게 날려본다. (밟아본다? 어쨌든)




권오찬


바야흐로 리뷰 시대다. 책, 영화, 음식 어느 것 하나 리뷰를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리뷰어는 당연히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으나, 읽는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프리뷰 preview일 수밖에 없다. 리뷰어는 힘을 키워 인플루언서가 되고 자본주의를 만나 마케팅의 선봉에 선다. 협찬받았습니다. 지원받았습니다 하는 앞 광고는 그래서 아무리 프리뷰 free-view라 하더라도 개운하지 않다. 돈을 받고 쓰는 글인데 어찌 백 퍼센트 순수하다고 할 수 있을까?


리뷰의 폐해는 두 가지다. 리뷰를 쓴 사람에 대한 실망과 리뷰의 대상에 대한 실망이다. 실망시킨 리뷰 작가는 다음부터 ‘거르면’ 되는 것이겠으나 그의 설레발로 인해서 책의 작가, 영화의 제작진, 음식의 셰프마저도 실망과 패스의 대상이 된다. 아쉬운 부분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상업적인 시류에 비하면 권오찬 작가는 그냥 촌스럽다. 때깔 좋은 사진 한 장 없고, 태평양 상어가 입 속에서 트위스트를 추는 맛이라는 따위의 미사여구도 없다. 그냥 먹고 왔단다. 맛있단다. 가면 좋단다. 이래 가지고 인플루언서가 될 턱이 없다. 하지만 그 순수함이 사람을 잡아 끈다. 먹어보란 말 한마디 없는데, 발행된 글을 보는 순간, 하루 종일 그 음식이 나를 괴롭힌다. 백문이 불여일식食이다.


참고로 그가 천생 음식 작가임은 그의 이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권오찬, 이름부터 오찬이다. 대통령과 유명 인사가 만날 때마다 한다는 오찬午餐. 조찬과 석식은 거를 수 있지만 점심은 건너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없어서는 안 될 오찬 같은 권오찬 작가. 나의 말장난을 즐겁게 받아줄 넉넉한 인품이란 것은 브런치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쿨럭쿨럭. 강추한다.


https://brunch.co.kr/@ochan




조이 킴


브런치의 속설이 있다.


직장 상사 씹고, 후배 뜯으면 조회수가 중간은 간다. 퇴사할까, 퇴사했다, 퇴사해라 3종 세트와, 취직하고 싶다, 취직했다, 퇴사하고 싶다 3종 세트가 양대 조회수 글감이다. 그리고 남편 험담하고 시어머니 뒷담화하면 차상위 조회수는 보장된다.


이혼 역시 그것들에 못지않게 자주 거론되는 소재다. 하지만 이혼을 그저 흥미 위주로만 다루는 글들이 늘어나는 것이 많이 아쉽다. 물론 그만큼 조회수는 보장된 것이겠으나. (조회수는 클릭수이지, 완독수가 아니다. 착각하지 말자!)


이혼이라는 것이 당사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힘든 과정이며 아픈 결과인지, 그래서 글로 치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의 원인임은 잘 안다. 하지만 대부분이 피해자, 희생자의 시점에서만 글이 전개되는 것이 안타깝고 아쉬웠다. 이혼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므로 절대 오해 마시길.


조이 킴은 오십을 넘긴 이혼녀다. 현재 뉴질랜드에서 두 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우선 그녀의 글을 읽어보자. 놀랍게도 그녀는 본인의 글을 통해 이혼에 대해서는 그다지 비중 있게 다루고 있지 않다. 그녀의 키워드는 새 출발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수습하고 이겨내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는지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 지점이 기존의 이혼 관련 글과 조이 킴을 구별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리고 조금은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그녀의 아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도 관심 있게 살펴보자.


물론 의미 없는 동정은 사양한다. 형식적인 격려도 필요 없다. 그녀는 이미 충분히 자신만만하고 스스로 격려하며 누구보다 씩씩하게 잘 살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브런치의 남성 작가들에게 권한다. 그 이유는 읽고 나서 충분히 느끼게 될 것이다. 강추한다.


https://brunch.co.kr/@ee549f59c06d439




정태춘


맞다. 그분이다.


나의 이십 대를 이야기할 때 정태춘 선생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사춘기 시절부터 나름의 의식이 형성될 때까지 나의 정서적 기반은 오롯이 이 분께 의지했다. 시와 같은 노랫말, 감성적인 곡조, 그리고 그 특유의 떨림 있는 목소리까지, 그래서 선생을 일러 통칭 대중가수라 함은 절대로 옳지 않은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생은, 대부분의 참여자가 민주화 운동, 학생 운동을 젊은 날의 한때 치기로 치부하고 생업 전선과 타협하며 등을 돌렸을 때에도 끝까지 그 ‘바닥’에 남아 진정한 시민운동이 무엇인가를 몸소 보여주셨다. (슬슬 오버하는 것 같지만 솔직한 심정이라서) 그것이 선생을 민중 음악가로 평가하는 이유다.


선생의 브런치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사진 위로 대충 휘갈겨 쓴 듯한 시구절이 전부다. 하지만 울림은 크다. 짧지만 강하고, 스치지만 남는다. 최근 브런치가 작정하고 밀어주고 있는 모 예능 셀럽에 비하면 구독자 수가 그지없이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선생이 그런 것 따위를 염두에 두었을 리가 없다. 댓글 기능이 막혀있는 것이 그저 아쉽다. 그러나 이 또한 충분히 예상되는 이유다.


선생의 브런치를 감상할 때 가능하면 그의 노래를 같이 듣자. ‘북한강에서’, ‘서해에서’, ‘탁발승의 새벽 노래’, 그리고 원한다면 박은옥 여사와 같이 부른 ‘사랑하는 사람아’도 좋다. 선생의 브런치를 발견했을 때, 나도 모르게 만세를 불렀음은 숨기고 싶은 비밀이다.


https://brunch.co.kr/@jtcsong


배달 착오가 라이더의 잘못이듯, 추천 불만은 오롯이 나의 책임이다. 작가와는 전혀 무관한 것임을 다시 밝혀둔다. 어디까지나 구독은 여러분의 선택이다. 다른 취향을 존중한다. 식당 입구까지 함께 왔으니 살짝 맛을 본 다음, 제대로 먹을지 말지는 각자 판단하시길.


앞서 말했듯 주간은, 주간週刊이 아니라 주간主刊이다. 내 마음대로라는 뜻이다. 물론 반응 좋으면 계속한다, 쭈우욱.




Image by Manuel Alvarez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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