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글라이더 Vol.3

글라이더 Writing Rider

by 진우


라이더 Rider [미국] 말, 자전거,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 [한국] 배달하는 사람

글라이더 Writing Rider [한국] 글을 배달하는 사람


내년엔 곱디고운 단풍을 즐길 수 있을 거라 바랐던 작년 가을이었다. 지난 일 년 동안 고생 많았다며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랐던 올해 가을이었다. 일상에서 함께 숨 쉬던 것들의 소중함을 충분히 알았으니, 그 정도 했으면 내일 아침에는 네가 생겨난 곳으로 조용히 돌아가렴, 기도하며 잠들었던 밤이었다. 그러나 놈의 기세는 여전히 꺾일 줄을 모른다.

방역과 방만 사이를 이간질하며, 내탓네탓을 따지는 날 선 말들이 오가는 통에 사람들의 관계 역시 역병의 후유증처럼 건조해진다. 이러다간 하늘마저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진정 천고마비天固痲痺의 시절이 도래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일 고점을 찍던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비로소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 되었으니 글을 읽기에 더없는 시간이겠으나, 좋은 글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시대가 그러하니, 가볍게 읽히고 쉽게 덮이는 글만 선호해서 그렇다고 한다. 생각이 깊어지면 재미가 없어진단다.


브런치도 예외는 아니다. 질소가 팔십 퍼센트인 과자봉지를 뜯었을 때의 기분에 다름아니다. 어머나, 고작 이런 게 내용물이야? 이른바 관종 전성시대. 오늘 아침 브런치 나우를 훑으면서 내가 혀를 찬 횟수는, 손흥민의 연습 슈팅 수보다 적지는 않을 것이다. 이딴 걸 글이라고. (물론 삼인칭 관찰자 시점에선 나도 예외는 아니겠으나)


거리두기 4단계를 4주 연장한다는 뉴스를 접한 아침, 오히려 관심 두기 1단계 발동을 조용히 읊조려본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좋은 글을 주시는 소중한 작가님들에 대한 관심이다. 세 번째 글라이더, 창문 열고 날려본다. 스을쩍.




발검무적


필명만 보았을 때는 무협작가인 줄 알았다. 검을 뽑으면 적이 없단다(적이 없다가 아니라 '대적할 자가 없다'라고 댓글을 통해 친히 수정해주셨음. 몹시 영광). 드디어 브런치에서도 비류직하飛流直下 파월신공破月神功의 명문장을 직접 목도目睹하게 되는 것인가? 혼자 감격했더랬다. 하지만 한 편, 두 편 읽다 보니 그게 아니다. 회초리가 아닌 글 초리를 '작정하고' 들었다. 검이 아닌 필을 휘두르는데 칼에 베인 것보다 속이 더 뜨끔하다. 결국, 팔십 두 권짜리 와룡강 선생의 무협지를 완독했을 때보다도 더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아팠다. 쓰렸다. 아, 글이 사람을 때린다더니 이것이 바로 그런 느낌이구나. 그만큼 작가의 글은 세다, 그리고 독하다.

상상 이상의 독서량과 평소부터 단련된 내공이 아니라면 도저히 써낼 수 없는 문장들이 오늘도 어깨를 결고 마당을 가로지른다. 붙어보자 이거다. 말랑말랑한 다독거림, 토닥토닥 두드림, 오늘 힘들었지, 내일 잘될 거야. 이런 거? 애초부터 없다. 그저 있는 힘을 다해 독자를 한쪽 구석으로 몰아붙인다. 밀리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 보면 어느새 다음 글로 넘어간다.


그래서일까? 많은 글들이 있음에도 구독자와 댓글이 생각만큼 넉넉하지는 않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마음으로 글을 받아들일 독자가 적기 때문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좋은 글은 눈에 쓰라리다. 그래서 항상 달달한 것만, 술술 읽히는 것만 고른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위기에 빠진 나를 구원해주는 것은 그전에 읽어 두었던, 쓰라린 좋은 글귀들이었음을. 발검무적 작가는 그런 글을 오늘도 우리에게 주고 있다.


나처럼 오십 줄에 접어든 분이라면 매거진 ‘논어 풀어 읽기’를, 그리고 이제 세상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려는 분들이라면 매거진 ‘인생에 실패한 대가들의 이야기’를 읽어보기 바란다. 다시 한번 말해둔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나 글의 마무리에 등장하는, ‘당신은 과연~’이라는 질책을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거뜬히 읽어낼 수 있다면, 여러분은 강호에 나설 자격이 이미 충분하고도 남는다.


“덤비시오, 발검 선생. 글을 한 번 겨뤄봅시다.”

근거 없는 열등감 때문에 어젯밤 꿈속의 아무개가 저런 거지 같은 대사를 함부로 치더라. 쿨럭쿨럭.


https://brunch.co.kr/@ahura




강하영


굳이 고슴도치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식 자랑하려는 부모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육아 수필을 표방한다면서 정작 이야기와 메시지는 없고, 그저 아이 사진을 앞세운 다음, 구독과 조회를 애걸하는 글들이 브런치에서 너무 많이 보인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내가 작가에 주목한 것은 바로 그런 부류들과 확연하게 비교되는 지점 때문이었다.


작가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 육아에 접근하는 가치는, 비슷한 카테고리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우기)는 이들과는 많이 다르다. 굳이 아이를 전면에 내세우려고 하지도 않고, 애써 포장하려 하지도 않는다. 자녀들의 일상에서 반추한 여러 가지 생각의 소재들을 그저 담담하고 차분하게 전해준다. 꾸밈 또한 없다. 형식은 육아 수필처럼 보이지만 글을 읽다 보면 이것은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가깝다. 그런 글을 써주는 작가가 그래서 늘 고맙다.


육아를 추억하는 부모, 이제 본격적인 육아에 진입하는 젊은 부모, 그리고 육아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의 ‘처음’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 모두가 작가의 좋은 독자가 될 것이다. 백 여편의 글에 고루 넘쳐나는 작가의 따뜻함을 느껴보자. 아직은 구독자가 많지 않으니 지금 발을 들이민다면 따뜻함을 남보다 조금 더 먼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브런치 북 ‘세상에 그런 엄마가 어딨어’는 특히나 남성 독자님들이 열일 젖혀두고 읽어보도록 하자. 읽고 난 후의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p.s. 강하영 작가에 대해 A4 두 장 분량의 리뷰를 썼다가 모두 지워버렸다. 백문이 불여일독讀이다. 읽어보면 당연히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https://brunch.co.kr/@735821f9779b4f7


배달 착오가 라이더의 잘못이듯, 추천 불만은 오롯이 나의 책임이다. 작가와는 전혀 무관한 것임을 다시 밝혀둔다. 어디까지나 구독은 여러분의 선택이다. 다른 취향을 존중한다. 식당 입구까지 함께 왔으니 살짝 맛을 본 다음, 제대로 먹을지 말지는 각자 판단하시길.


앞서 말했듯 주간은, 주간週刊이 아니라 주간主刊이다. 내 마음대로라는 뜻이다. 물론 반응 좋으면 계속한다, 쭈우욱.




Image by siala from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주간 글라이더 Vol.2